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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Jul 09. 2024

102/200 나의 멜랑꼴리아

긍정의 습관화? 서랍의 유무. 

한 때 내 얼굴에 그늘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마냥 해맑고 근심 따윈 없어서 함께 하면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매우 놀랐으나 그저 기쁘듯이 듣고만 있었다. 무려 나에게 그늘이 없어 보이다니. 물론 특정한 모임에서는 순수하게 즐거운 기분이 들어서 근심따왼 내려놓고 지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나의 서랍이 잘 작동하는구나. 잡동사니와 오만 먹구름이 가득한 그 속을 닫고 외출하면 그만이었다. 방황처에서 그런 부분을 질질 흘리고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거 잘못하다간 불행의 냄새가 가득할 테니. 그래서 그런 소리를 들은 자리에서는 더더욱 백치미를 흘리고 다녔다. 이것은 정말로 들은 이야기다. 그늘이 없다 못해 백치미가 흐르다니. 욕인지 칭찬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니컬하게 세상을 보다 보면 쾌쾌해진다. 방을 환기하듯 기분전환을 하지만 속으로 곪아 있는 덩어리는 부지런히 부패한다. 이대로 나는 분해가 되어 버려도 좋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아직은 억울해서 안 되겠어,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만일 노력하기 싫어지면 어쩌지?라는 의문이 든다면, 그럴 때는 벌러덩 누워서 하늘이라도 감상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숱한 고민을 하지만 누군가는 쉽게 자신의 불행을 흘린다. 그래서 더더욱 적재적소가 아닐 때 티 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 발짝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하게 된다. 아니야, 그거 아니야. 하지만 그럼 어찌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하며 둘 다 턱을 괴고 길 가다 어디 계단에 쭈그려 앉아 있겠지? 내가 그걸 알았다면 이러고 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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