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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하면 역시 끌라라, 단연 국선아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78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78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국선아 (끌라라), 10년 차

https://www.instagram.com/sonaclaragook/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스페인어와 중남미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해요. 주로 하는 일은 강의(스페인어, 중남미 사회문화)와 번역, 중남미 지역 연구를 하며 관련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어디서 강의를 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크게 두 가지. 직접 강의를 기획하거나, 저를 불러주는 곳에 가거나.  기획 강의의 경우는, 직접 학생들을 모집하고 공간을 렌트하거나, 결이 맞는 공간과 컬래버를 하기도 합니다. 국제 연애를 위한 스페인어, 맥주 마시면서 배우는 스페인어 같은 재밌는 수업을 만들어 보는 거죠. 기획 강의 중 [끌라라의 여행 스페인어]는 벌써 10년이 되었답니다.

불러주는 곳에 가는 경우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모두 활동합니다. 너무 다양한데 큰 카테고리로 나열하면 기업, 대학, 공공기관, 대학부설연수원, 고등학교, 각종 협회, 학회, 어학원, 개인과외 정도네요. 저만큼 다양한 곳에서 강의한 사람도 드물 거예요. 스페인어와 중남미에 관해서는요.


(덧붙여) 해외여행 인솔자 자격증도 제가 가진 기술 중 하나입니다. 종종 팀을 이끌고 남미로 가기도 해요.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원래 자신에 대한 평가에 좀 인색하긴 하지만 객관적으로도 지난 3년은 그냥 그랬습니다. 굳이 꼽자면 책을 낸 것. 첫 책이 나왔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19, 20년 EBS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했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개인으로는 가기 어려운 오지들을 여행했죠. 사회와 접촉이 많지 않은 원주민 부족들도 많이 만났고요. 지금까지는 나라 전체를 개괄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해설을 위해 그 지역과, 유적에 얽힌 스토리까지 계속 공부해야 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많이 성장했습니다. 14년째 들락거리며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늘 새롭고 아직까지 지겨운 적은 없네요.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일에 관해서는 아직 실패라 부를 만한 경험이 없습니다. 딱히 도전이라 부를 만한 일을 하지 않아서요. 강의하고 번역하고 투자자본 없이 이 한 몸으로 때우는 일인데 딱히 망할 일이 뭐 있었겠어요. 


물론 아쉬운 점은 있죠. 직종 무관 개인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프리랜서인 저에게는 좀 더 중요하고요. 저는 첨부터 제가 뭔가를 하면 홍보는 남이 맡아해주는 환경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셀프 홍보 기반이 없어요. 사적인 인스타, 거미줄 친 블로그가 전부죠. 스스로 키운 온라인 홍보 기반을 다지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근데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인생 전반으로는 너무 편함과 재미만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산 것 같아 아쉬워요. 물론 치열했던 한때도 있었겠지만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요. 2016년부터는 반년 일하고 반년 놀고 그랬던 거 같아요. 물론 그때마다 논문, 연수, 집필 등등 뭐 핑계는 있었지만 사실 놀고 싶어서 한 선택들이었거든요. 엄청 후회하는 건 아닌데 종종 후회해요. 덜 놀고, 더 일하고, 더 가질 걸 하고요. 그래도 잘 논 경험으로 먹고 사니 괜찮아요. 이번 생은 이렇게 살래요.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그냥 같이 있어 줄 거예요. 슬럼프 극복 방법은 저도 몰라서 해줄 말이 없지만 확실한 건 혼자 있으면 더 쳐지고 슬퍼지니까.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삶에 흔들릴 땐 오직 사람이 위로죠. 그리고 성격상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추천 같은 거 잘 안 해요. 자격도 안되고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마 제 자신이 그런 걸 통해 위로받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그냥 옆에서 듣고 싶은 말, 듣기 좋은 말을 해줘요. 선택은 결국 자기 맘대로 할 거니까. 그리고 전 솔직히 조언한답시고 내편 안 들고 묘하게 중립적이면 기분 나쁘던데요?ㅎㅎ 너무 직설적인 것도 좀 별로예요. 좋은 말만 듣고 싶어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1)   일본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박사’입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어요. 

2)   60대 노인입니다. 수학자이자 교수였으나, 47세에 겪은 불의의 사고로 뇌 기능을 잃었습니다. 기억을 80분밖에 지속하지 못해요.  

