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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l 03. 2023

아집과 횡포에 맞서는 법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를 읽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두의 이야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우리는 어쩌면 그 침대의 공포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침대에 키를 맞추기 위해, 맞지 않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로크루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포학한 거인이다. 그는 길을 가던 사람을 잡아와 침대에 눕히고 키가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자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잡아 늘려 사람들을 죽였다. 이런 무시무시한 공포에 노출된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그 침대에 키를 맞추려 할 것이다. 자기 기준이나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바꾸려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아집과 횡포의 의미를 가진 이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란 심리용어는, 행하는 자만의 것이 아닌, 당하는 자에게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여러 기준들은 강약이 다를 뿐, 모두 이런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와 닮았다.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기도 한다. 누군가 그 기준을 벗어나면 그 그룹에서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 별난 사람이 되고,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이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따돌림의 시작이다.


실상 다르지 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다름을 끄집어내어 따돌림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고, 그에 동조하는 혹은 묵인하는 이들이 생긴다. 따돌림의 대상이 된 이는 그룹에 속해 있음에도 그룹일 수가 없는 상태가 되고, 가끔의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체리새우>의 주인공 다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여자친구들 다섯이 모인 다섯 손가락의 멤버이지만, 그 속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하고 있다. 다현이는 그 그룹에 남기 위해 자신의 성향과는 다른 자신으로 지낸다. 불쑥 속마음이 나올까 봐 마음을 졸이는 상태에서, 다른 친구들의 기준에 맞춰 동조하고, 때론 먼저 나서기도 하며 위태롭게 지낸다. 그러다 다섯 손가락 친구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위해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방법으로 극복해 나간다.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p.52


“생각해 봤는데, 나를 싫어하는 애들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하더라고. 노력해도 그 애들의 마음은 돌릴 수 없어. 그래서 결심했어.”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만 신경 쓸 거야.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으면 그냥, 내가 먼저 좋아할 거야.”

p.179


“누가 나를 싫어하면 혹시 내게 고칠 만한 단점은 없나 생각해 보고, 그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나의 존재 자체를 누가 싫어하는 거면,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다.”

p.180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는 200페이지의 얇은 청소년 소설이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나를 오래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마음 골목에 작은 안내판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안내판이 되어주길 바란다.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 또한 참으로 즐겁고 뜻깊었다. 작가의 또 다른 책이 궁금해 <사춘기라는 우주>를 구매했다.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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