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8층 카페 옆에는 길고 긴 서재가 있'었'다.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 4층으로 서재가 옮겨갔다)
그 서재는 직사각형 책꽂이가 4단 높이로
길게 이어진 형태다. 그 앞에는 소파와 나무 의자, 테이블이 놓여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이 공간을 기획한 분은 직원들이 책을 읽고 얘길 나누는 걸 상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면서 책을 읽는 동료를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떤 책이 있는지 모르고,
자세히 보아도 읽고 싶은 느낌이 나는 책은 거의 없었다.
그 공간은 (책을 통한) 사색보단 (책을 배경으로 한 느낌있는) 대화의 장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 공간을 담당(당시 공간플러스에서 열일)하는 '댄'에게 제안을 던졌다. 책꽂이 일부를 카카오 동료에게 분양하고, 분양받은 이들은 그 공간에 자신이 애정 하는 책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자.
다행히 일잘러 댄과 통했다. 일이 콸콸 흘렀다.
책을 빼고 회사 게시판에 '책꽂이 분양'안내를 했다.
"판교 금싸라기땅에 내땅 한 번 가져보자~"
신청한 분들이 모여, 도시락을 먹으며(점심시간을 이용했다) 제비뽑기(아파트 동호수 뽑듯)를 했다.
이걸 위해 비운 책꽂이에 넘버링을 했고, 뽑기를 통해 매칭을 한 거다.
운영 룰은 심플했다.
"분양 받은 곳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1달에 1권(이상)씩, 3달 동안 서재를 맡게 했다.
책은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혹은 본인이 읽고 재미있었던) 책을 배치해 달라고 했고, 가급적 추천 이유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바뀌었다.
난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을 소개했다.
첨엔 책과 함께 짧은 메모 한 장 붙여놨는데,
이거 이거 뭔가 허전한 게 아닌가.
그래서 야심차게! 소품을 준비해 데코레이션을 했다.
메모도 다시 붙이고,
다음 야구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시절(첫째가 태어나기 전)에 썼던 빨간 글러브와 야구공으로 서재를 꾸몄다.
이렇게 크루의 서재 시즌1은 시작되었고. 약속한 3개월 정도 진행이 된 후 막을 내렸다. 앞서 얘기한 대로 여긴 곧 철거(서재 리모델링)되어, 서재가 4층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선 '스틸북스'의 큐레이션으로 서재가 구성되었다.
짧은 기간 진행된 팝업 서재였지만, 책이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그 공간에 책이 주인공이 되어 책 얘기가 오갔다. 카카오 크루가 자신의 책을 (보기 좋게)소개하고, 광고하니 동료들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적어도 따뜻한 눈 길 한번 쓰윽~^^
상황이 허락되었다면(이 서재프로젝트가 계속 되었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크루의서재에 책을 소개한 분들이 직접 그 책에 대한 이야길 하고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작은 책 리뷰 이벤트 정도.
ㅡㅡ
회사마다 서재가 있을텐데
그곳을 이렇게 바뀌보면 어떨까.. 싶어 작년 기억을 긁어 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