3)   박사가 수학을 사랑하는 방식이 너무 고귀해 닮고 싶습니다. 나 또한 내 일을 그렇게 대할 수 있을까요?  “박사님이 사랑하는 방법은 정통파였습니다. 상대에게 자애롭고 보상 없이 최선을 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며 언제나 숫자 옆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수학은 과거 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수단이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보상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수학을 사랑합니다. 아이의 삐친 머리를 보고 루트 √ 란 별명을 지어주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는 늘 신발 사이즈나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그 사람이 가진 숫자를 먼저 묻고 그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한 순간도 삶 속에서 수학을 멀리하지 않아요. 삶 그 자체가 수학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보살피는 영원한 사랑이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기억은 잃었지만 여전히 제가 갖고 싶은 것들을 다 가진 사람이에요. 부럽습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외적으로 아름답고, 내적으로 강하고, 전반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생각이 깊어지는 건 좋지만 주름이 깊어지는 건 싫어요.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도 들으면서 최대한 천천히, 곱게 늙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내강이란 쉽게 상처 받지 않는 거예요. 상처 받지 않는다는 건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시간이 전 너무 아까워요.  전 방어기제가 강한 사람이에요. 일에도 사랑에도 때로는 자기 방어를 위한 최선을 다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야 할 말이 있으니까. 뭐가 됐든 그게 좋아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네일아트 하고 싶어요. 숍을 내든 알바를 하든요. 저는 몰입하는 느낌을 좋아해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일 한다는 점이 좋아 보여요. (사실 강의할 때는 딴생각하면서 입술만 움직일 때도 많거든요.) 단순한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매력이고요. 사람들 손톱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분석과 연구도 필요하거든요. 제가 딱 좋아하는 일이에요. 또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요. 손님들을 편하게 대하는 것, 꼼꼼하게 손질해 주는 것, 다시 오게 만드는 것까지. 미술적 감각은 좀 떨어지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예요. 연습하면 될 거라 생각해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제가 별로 힘이 없는데 그나마 허벅지 힘이 젤 센 거 같아요. 내면의 힘을 말하는 거라면 강한 구석이 없습니다. 내가 강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순간은 이내 약한 마음을 더 흔들고 때려서 가루로 만들 때입니다. 그리고 후- 불어 날려 버립니다. 그렇게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최선이든 발악이든 하는 편입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0대에는 ‘행복’이란 단어에 설렜고, 지금은 ‘행복’이란 단어가 부담스러워요. 머릿속에서 행복이란 개념을 삭제해도 삶이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 건 아니고요. 다만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행복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감사한 일들이 늘었어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너무 많은데.. 일할 때 보람을 느끼는 건 물론이고 생활 속에서도요. 최근에는 코로나 진단키트 해외 수출을 위한 스페인어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참 뿌듯하더라고요. 외화벌이에 기여한 것 같아서요. 또 요즘 새롭게 느낀 건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거든요. 사실 저한테는 큰 변화이자 노력이에요. 늘 불리는 입장이고 먼저 찾지 않았거든요. 좀 귀찮아도 찾아가 누군가를 만나 생각을 나누고, 또 배우고 항상 좋은 걸 얻어와요. 반겨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 잘 살았구나 싶고 귀찮음을 이기고 나간 보람을 느낍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전 진짜 지금만 살아요. 미래는 계획은 없고 잘 될 거라는 확신만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아무도 절 불러주지 않잖아요. 자영업자들 힘들다지만 그래도 결국 프리랜서의 숙명은 나를 불러주지 않으면 내가 불러들일 공간을 가져야겠더라고요. 빠르면 1년, 늦으면 3년 안에 공간을 하나 낼 거예요. 쉽게 말해 차세대형 스페인어 학원인 거죠. 제가 제일 잘하는 건 강의예요. 그중에서도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거요. 그렇지만 전 언어 교육뿐 아니라 사회 문화에 대한 지식, 현지 경험도 풍부해요. 그래서 모두 녹여내고 싶어요. 기존의 일방향 스페인어 학원이 아닌 스페인어도 배우고 문화적인 체험과 교류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을 갖고 싶어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제 진짜 유튜브 할 거예요. 책을 두어 권 더 내려고 출판사와 기획 중이고요. 공간이 생기면 홍보를 해야 하잖아요. 최대한 플랫폼을 많이 확보해두려고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일부러’ 20대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찾아 듣습니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 언니네 이발관이나 검정치마, 김동률, 이소라의 노래 중 좋아하는 곡들은 다 지금의 저보다 어린 나이에 쓴 것들이더라고요. ‘요즘 그 나이 때의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가사를 통해 그 감성을 엿보기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윤지영 앨범을 자주 들어요. ‘우우우린’, ‘언젠가 너와 나’를 듣고 깊이 공감했어요. 나도 대학교 때 남자 친구 사귀면서 이런 생각 했었는데! 하고요. 사실 20대의 사랑과 30대의 사랑은 다르잖아요. 그때로 돌아갈 순 없지만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깨우고 다시 느끼는 거죠. 그런 과정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정서적 세대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왠지 뿌듯하기도 해요. 2000년생 멕시칸 싱어송라이터 Ed Maverick의 음악도 항상 플레이 리스트에 있습니다. 정말 천재 같아요.  


[6,000만 플레이를 기록한 그의 음악 하나 듣고 갈까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스페인어, 중남미 사회문화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그냥 국선아 2) 스페인어 좋아하는 애 3) 중남미 좋아하는 애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1년을 더 살라고요? 사양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너 괜찮니?

A 아마도?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몰입하기 위해 몰입하기 좋은 대상을 찾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 유튜브 영상도 많이 봐요. 전 지금 몰입 자체가 너무 필요해요. 집중력만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몰입력도 같은 거거든요. 올해는 책도 써야 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해서 워밍업하고 있어요.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언젠가 라틴아메리카에 꼭 가보세요. 가기 전엔 스페인어도 조금 배워가세요. 그리고 그때 저를 기억해주세요.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국선아(끌라라)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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