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720) 운명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생겨난다

롱블랙 2024년 4월27일 no. 720

롱블랙 2024년 4월27일 no. 720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두려움을 삶의 표지판으로 삼는 법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059 


1. "우리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깥으로부터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83p. 


2. 우리는 결국 우리 안의 욕망, 희망, 두려움, 결핍 등을 따라 삶을 만들어가죠. 내가 유난히 돈에 집착하며 성공을 바란다면, 어릴 적 돈에 대한 결핍이 컸기 때문일 수. 내가 제일의 예술가가 되길 희망한다면, 어릴 적 봤던 영화나 만화 주인공이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수.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한 사건들이 내 안에서 소화되는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


3. 마음을 닫아두면 운명은 우리에게 오지 못합니다. 운명이란, 사주팔자처럼 그냥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동하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 마음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마음을 열어두면, 온 세상이 조금씩 우리 마음에 들어오고 그것이 운명이 된다고 릴케는 말합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저자인 릴케는 운명이란 현재의 ‘내 안’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이음


4. 그에 따르면 우리는 너무 '쉬운'쪽을 지향합니다. 사회 통념, 유행, 획일적 욕망에 따라 남들 다 사는 대로 너무 쉽게 살아가려고 한다는 것이죠. 가령 많은 사람들이 여가 생활은 가장 즐기기 쉬운 스마트폰과 유튜브로. 먹는 것도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을. 세상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취업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릴케가 볼 때 그것은 '인습'에 불과. "우리가 어려운 것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을 향합니다"


5. 이 세계가 공포를 지녔다면, 그것은 우리의 경악이요. 이 세계가 심연을 갖고 있다면 그 심연은 마땅히 우리의 것이며 이 세계 속에 위험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늘 어려운 쪽을 향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이룩해간다면,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낯설어만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하고 소중한 것이 될 것입니다.


6."사랑은 개인이 성숙하기 위한, 자기 안에서 무엇이 되기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즉 상대방을 위해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숭고한 동기. 사랑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위대하고도 가혹한 요구. 즉 사랑은 한 개인을 지목해 그에게 원대한 사명을 부여하는 그 무엇입니다." 상대방을 오락거리고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어떤 세계 혹은 우주가 되는 일을 하며 성숙해 가는 게 사랑이라는. 내가 하는 말한마디, 내가 짓는 표정 하나, 내가 권유하는 여행지나 음식 하나가 상대에게 주는 영향을 고려하며, 세심하게 다듬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게 상대방에게는 하나의 '세계'나 마찬가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세계가 됩니다.


7.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당신의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멀리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것이 당신의 주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 당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영역이 이미 별들 바로 밑에까지 다다를 만큼 커졌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 p.45


‘나 중심’의 삶을 위한 첫걸음은 ‘고독’을 견디는 것이다. 우리는 고독 속에서 ‘세상의 통념’을 벗어던진다. ⓒPixabay


8. 오늘의 삶이 참으로 고독하게 느껴진다면, 비로소 우리가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운명의 준비'상태에 있다고 믿어도 좋을 거 같아요. 순수한 고독의 마음에 참된 경험들이 흘러들어오고, 그것들이 우리의 운명이 되며, 나 자신이 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9. "마음속에 늘 충분한 인내심을 지니십시오. 또한 소박한 마음으로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그 말고는 삶이 당신에게 벌어지는 대로 놔주십시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삶은 어떤 경우에도 옳습니다." p.95 상실이라든지, 실패라든지, 누군가의 모욕이라든지, 싸움이라든지, 참 겪고 싶지 않은 경험들도 많아요. 그러나 언제낙부터 그 모든 것들에도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거 같습니다. 내가 어려운 쪽을 신뢰하고, 애쓰며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문제들 또한 나를 더 강하게 하고 성장시킨다고 믿게 되었어요.


10. 나 자신의 존재를 가능한 한 '넓은 존재'라 믿으며, 나의 경험을 확장시켜 나가고, 무엇이든 나의 운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바로 그런 용기를 가져보길. 그 용기로 당신의 운명을 이끌어 가길.





매거진의 이전글 719) 대동소이란 말은 싫다. 소이가 대동보다 중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