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50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유지인입니다. 어디 가서 이름 덕을 많이 보죠 (단, 나이가 있는 분들 틈에서 ㅎㅎ). 사회생활 몇 년차인지 오랜만에 떠올려봅니다. 사회생활은 대학 졸업 전부터 전주 MBC 구성 보조작가로 시작해서 7-8개월쯤 일했고, 그만둔 후부터 현재 회사에 쭉 다니고 있는데, 총합 사회생활 19년 차네요.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지금의 직장이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다닌 첫 직장이자 현재의 직장입니다. 이 부분에서 주변 사람들이 참으로 놀랍니다. 어떻게 그렇게 한 곳에 오래 다니는지. 물론 중간에 3번쯤은 사표의 유혹이 있었지만, 잘 견뎌냈습니다. 업무가 쭉 같았다면 질릴 법 한데, 하는 일도 중간에 바뀌었습니다.
해외저널을 수입해서 국내의 도서관(주로 의대), 병원도서실, 제약회사 등에 납품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고, 지금은 부서 간 통합을 하면서 출판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회사 자체가 역사가 65년 된 오래된 기업입니다. 가끔은 건강 관련 실용서를 만들기도 하지만, 주로 의학과 보건 분야의 교재를 만듭니다. 기획부터 저자 관리, 원고 교정, 신간 홍보 등 한 권의 책이 나오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일 년에 개인적으로 10여 권의 책을 만들고 있어요.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올해 중1이 되는 아들과 5학년인 딸이 있습니다. (저는 호칭을 아들랭, 딸랑구라고 부릅니다) 저는 평소에 뭔가를 배우고 강의도 찾아서 즐겨 듣는데요. 작년에 딸랑구와 함께 드로잉 수업을 같이 받은 것이 가장 잘한 일 같아요. 몇 년 전에, 정진호 선생님의 ‘비주얼 씽킹’ 수업을 듣고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는 딸랑구와 같이 쌤의 ‘행복화실’ 드로잉 수업을 받았는데, 혼자서 배울 때보다 기쁨이 두 배였습니다. 제 그림 실력은 여전히 늘지 않지만, 딸랑구는 제법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딸랑구도 “엄마와 함께 그림 그릴 때가 행복해”라고 말했어요. 딸랑구가 즐거워하니, 제가 참 잘한 것 같아요. 아이와 뭘 하며 놀지 고민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드로잉 수업을 추천합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함께 그려나가는 기쁨이 무척 큽니다! 끄적끄적하다 보면 시간도 무척 빨리 가요.
4. 삶에 있어 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작은 실수들을 많이 하고 살아서 그런지, 대단하게 극복한 경험도 크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실수나 실패 없이 잘 살았다 이게 아닌데 말이죠. 그럴만한 실패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네요. 하고 싶은 일에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아서요. 굳이 지금 하나 떠오르려니..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나서 스스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네요. 그런 것이 실수라면 실수라는 생각이….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저도 가끔 그렇지만.. 아무리 많은 조언을 들어도, 결국은 내 맘이 움직이는대로, 내 고집대로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냥 들어주는 건 잘합니다. 딱히 조언 같은 것도 해주지 않고요. 그냥 조용히 부릅니다. “술이나 먹자”.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빨간 머리 앤>은 어릴 때 만화로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는 전집으로도 읽을 정도로 좋아했고, 지금은 넷플릭스의 영화도 좋아합니다. 티브이에서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앤~’ 그 노래가 흘러나오면 얼마나 신이 났던지요. 그걸 보려고 학교 끝나고, 시간 맞춰 티브이 앞에 앉아 기다렸던 것이 생각나네요. 앤의 여러 가지 주옥같은 대사들이 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설레는 대사는 이것입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지금은 넷플릭스의 <빨간머리 앤>도 좋아하죠. 올해 나온 시즌3까지 열심히 봤는데, 지금은 시즌4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빨리 만들어주시고 길버트와의 꽁냥꽁냥 한 연애스토리도 좀 넣어주세요!
르네 고시니/ 장자크 상페의 <꼬마 니콜라>도 좋아합니다. 지금은 두꺼운 책을 다시 사보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서점에서 꼬마 니콜라 시리즈 책을 사모을 정도였어요. 니콜라와 친구들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지만, 상페의 그림을 보면 피식 피식 웃음이 납니다. 니콜라도, 엄마 아빠도,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도 캐릭터들이 너무 유쾌하고 명랑해요. 니콜라와 친구들이 우르르 놀고 있으면, 저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같이 놀고 싶어 질 정도로.
장자크 상페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도 좋아해요.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이 꼭 제 모습 같아서.. ㅎㅎ
일단 저는 음악이든, 책이든, 영화든 별 스펙터클한 내용 없어도,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되는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귀인’들이라 부릅니다. 사실 너무 많은 귀인들이 떠오르지만, 단 한 명만 여기에 적는다면, 사진작가 차경입니다.
1) 사진, 특히 인물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입니다.
