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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자온길을 만들다, 박경아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22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ㅅ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연차인가요?

박경아  17년 차


2.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전통공예를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고 제안하는 일을 합니다.

리빙라이프회사 '세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3년 전부터 충청남도 부여에서 전통공예문화콘텐츠 타운 '자온길'을 만들고 있어요.  버려진 빈 집, 빈 상가를 고쳐서 문화적인 시설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공방도 하고, 서점도 하고, 카페도 하고, 숙박시설도 운영하다 보니 책도 팔고 청소도 하고 풀도 뽑고 커피도 만들고 멀티로 합니다.^^  짧게 말하면 디자이너이면서 디벨로퍼입니다.


[자온길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aongil_official/


[자온길 페북]https://www.facebook.com/jaongil/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자온길을 기획하고 실천한 일.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중간에 고난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많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떠난 빈 시골마을, 아무것도 없던 죽은 상권에 세간의 매장이 생기면서  새로운 가게들이 7개 이상 오픈했고  자온길을 보러 멀리서 와주시는 걸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자온길은 이제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10년 이상을 생각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고 (공공이랑 전혀 상관없는) 세간이 기획하고 세간이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실수와 실패는 늘 있는 것 같아요. 점점 제 결정이 더 무거워지고 있고요.

예전에 실수, 실패는 더 열심히 일해서 극복하려 애썼던 것 같고요. 지금은 전문가들 혹은 주변의  경험이 많은 신뢰할 수 있는 어른들께 조언을 구합니다. 조금 더 신중해지고 꼼꼼해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제가 요즘 빠져있는 펭수가 그런 말을 했어요. 힘내 라는 말보다 사랑해 라고 말해요.

힘들 때 '힘내'라는 말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어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때는 그게 엄청 큰일 같았는데 그 당시 존경하는 대표님께 상담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대표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은 이게 너무 아프지만 지나고 나면 '감기'처럼 별거 아닌 걸로 느껴지는 때가 올 거라고. 그때 그 말씀이 무슨 말인지 이제 더 잘 알 것 같아요. 그래도 힘들 땐 아무것도 귀에 안 들어오니까. 마음을 잘 살피고 정말 힘들면 저는 병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홍삼, 천혜향 이런 거 선물해준 지인들 사랑해요. 하나하나 먹으면서 힘이 났어요^^.)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건? 왜요?

작년에 본 영화 중에 <일일시호일> 이 가장 좋았어요. '매일매일 좋은 날'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죠.)  

영화 대사 속에 '이렇게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싶어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깊이 공감하고 있어요. 같은 일을 오래 반복해야 하는 건 공예인에게 당연한 일이며, 감사한 일이고 숭고한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vA3zoqhB6lc


책은 박완서 선생님을 제가 엄청 좋아하는데 (미망을 가장 좋아하지만)

여기선 <호미> 추천하고 싶어요. 위안이 되기도 하는 책이기도 하고. 책 머리말에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고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 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라는 말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부여에서 서점을 오픈할 때 대장장이가 만든 호미를 오픈 선물로 드리면서 위 문구와 함께 당신에게 흙을 만질 일이 많기를 하고 편지를 써드렸던 생각이 나네요. 김매기가 고단해도 김맬 터전이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가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진짜 힘이 들면 박물관에 가요. 한참을 바라보다 옵니다. 유물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오죠. (이렇게 쓰면 이상하게 느끼시려나) 저는 어려서부터 박물관에서 노는 걸 좋아했어요. 유물이 같아 보여도 매번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일이 너무 힘들면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만든 놀라운 작품을 보며 감동을 충전하고 오고 디자인 영감도 많이 받고 옵니다. 설렘이 필요하면 가보세요. 편안함과 설렘을 동시에 줄 거예요.  전통이란 (그 땅의) 자연과 사람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되어온 디자인이니까요. 우리가 전통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무얼 하는 분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이름 포함), 어떤 관계이고, 어떤 부분에서 영감/영향력을 주고 있나요?

배우 양희경 선생님. 제가 사모하는 사이.  

후배 아티스트들을 사랑하고 두루 챙기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면서 더 알게 된다.) 힘드실 텐데 연극도 꾸준히 하시고, 요즘은 유튜브도 하십니다. 대단하세요! 바쁘신 와중에 늘 요리를 하시는 모습도 멋집니다. 선생님처럼 나이 들고 싶고,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

일을 많이 좋아하고, 소명을 갖고 있어요.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거의 일만 하고 살고 있어요. ^^)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하면서 한번도 전통공예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난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 내가 하는 모든 비즈니스는 전통공예를 더 잘 팔기 위한 방식의 전환이라고 보면 좋을 거 같아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긍정적인 마음. 꾸준함. 때론 불같은 추진력. 

마음이 쉽게 안변해요. 그러니까 일을 좀처럼 질려하지 않아요.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3살에 창업을 했고 돌이켜보면 일에 너무 빠져있었죠. (물론 돌아가도 똑같이 할 거 같습니다만)

그때는 성취욕구가 너무 강했던 거 같아요(지금도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20대, 30대에 너무 일만 한 건 사실 개인의 인생으로 보면 살짝 슬픈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능력이 부족했던 나는 정말 너무 열심히 일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평생 일해야 하는데 좀 놀기도 할걸 그랬어" 이 정도가 가치관의 큰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막상 지금은 더 놀 시간은 없어졌다는 함정이 ㅜㅠ (강의 가면 20대라면 막 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20대에는 내가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열심히 뿐만 아니라 노련하게 똑똑하게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변수가 많다.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니) 그리고 실은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아요. (이성적이라고 포장을 하지만)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길을 가다 우연히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지나가는 어여쁜 여인을 보고 감동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객님들의 일상에 세간의 세간(제품)이 빛나고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고객님들께 편지를 쓸 때 오래오래 예쁘게 써달라고 멘트를 남기는데, 공예는 사람을 일상에서 기쁘게 하는 예술이니 사람들이 기쁘게 써주면 그걸로 제일 큰 보람을 느낍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세간을 계속 성장시키고 싶어요. 방식은 계속 변화가 있겠지만 세간이 하고자 하는 본질은 변함이 없을 거고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리빙라이프 회사로 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공예 장인들을 만나면 30년을 해야 시작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그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10년 차 들어서니 조금 알 것 같았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조금 오래 걸리고 고단한 일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려 합니다.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꾸준히 변화를 시도합니다. 시장에 맞춰 변화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기업은 설자리를 잃게 되죠. 20,30대에 부동산을 공부하고(실제로 사고팔기도 하고) 건축도 하고 몸과 맘으로 애써서 했던 일들이 지금의 자온길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니 세간을 잘 만들어 가기 위해  전통공예, 부동산, 건축, 리테일, 디자인(제작) 이 모든 게 가능해야 하고 끊임없이 공부합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매일매일 감사. 기도.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자영업 오래 유지하기. 공예로 창업하기. 로컬 비즈니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이미 해보았으니, 내가 겪은 과정과 어려움을 공유하며 다음 후배들은 조금 덜 고생하길 바랍니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전통공예. 세간. 자온길.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결혼. 결혼이 하고 싶고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세간이 하고자 아는 일. 해내고자 하는 가치?

A - 일상에서 전통공예가 더 많은 쓰임을 얻을 수 있도록 잘 만들고 잘 알리고 잘 팔고자 합니다. 전통공예시장이 넓어지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로컬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어요. 3평짜리 가게를 혼자 하던 시절부터 꿈꿔왔던 일들을 지치지 않고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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