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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 얼스어스, 착한마음에 맛까지 잡았다

롱블랙 5월 6일, 문장채집 no. 409

롱블랙 5월 6일, 문장채집 no. 409

얼스어스 : 안녕하세요, 포장이 되지 않는 이상한 카페입니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680 


1. 얼스어스는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카페. 케이크를 포장하려면 다회용기를 직접 가져와야 해요. 


2.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얼스어스'의 단초를. 그는 식물의 엽록소에서 얻은 녹색물감과 콩기름 잉크로 그림을. 환경을 생각해 집에서 냉장고도 안쓴대요. 저(길현희 대표)도 윤교수님처럼 환경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의 소재로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선택.


3.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2016년 12월 '잔'을 주제로 한 인스타 시작(지금의 얼스어스 계정). 종이컵이 아닌 잔에다가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를 소개, 집에서 직접 음료를 내려 먹는 영상도 올렸죠. 주 5일씩 꼬박 게시물을. 늘 같은 시간대에 올렸어요. 출근 전, 커피가 가장 당기는 아침 시간을 노렸죠. 3개월 만에 2만 명. 이 정도면 내 콘텐츠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 봤어요. 6개월째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리기로.


4. 당시엔 제로웨이스트란 말조차 없었어요. 우린 '무포장가게'라고 불렀어요. 이게 알려진 건 케이크 포장 이슈가 계기. 몇 손님들이 '집이 가까우니 그릇을 가져오겠다'고 한 것이 시작. 그게 소셜미디어에 소문이 나면서 케이크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


5. 저희가 착하기만 해서 알려진 건 아니에요. 연남동 디저트 맛집으로 유명. 손님이 많은 건 저희 철학보다 '맛'때문이라 생각. 


6. 레시피는 단순해도, 베이킹 과정은 불편해야 한다는 게 신조. 베이킹할 때 랩과 유산지, 비닐을 쓰지 않아요. 금속 틀을 쓰고 매번 씼죠. 번거로와요. 하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더 중요. 더해 신선한 맛을 위해 당일 생산 당일 폐기를 고집해요. 


7. 얼스어스는 위트 있는 메뉴명으로 눈길을. 크림치즈 케이크 이름은 '얼스퀘이크'. 딸기크림치즈케이크는 '베리베리베스트로베리크림치즈케이크', 그내놀라 청포도 케이크는 '그래, 놀라지 마. 이거 케이크야' 등. 말장난 맞아요. 이름을 주로 짓는 직워는 처음부터 함께 한 장난꾸러기 친구죠. 직원들끼리 장난치면서 재밌게 일하면, 손님에게도 그 위트가 전해져요. 


8. 2019년 서촌점 오픈하고, 코로나. 매출이 바닥. 체념하고 있었는데~ 카페 일상을 인스타에 더 많이 올리기 시작. 기생충 포스터 패러디하고, 지구의 날에는 소등 행사 하는 모습을 올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차츰 다시 찾아오기 시작.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일까요?


9. 번거로움이란 게 꼭 나쁘기만 한 게 아녜요. 누군가에게 얼스어스 케이크를 선물하려면 찬장을 뒤지고, 적당한 용기를 찾고, 그걸 돌려받아야 하죠. 최소 3번은 상대방을 위해 번거로워야 해요.


얼스어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earth__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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