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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ug 07. 2024

110/200 나의 멜랑꼴리아

104와 106 

110을 만들기 위해서는 뒷자리 4, 6이 100과 함께 결합되는 거겠지. 억지 논리로 한번 해 보는 숫자 글감 구하기 다시 시작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살던 아파트는 106동이었다. 그리고 104동에는 같은 학교 다른 반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등하굣길에 마주치면 특별히 공통점이 없음에도 서로 백사~ 백육~ 하며 스스럼없이 친해졌지. 하지만 따로 어울려서 논 기억은 없다. 이후에 같은 반이 되었다면 정말 그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하길 다행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나와 같은 반이 되었던 친구는 다 알 것이다. 가끔씩 와르르 쏟아지는 분노에 주체를 못 했기 때문이다. 정말 질풍노도 반항기라는 말이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었지. 그 대상은 선생님이었다. 특별히 탈선을 것도 아니다. 다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멍한 눈빛을 들킬 때 갈굼이라도 받으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제가 뭘요! 제가 뭘요! 하고 표정관리 따위는 개나 준 것처럼 바락바락 대들었다. 나가서 벌서고 있어! 그러면 바라던 바였던 것처럼 복도에 갔다. 아예 특정 과목 선생과 마주칠 날에는 품에 몰래 만화책을 챙겼다. 오늘도 트집 잡히기만 해 봐라. 복도에 나가서 만화책이나 실컷 보리라 하고. 그런데 꼭 그럴 때는 날 못 본 체 하더라. 여하간, 내가 집중을 못하는 것 때문에 다들 보는데서 그렇게 지적을 하는 것인가? 내가 실수라도 하길 바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이 한 학년마다 꼭 한 명씩 있었다. 훗날 인문계열 진학에서 교육학과를 철저히 걸렀던 것도 당시의 기억이 컸다. 저런 선생이 되기 싫다가 아니라 나 같은 학생을 만나기 싫어서이다. 그 시절 답도 없었던 이상한 폭풍 덩어리가 모여 있는 곳이 내 일터라니 너무 끔찍할 것 같았다. 나 같은 사람이 열 명만 되어도 학교는 망한다!라는 과대망상이 당시에도 낫지 않았다. 여하튼, 친근한 104라는 친구는 내가 평온하게 웃고 있는 모습만 알았으리라. 아니면 나와 같은 반 친구에게 이미 전해 들었을지도 모르리라. 눈깔이 돌아가는 순간은 지킬 앤 하이드라고. 그럼 좋은 친구 하나가 내게서 멀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러니 애초에 덜 친했던 것이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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