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돌잔치는 아이의 삶의 분투(먹고 싸고를 반복하며 아이는 훌쩍)를 응원하고,엄마의 고투에 감사하는 자리다. (여기에 아빠 자린 없다.. 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자리를 준비하는 건 아빠의 몫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쩜 이리 지지리도 못났나. 엄마는 아이의 한 살을 축하하기 위해힘든 가운데 또 힘들게 잔치를 준비했다. 물론 기쁜 마음이야 있었겠지만, 몸은 마음과 달랐(을거)다.
돌잔치 날은 다가오고, 어떻게든 1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돌잔치의 백미, 돌잡이를 자원했다.돌잡이는 부모와 어른의 바람이 투영된다. 판사봉, 청진기, 돈, 실, 마이크 등 건강과 부, 힘을 상징하는 것들이 세팅되고 아이는 박수를 받으며 뭐 하나 눈길 끄는 걸 집는다. 그걸로 한 살 된 아이의 첫 번째 장래가 결정된다. (안타깝지만 그것대로 미래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이 나란 순진하지 않다.)
내 돌잔치 때 뭘 잡은 지 기억에 없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그때도 비슷한 잔치상에 돌잡이가 있었을 거다. 나는 지금 it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it회산 내가 태어났던(70년대 후반) 시기엔 어디 생각이라도 했던 곳인가. 요즘 대학생들에게 (취업 선호) 인기 있는 기업들은 분당과 판교에 주로 있다. 카카오, 네이버, 넥슨이 삼성과 현대와 대한항공의 자릴 대신하고 있다. 어디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그래서 돌잡이를 다르게 하고 싶었다. 이리 빠르게 변하는 시대인데, 아이가 일을 하게 되는 20년 30년 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자리가 등장하지 않을까? 그러니 돌잡이로 아이의 일을 점지하는 건 바보 같은 일 같았다. 그냥 풍습이려니 하지만 이왕이면 뭔가 다르게 해 보고 싶었다.
와이프님에게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자라길 바라는지, 그걸 상징하는 물건을 3개를 부탁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며 3개를 준비했다. 그렇게 돌잡이 후보 6개를 세팅했다.
1. (한 해 동안 아이의 땀을 닦은) 손수건
- 네가 흘린 땀의 의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2. (앤솔루지 시집) 처음처럼
- 현실이 고달파도~ 상징과 비유, 낭만을 알았으면 해.
3. (아이의) 신발
- 떠 있지 말고, 땅을 딛고 있길 바라. 생각만큼 직접 발로 경험하길.
4. (제주올레) 간세인형
- 바람을 알고, 공기를 느끼며 '느릿느릿' 가는 사람이길.
5. (한 해 동안 가지고 논) 딸랑이 장난감
- 유쾌했으면 좋겠다. 인생이 생각보다 무겁거든. 많이 웃어.
6. (온갖 마실거릴 담았던) 양손 컵
- 얘야,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 한다. 술은 '나눠'마셔야 한다.
이 6개 후보의 의미를 글로 써, 사회자에게 전했더니.
사회자가 이걸 읽으면 되냐고 물어, 읽지 말고 느낌을 살려 소개를 해 달라고 했다. 눈빛이 많이 흔들리는 거 같아 내가 하겠다고 했다. 결국 내 아이 돌잔치 사회를 내가 봤다.
돌잡이 시간.
음악이 흐르고~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은 개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는 거 같았다. 옆에서 엄마가 거들었다. 하나를 집으라고. 박수가 이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아이에게 잔뜩 쏠렸다. 그가 무심히 무얼 하나 건드렸다. "와~~~~"
시집을 집었다.
다시 "와~~~~"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2살 터울의 동생도 있다.
시집을 잡은 그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어린이가 되었다. 표현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