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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14. 2024

64/100 나의 멜랑꼴리아

상상의 명상

명상. 내게 절실한 것. 대입을 앞두고 공부해야 할 때조차 머릿속이 어지러웠던 나는 결국 명상에 의존했다. 집중 자체가 어려우니 상상력을 발휘했다. 내 집중 다발이 흩어져 있다. 그것을 한데 모아 묶는다. 그 다발이 한 곳을 향한다. 그곳은 내가 풀어야 할 교과서다. 이 상상을 몇 번은 반복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녹아내리는 내 머릿속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명상을 다시 돌입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나는 작아져서 내 무의식 속으로 다이빙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바이러스처럼 도사리고 있는 나를 방해하는 무엇인가를 없앤다. 그런 상상을 하고 나면 머릿속이 명쾌해지면서 하던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생각하지. 내일 또 자라날 바이러스를 다시 무찔러야지 하고. 그렇게 나는 명상 아닌 명상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졌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아차 싶다. 왜 이 명상을 잊고 살았지? 그 무엇보다도 즐거웠던 나의 힐링 습관을. 현재의 힘듦에 매몰된 내가 오래된 쿠키상자에서 찾아낸 어릴 적 보물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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