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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를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

성수 인사이트 투어를 30번 넘게 하고, 또 그걸 위해 여러 번 답사를 하니. 성수 거리 풍경의 특징이 보였다. 우선 일일이 나열해 보고, 비슷한 걸 묶으니 크게 3가지 특징이 나왔다. 바로 카오스, 브루클린, 휴먼스케일. 풀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이곳은 진정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는 '카오스'다

1)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다. 사람과 차가 엉킨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섞인다. 다행인 건 속도가 사람에 맞춰져 있어 서로 양보를 하며 이동을 한다. 그렇게 대혼란 가운데 묘한 질서가 잡힌다. 강남은 그야말로 질서 아래 순응한다. 이곳은 길을 오가는 이들이 질서를 만들어 간다. 난장 속에 정연함이 존재한다.


2)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자동차 공업사들이 많다. 그 와중에 럭셔리 자동차도 눈에 곧잘 띈다. 찌그러진 럭셔리 몸뚱아리. "돈많은 너도 상처받는구나" 


3) 고물상이 많다. 온갖 버려진, 쓸모 없어진 것들이 이곳에 모인다. 럭셔리 스팟 옆에 고물상. 이 기묘한 조합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4) 한편 럭셔리 브랜드들이 곳곳에 팝업을 진행 중에 있다. 방금 암흑색의 고물상을 지나쳤는데, 눈 앞에 럭셔리 브랜드의 금빛이 반짝인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싶게 비현실적이다.



5) 얽히고 섥히고 또 얽히고 섥힌 전선줄. 복잡다단하게 연결되는 인생 같기도. 저 어지러운 연결 중에서도, 중심을 잡고 있는 슬며시 기울어진 전봇대. 많은 것을 짊어지고도 잘 견디고, 버티고 있다. 멋지다.


6) 건물 외벽에 광고가 많다. 외벽 광고의 대다수는 새로운 팝업을 알리는 광고들이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큰 돈이 들기 때문에(디자인/제작/세팅/자리값... 그리고 과태료까지), 계산기를 잘 돌려야 한다. 한 두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버버리나 삼성전자처럼 팝업 한다고 성수 전체를 발라버리면, 또 소셜 곳곳에 잔소리가 넘쳐 난다(그게 또 임계점을 넘어가면, 미디어가 조명한다. 담당자 마음은 아찔해지기 시작한다). 적정!이 그리 어렵다.



2. 브루클린 스멜이 곳곳에 있다.

나무 위키에 보면, BTS 슈가가 브루클린에 도착해 한 말, "여기 성수동 같지 않냐?". 공공에서도 성수를 '브루클린'으로 대놓고 어필다. 성수역에 보면 성수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공공 광고물이 있는데, 거기에도 '브루클린 코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성수가 브루클린와 유사하게 느껴지는 건 하늘 높은 곳을 지나는 지하철, 오래된 공장지대에서 세상 힙한 지역으로 바뀐 풍경 그리고 다리 건너에 맨허튼이 있는 것처럼, 성수대교와 영동대교 너머 강력한 소비력을 가진 그 이름 '강남(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 성수 곳곳에 그래피티가 곳곳에 있다. 한때 홍대가 그랬는데, 요즘 성수가 그렇다.



2) 지하철이 하늘 위로 지나간다. 자동차 경적은 불규칙하게 들리는 반면, 지하철 지나는 소리는 뭔가 리듬감 있게 들린다. 


3) 붉은 벽돌건물이 많고, 새롭게 올린/올리는 건물 중에도 벽돌 건물이 많다. 성동구 홈페이지에 따르면, 성수동은 붉은 벽돌 건물이 전체 건물의 30%에 달할 정도(성동구는 붉은 벽돌 건축물을 근대 건축자산으로 보전하기로 하고 2017년 '서울시 성동구 붉은벽돌건축물 보전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원 사업 시작). 


* 개인적으로 벽돌 건물이 좋은 건, 시각적으로 층층이 쌓인 게 보이기 때문이다. 벽돌 사이사이에 스민 얼룩들이 역사를 말해준다. 세상 일이란게 저렇게 하나하나 쌓여 높아진다. 나무는 아래로 갈수록 굵어지는데, 벽돌은 그렇지 않다. 위 아래 없이 똑 같은 모양이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경험도 없지만, 우리 삶은 저 벽돌 건물처럼 촘촘하게 박힌 적당한 크기의 일상의 경험이 쌓아 올린 거 같다.  


4) 오래된 건물이 많다. 그것이 방치되어 있지 않고(도시 슬럼화의 대표적인 형태다) 혹은 그것을 밀어버리지 않고(도시재개발의 대표적인 형태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그곳의 안팎을 바꾼다. 시간의 때를 벗기지 않고 유지한다. 그 때는 어떤 시간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니언이 그렇고, 아모레가 그렇고 대림이 그렇다. 성수의 대다수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팟들이 그렇다.


5) 공간 유명세를 생각하면 곳곳에 돈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박혀있을 거 같은데 이곳은 로컬브랜드들이 즐비하고, 힘을 쓰고 있다. 물론 스벅이나 이솝 등 많이 알려진 브랜드도 곳곳에 있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다. 특히나 연무장 길을 가면 그 많은 가게들의 대다수가 스몰브랜드/국내브랜드다. 도심 풍경을 만드는 무수한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거의 보이지 않고, 특색있는 카페(로우키, 프롤라 등) 식당(너무 많고 많다) 옷가게 들이 길거리를 촘촘하게 채우고 있다. 




3. 사이즈가 딱! 휴먼스케일

1) 성수에는 키가 큰 건물도 있지만, 그런 곳은 주상복합이거나 오피스건물.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상업 공간 건물들은 대개가 1~5층 높이다. 한마디로 한 눈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가늠하기 어려운 사이즈가 즐비한 도심과 사뭇다르다. 건물의 위용에 주눅들지 않는다.


2) 성수 곳곳은 수평적으로 연결된다. 백화점은 층마다 테마가 나뉜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 위를 이동해야 한다. 성수는 수직 아닌 수평으로 연결되어 있다. 차나 킥보드를 타지 않는 이상, 두 발로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참 인간적이다). 테마와 장르와 스타일이 군집을 이뤄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각기 알아서 골고루 퍼져있다. 어느 하나가 압도적 힘을 가지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브랜드와 지역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시너지를 만들며 사람들의 관심을 이끈다. (아, 이걸 말로하려니 어렵네요. 직접 다녀보셔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성수를 경험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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