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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이 순간에 몰입해 오늘을 행복하게, 아원고택

롱블랙 1월 4일, 문장채집 no. 294

롱블랙 1월 4일, 문장채집 no. 294

아원고택 : 270년 된 한옥을 자연으로 옮겨, 없던 정원을 만들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535 


1. 전북 완주군 소양면, 종남산 자락의 아원고택은 한옥 스테이. 방탄이 다녀갔고, 200년 넘은 한옥을 해체해 이축한 곳. 아원은 모두의 정원이란 뜻. 한옥은 밖에서 봐도 좋지만, 안에 있을 때 더 좋아요. 차경借景 덕. 경치를 빌린다는 뜻. 누구든 이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랐습니다.


2. 전해갑 아원 대표는 이 터를 42년 전에 사들임. 25년을 궁리하고 15년 동안 네 채의 한옥을 옮겨왔어요.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공간 기획을 시작. 그때마다 먼저 스피커를 골랐어요. 그리고 그곳에 어울리는 곡을 떠올립니다. 그 분위기에 맞게 공간 분위기를 설계해요. 문득 허무. 빌려서 연 곳은 결국 내 것이 아니더군요.


3. 내 땅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소영면을 발견. 평당 3000원을 내고 2000평을 사들였어요. 1981년 무렵이었어요. 그런 곳에 간 건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처음 연 게 오스갤러리(우리의 갤러리란 뜻).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오스갤러리의 봄 전경. 현재도 전시 공간 및 카페로 운영된다. ⓒ아원고택


4. 오스갤러리는 버려진 자재로 지었어요. 서울 종로 화신배고하점 파벽돌, 전주초 폐목재 등. 어려운 상황이 창작으로 이어진. 낡고 버려진 것들은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요. 자재뿐 아니라 소품도 버려진 것들로 채워갔어요. 갤러리를 만든 이유는 공간에 계속 문화가 머물러야 하기 때문. 분기마다 새로운 기획. 그렇게 예술이 들어올 때마다 공간은 힘을 얻어요. 


5. 공간 기획을 더 배우고 싶었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조경을 전공. 현대 건툭을 공부하러 세계 여행. 하지만 '현대 건축은 내길 이 아니다'를 깨달았죠. 그러다 한옥이 보였어요. 그렇게 경남 진주에서 한 옥 두채를 옮겨 와 연하당(사랑채)과 설화당(안채)를. 전북 정읍에서 100년 된 한옥을 옮겨 만휴단(천지인). 조선 말 전남 함평에서 서당으로 쓰던 공간도 옮겨 왔어요. 한옥이 건축물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명품 고가구입니다. 못 하나 박혀 있지 않아 조립할 수 있어요. 새로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 채를 옮기는 데 3~4년씩 걸립니다. 네 채를 옮기는데 15년이 걸렸어요.


6. 아원고택을 찾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건 '명상'.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공간. 낮에는 아원고택 전체에 명상하기 좋은 소리가 흐르게 했어요. 한옥에 다다르는 동선도 설계. 대나무숲에서 한옥에 들어서는 길은 폭이 좁아졌다 넓어집니다. 걷는 과정 자체가 명상이 되게.


7.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가르치는 게 있어요. 입사하면 제일 먼저 정원에서 작은 들꽃을 찾으라 해요. 수반에 띄우라 하죠. 둘도 아닌 하나만요. 고객이 머물든 아니든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품으라고 해요. 그러면서 숙소 곳곳에 작은 잎이나 꽃, 과일을 올려두게 하죠. 손님은 작은 것에 감동해요.


아원고택 접견실에 놓인 잎의 모습. 전 대표는 자연 속에 들꽃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몰입이자 감각이라고 말했다. ⓒ롱블랙


8. 이 순간에 몰입해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내일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아원고택 설화당에서 바라본 종남산의 전경. 전 대표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연은 그대로다. 다만 내 마음만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원고택


아원고택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won_ha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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