2) 2013년도쯤인가, 우연히 그녀의 강의를 듣다가 그녀의 솔직함과 인간미에 푹 빠져서 제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어울려 놀다 보니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고 있죠. 저보다 동생인데, 언니 같은 동생입니다. :)
3)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방식. 그녀의 사진들을 보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그녀는 사진을 찍기 전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듣습니다. 저의 이야기에 같이 울컥해주고, 같이 기뻐해 주고, 같이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그런.. 바람직한 친구입니다. 사실 가장 크게 좋은 건, 저에게 온갖 쓴소리와 잔소리도 많이 하는 모습입니다. 진정한 친구죠!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사랑을 나누는 삶. 사랑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게 남녀의 사랑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친구 간의 우정이든. 넓게는 인류애도. 식물이나, 동물, 물건에 대한 사랑도 좋습니다. 이전에는 사랑을 받는 것에 집착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사랑을 줄 때 더 행복함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을 줄 대상만 있어도, 삶은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대신 집착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랑.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못해본 일 중에서 미련이 있는 일을 찾아보면, 학교 선생님. 라디오 DJ, 북카페 운영. 학교 선생님은 모르겠어요. 하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고, 사주나 점을 보면 선생님을 했어야 한단 말이 괜히 맘에 남아서 ㅎㅎ 아이들 저학년 때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 활동도 했는데, 선생님은 하면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라디오 DJ 는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목소리만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는 DJ 모집 공고에도 관심을 가지곤 했는데,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북까페는 그냥 책이 좋아서.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회복탄력성까지라고 하면 좀 거창해 보이긴 하지만, 우울이나 힘든 상황 속에서 금방 본연의 에너지를 찾습니다. 저에게도 어두운 면도 있겠지만, 잘 웃는 편이고, 웃다 보면 또 즐거울 일이 생깁니다. 어떤 사람에서든 굳이 그 사람의 매력과 장점을 잘 찾아냅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이전엔 좋은 것, 나쁜 것,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렇게 단정 짓고 살기도 했는데요. 살다 보니 좋고 나쁜 건 동전의 양면 같더라고요. 마냥 좋은 것도 마냥 나쁜 것도 없는.. 또 좋은 일이 오면 나쁜 일도 살짝 끼어들고, 나쁜 일이 있다가도 그 와중에 웃을 일이 생겨요. 늘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졌어요. 행복은 지속되는 상태가 아니더라고요. 순간순간, 웃는 일이 있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손해 보며 살자는 것도 살면서 변화된 점이죠. 손해 보듯 희생하는 것 같아도 다 나에게 득이 되어 돌아오고, 내가 욕심을 부리는 순간, 화가 되는 것 같아요. (하하하, 점점 갈수록 도 닦는 느낌)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할 때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밥을 차렸는데, 아이들이 “엄마가 해준 게 제일 맛있어!”라며 엄지 척을 해줄 때.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썼는데, 너무 기뻐하는 회신을 받았을 때. 명절에 하루 종일 전 부치며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데 힘들면서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밥을 먹는 순간에. 아이의 소풍날 출근하느라 바쁜데도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싸서 보낼 때. 그런 순간순간에 금세 행복해지죠.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예전에 싸이월드 시절에 제가 미래의 꿈을 이렇게 적어놓았더라고요. ‘북까페를 운영하며 그 안에서 벨리댄스도 가르치고 책도 쓰는 작가(그 당시엔 벨리댄스를 배우던 때라 ㅎㅎ)’ 지금은 뚜렷하게 맘먹은 꿈은 없습니다. 계속 직장에 다니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꿈꾸는 것이 있다면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거예요. 딸랑구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나 그림책 같은.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제가 페북이나 카스에 딸랑구와의 있었던 일이나 사진들을 올리곤 했는데, 쓰는 저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주변에서 많이들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을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 완성이 될지…일단, 말하고 질러봅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매일 출근 후 점심시간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이 습관을 가진 지 한 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평소에 음주를 즐기며 대식가인 편이라, 이 운동은 거의 술을 마시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이마저도 안 하면 저는 엄청난 뚱뚱이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술을 마시며 운동을 하니, 결국 근육 돼지가 되어 있더라구요? 하핫. 그래도, 매일 짧은 시간이나마 운동을 루틴으로 갖는다는 것에는 심리적 만족감도 큰 편입니다. 가지고 싶은 습관은 좀 좋은 음식 골라먹기.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에 공감을 하는데, 쉽지 않네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솔직히 강의를 할 능력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주변에서 ‘셀카 찍는 법을 강의해라’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들 셀카 능력자들이라, 이것도 안될 것 같고.(그저 앱이 최고). 이 참에 찾아봐야겠습니다. 나의 소소한 경험들 중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을지.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명랑/ 즐거운 사람/ 유쾌상쾌통쾌함.
엉뚱하고 똘끼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태생이 그러지는 못할 것 같네요. ㅎㅎ 그래서 대신 그런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괜히 따지고 묻자면, ‘보너스’ 개념이니 그 1년은 나이는 멈추는 1년인 거죠? ㅎㅎ 하지만, 굳이 시간을 보너스로 얻고 싶진 않네요. 시간이 멈추거나, 과거로 돌아가거나, 더 오래 산다고 특별히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요. 그저 평소대로 열심히 마시고 놀겠습니다.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언제 가장 행복해?
A - 아이들과 집에서 떠들고 헛소리 하는 시간.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는 술자리.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몰입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지금도 해야 할 일은 있는데, 엉덩이가 가벼워 끝을 내지 못하고 있네요. 제가 SNS에 올린 딸랑구의 글들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책을 쓰고 싶어요. 그저 한 가지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지고 싶네요. 저는 행동파가 아니라서, 뭔가 생각은 많은데 끝까지 해내질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길고 어려운 목표는 중도 포기가 많아서 목표도 일부로 짧게, 소소하게 잡고 거기서의 만족감을 얻는 편인데,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건 저에겐 어렵고 거창한 목표네요. 저에게 이 어려운 걸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지고 싶어요!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록담의 ‘人스타그램 프로젝트’을 보면서 제가 평소에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 참 부러워했었어요. 저는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워킹맘인데 말입니다. 별 이야깃거리는 없었지만, 그저 감사합니다. (역시 사람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누군가 중간에 한 번이라도 피식 웃음을 지었다면, 저는 그것으로 기쁘고 힘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말을 빌리자면,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어지간한 건 즐거워져요”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게 최고입니다!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유지인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