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1월 9일, 문장채집 no. 299
롱블랙 1월 9일, 문장채집 no. 299
웬디스 : 빨강 머리 웬디, 버거킹을 누르고 미국 2위 체인이 되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549
1. 한국에서 잊혀 간 웬디스, 미국에선 매출 2위로 성장. 2021년 기준 맥도널드(230억 달러. 29조) 웬디스(19억 달러 2조 4000억) 버거킹(18억 달러 2조 2680억).
2. 웬디스는 패티에 냉장육만. 그것의 신선함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패티를 네모나게 만들었어요. 그걸 가지고 상징적인 광고도 만들었죠. 1984년에 방영된 '소고기 어디있어?(where is the beef?)캠페인. 동그란 패티가 빵에 가려진 경쟁사 햄버거를 보고 한 할머니가 "그래서 소고기는 어디 있는데?"라고. 이 광고로 매출은 전년 대비 30% 상승. 요즘도 미국에선 "그래서 요점이 뭔데?" 할 때 "where is the beef?"라고 할 정도.
3. 2016년 본격 두각. 2013년 임명된 켈로그 출신 CEO 토드 페네거, 2016년에 스카웃한 칼 로레도 CMO(입사 3년 후 CMO). 둘은 스스로 웬디스 키즈라 말해요. 그들은 초창기 웬디스를 상기하며 그들만의 본질을 재정립해요. 바로 '언더독 정신'. "소비자들도 우리가 도전자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쥐어줍니다."
4. 세상이 언제나 언더독을 응원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이 판을 뒤집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어"를 보여줄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죠. 그들이 택한 첫 싸움판은 '아침 메뉴' 시장. 맥와 버거킹이 50년간 지배해 온 판. 8000만 달러(1008억)을 투자해 이 경쟁에 참여. 웬디스는 모든 아침 메뉴에 갓 깨뜨린 계란을 써요. 베이컨도 그때그때 오븐에 구웠죠.
5. 그들이 택한 다음 싸움판은 감자튀김. 감튀는 식어서 눅눅해지면 그만큼 맛이 없죠. 웬디스는 4년 동안 실험. 40가지 종류의 감튀를 만들어 봤죠. 마침내 오래도록 따뜻하고 바삭한 튀김의 비법을 찾았어요. 심지어 광고도 제작. 눅눅한 감튀를 맥도널드의 M자 로고 반쪽처럼 보이게 구부렸어요. 그리고 적었죠. '핫 앤 크리스피 프라이즈는 구부러지지 않아'
6. 웬디스 인기가 치솟은 건 사실 캐릭터 웬디가 소셜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
웬디 매력은 만만찮은 성격. 웬디스의 CCO 커트케인은 웬디를 영어로 새시(sassy)하다고 표현. 건방지면서 대담하고 활기찬데 그 모습이 왠지 매력적인 사람을 묘사할 때 쓰는 말.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 '트위터 비프' 사건. 2016년 12월31일. 웬디스는 언제나처럼 트위터에서 냉장육 자랑. 그런데 한 트위터리안이 시비. 이 실랑이에 맥도널드가 가세. "2018년 중순부터 쿼터 파운드 버거에 신선한 고기를 쓸 거예요"라고 트윗. 웬디는 바로 응수 "와, 너희 그럼 그동안 버거에 냉동육을 쓴 거야?" 이 트윗은 무려 24억 명에게 노출. 덕분에 웬디스는 24만 명의 팔로워를 얻었죠. 소비자들은 웬디의 냉소적인 유머에 반함. 한 트위터리안은 "내 롤모델을 정했다. 웬디스의 소셜 미디어 관리자처럼 사악해지고 싶다"라고 하기도. 웬디스는 여기에서 힌트를. 웬디 캐릭터를 '팩폭을 일삼는 나쁜 소녀'로 잡기로.
7. 이 악동 캐릭터를 살려, 2018년부터 '내셔널 로스트 데이(National Roast Day)'를 열고 있어요. 매년 1월 12일마다 타사 브랜드에 이른바 '팩폭'을 날리죠. '로스트'는 우리말로 '발라버린다' 재미있는 건 웬디스에게 '구워달라'고 요청하는 브랜드들이 줄을 선다는 것.
요플레 요거트 : 나를 구워봐.
웬디스 : 거기 요거트를 입에 가득 넣고 웃고 있는 요플레 CF 속 여성 분, 혹시 구조 도움이 필요하거든 눈을 두 번 깜빡이세요.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 웬디스야! 우릴 한 번 구워봐.
웬디스 : 늦어서 미안. 두 시간 전에 답하려고 했는데, 글쎄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를 쓰고 있지 뭐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는 자동 업데이트된 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8. 웬디스에는 소셜미디어에 대응하는 5명의 코어팀. 소셜미디어에서 웬디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상부 보고 없이 결정할 권한을 가진 팀. 덕분에 아주 빠르게 대응. 코어 팀은 이른바 웬디의 '사고 과정'에 대한 가이드를 공유. '넘지 말아야 할 선'도 명시. 핵심은 '웬디가 8살짜리 아이임을 잊지 말라'. 성차별적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농담, 지나치게 성적인 농담과 욕설은 당연히 안 되겠죠? 언도덕인 웬디스는 늘 자신보다 큰 브랜드에 시비를 걸어요. 이를 보는 사람이 쾌감을 느끼는 이유.
9. 칼은 웬디를 MZ에게 좀 더 어필해보기로. 무대를 트위터에서 '게임'으로 넓혔죠. 2019년 포트나이트 슈팅 게임. 웬디는 '푸드 파이트'라는 주제로 시합을 열었어요. 햄버거팀과 피자팀이 싸우는 경기. 당연히 웬디는 버거팀에서 피자 팀과 맞섰겠죠? 노노. 웬디가 갑자기 햄버거 가게를 쳐들어갔어요. 냉동고를 발견하고 부수기 시작. 웬디스 핵심 가치 '냉동육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어요. 이 기획으로 웬디스는 게임 생방송 서비스 트위치에서 단숨에 10만 명 팔로워 확보. 브랜드 계정으로 상위 1% 스트리머가 됐고요. 이 캠페인은 칸 라이온즈 소셜&인플루언서 부문 그랑프리 수상.
"우리는 게임에 돌입하기 전 트위치에서 10억 개의 영상을 다운받아, 1000만분을 시청. 마치 우리가 트위치 상위 1% 스트리머가 된 것처럼요. 본질에 노력이 더해져 얻은 값진 승리입니다"
10. 이후 여러 게임에 진출. 전하는 메시지는 같았어요.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에선 맥도널의 캐릭터 로날드와 닮은 붉은 뽀글머리 캐릭터를 박살내죠. '마인크래프트'에선 얼음 블록을 부수고 다녔어요.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선 최저 입찰자에게 냉동고를 팔았어요.
웬디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wend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