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을 읽었다. 요즘 로컬 프로젝트에 약간의 힘을 보태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된다. 보잘 것 있었지만 이제 쓸쓸한 기운만 있는 고향에 팥빙수 가게를 열고, 예기치 않은 손님이자 친구와 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다.
이유미 작가(전, 29cm 카피라이터)는 #문장수집생활 에서 이 책을 통째 필사하고 싶다 했다. 그 강력한 추천에 이끌려 따라 읽었고, 따라 (일부를)필사했다. 어쩜 이렇게 밝은지.
얼마전 100일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무서움을 이겨 내고 다가온 자만이 그 섬세한 혼의 힘을 만날 수 있으니까
*꿈을 이루느니 어쩌니 하지만, 하루하루는 정말 소박하게 지나간다. *슬픔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 특유의 깡마름 *잔뜩 집중해서 일한 다음, 그 특유의 피로감을 누구와 함께하기는 처음이었다. *이렇다 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서로 쳐다보고 인정한다. *세상이 선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선하고 아름다운 일은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건물은 사람들이 내뿜는 즐거움이며 기쁨, 그런 것들의 에너지를 먹어야 오래가나 봐. *망하겠다 싶은 곳은 식물을 돌볼 여유가 있는 사람부터 없어지는 것 같던데. *살아만 있어도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만약 이 여름, 내가 가게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깨우치지 못할 감각이었다. *이런 기묘한 감동 하나하나가 나를 풍성하게 하고, 내 눈동자를 빛나게 하고, 나의 하루하루를 새롭게 해 주었다. *그런 것들이 낮에 하는 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복합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분하고 힘들면 오래 버틸 수 없잖아. *흉터가 고마웠던 적은 없었어. 하지만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생각할 시간이 많았지. *사람은 그렇게, 자기보다 어린것을 어떻게든 지키려 하지. *우리 조금 더 밝게 살자. *나는 이곳 땅을 쓰다듬는 기분으로 매일 내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있다.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조그만 화단을 잘 가꾸어 꽃이 가득 피게 하는 정도다. 내 사상으로 세계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기분 좋게,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돌과 나무 뒤에 깃들어 있는 정령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자신으로 있는 것. 이 세상이 빚어내 아름다운 것을 올곧은 눈으로 쳐다보고, 눈을 돌리고 싶어 지는 일에는 물들지 않고 죽을 수 있도록 사는 것뿐이라는 것. *남자는 점점 어둡고 외로운 쪽으로 가고, 여자는 일상 속에서 작은 빛을 만들어 가는 존재인가~ *하느님이 참 두루 잘 생각했네. *사람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에까지 마음을 쓰도록 장대하게 생겨먹지 않았다고 생각해. *한 군데라도좋으니 조그맣고 밝은 가게가 생겨, 이 동네의 나른함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이 작고 아담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밑줄 그을 문장 5개도 안 된다면), 내가 책 값을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