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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 쓸수록 내가 되고, 남에게 너그러워진다

롱블랙 2024년 1월 20일 no. 636

롱블랙 2024년 1월 20일 no. 636

작가 은유 : 안간힘을 다해, 삶을 옹호하는 글을 쓰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955 


1. 은유 작가가 글쓰기를 업으로 시작한 건 2005년 서른다섯 살. 그전까진 전업주부. 그는 아픔을 차분히 써 내려가는 생활밀착형 작가. 


2. 순탄한 삶. 하지만 삶의 전환점은 불행과 함께. 거액의 채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어도 없는 사람 취급. 그런데 잃을 게 없어질수록 막연했던 꿈이 분명해지는. 바로 글쓰기. "쓸데없는 집착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본질만 남은 때. '차라리 좋아하는 글쓰기를 해보자' 생각한 거죠" 구직사이트에 '작가' '글' 검색. 그 소식을 들은 증권사 선배 소배로 사보에 미담 기사를 쓰는 일을. 


3. "니체는 '시장의 파리 떼'처럼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군중을 비판. '이거 딱 나네?'싶었죠. '모른지기 좋은 엄마는 이래''잘 산다는 건 이런 거야'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스스로 낙타처럼 짐을 지고, 삶을 사막으로 만들어 불행해지고 있었죠." 그는 니체의 말을 지표로 삼기로. 필명 '은유' 역시 은유적 표현의 대가였던 니체에게서 영감을.


4. 내가 가는 길이 혼란스러울 때가 많잖아요.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는 니체의 말을 나침반 삼기로. 그 덕분에 묵묵히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5. 글을 쓰다 보면 그 시간만큼은 전세자금, 아이들, 부모님 걱정 등 정체 모를 불안감이 사라진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런 기회는 저절로 생가지 않는다.


6. 수유너머에서 글쓰기 수업을 해보라는 제안. "처음엔 '말도 안돼' 싶었어요. 강사 이력이 될 만한 스펙이 없었고, 문창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저서도 없었어요. 그런데 '가르치는 것'이 아닌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니 자신감이"


7. 글을 쓰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자꾸 돌아와요. 학인들의 내면의 힘이 길러지는 게 보일 때 보람차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디에 취약한지, 내 욕망은 무엇인지, 이런 것만 잘 알아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한층 편해져요. 마음이 단단해지면 사람이 기가 좀 살죠. 표정도 밝아지고"


8. 고통에 관해 써야 한다, 다만 아름답게

1) 당위로 접근하지 않는다. 독자는 본인의 삶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면 귀 기울여요.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담담하게 시작하는 게 좋아요. 평범한 일상을 던져주며, 독자를 감응하게 합니다.

2) 아름답게 써야 한다. 미려한 단어나 문장의 나열이 아닌, 가닿게 쓴다는 것. 독자의 몸이 글 쪽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단어, 문장, 흐름의 총체를 아우릅니다.


글쓰기 공동체는 애써 쓴 글을 함께 읽고, 소개하고, 피드백을 나눈다. 의견을 나누다보면 점차 단단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롱블랙


9. 글을 쓰고 읽는 건 나를 해방하는 일. "나를 해방하면, 이내 남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 글은 정신을 조여주는 나사.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 입장에 서보려는 의지와 노력이니까요.


10. 고난은 피할 수 없지만, 친절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친절은 글쓰기로 훈련할 수도. 삶의 고난이 자아내는 난폭으로부터 '나의 감정과 생활'을 보호하느라 글을 쓰기 시작. 글을 쓰니 '남의 입장과 감정'도 보이게. 그 남을 존중하기 위해 내 할 일을 생각하기에 이른.


글쓰기는 정확한 피드백을 나누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글쓰기 실력이 늘 수 있다. ⓒ롱블랙

은유 인스타(1.5만) https://www.instagram.com/eunyu_metap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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