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86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86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정지현. 어느덧 10년+a (맙쏘사!)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디자인 작업을 비롯해 300여 권의 단행본, 매거진, CI, MD를 디자인했습니다. PUBLY에서 도쿄 아트북페어 프리뷰 리포트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근속 10주년을 기념해 북디자이너로 일해온 김영사 출판사를 퇴사하고,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즐거운 생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가슴속에 품고만 다니던 사표를 비로소 던진 일! (물론 공손하게 냈습니다만)
10년을 만나오던 애증의 회사와 헤어졌습니다.
오래 몸 담은 직장이니만큼 업무를 수행함에는 불편함이 없었는데,
바로 그 안락함이 나를 성장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항상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독립을 염두에 둔 퇴사는 아니었지만, 그 결정이 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 것은 사실입니다.
2019년, 디자인 스튜디오 <즐거운 생활>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으로 사파리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유독 실패하는 연애/관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마음이 병들어 약 값이 더 드는 관계가 끝나고, 저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깨져버린 독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는 나를 재건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그런 저를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척 용기가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나를 도와 달라는 이야기를 난생처음 해보았습니다.
나의 어려움과 약함에 대해서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섣부르게 격려하지 않았고, 제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기다려 주었습니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어느새 저는 일어나 걷고, 뜁니다. 생각을 하고, 웃습니다.
없었으면 좋았을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어쩌면 제 인생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 바뀌고, 참된 관계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당신의 삶은 그대로 충분하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바닥에 있던 저를 일으켜 세운 말이기도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도 덧붙이겠습니다.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저는 멘탈이 흔들릴 때 정신 치료에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봅니다.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진 않지만 스치듯 지나는 어떤 대사, 장면에서 나의 부분을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이건 일종의 연극치료에 가까울 수 있는데요,
화면 너머의 상황을 통해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마주하고 상황을 바로 이해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킬미, 힐미> <멜로가 체질> <영혼 수선공>을 추천합니다.
보는 것 이외엔 계획에 없던 근거리 여행을 추천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버스 종점 여행을 즐겨했는데요(종점에서 종점까지),
버스에서 음악도 듣고 꾸벅꾸벅 졸다가 잠에서 깨어 창 밖 구경도 하다가,
모르는 정거장에 훌쩍 내려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남의 동네를 산책합니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정체된 일상의 리듬을 살짝 흔들어 줄 수 있습니다.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1) 가수 윤종신
2) 관찰 대상
3) 업력에 안주하지 않고, 나이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는 사람.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사소하게 커 간다’
이 말은 이십 대 초반 나 스스로를 위해 만든 말인데요,
뒤돌아 보았을 때 성공보다 성장에 방점이 찍히는 인생이(었) 길 바랍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5살 때 ‘업’의 큰 방향을 결정한 후로 다른 장르의 일에 관심을 둬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보니 왜 그리 꽉 막힌 어린이 었는지 좀 묻고 싶네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순발력 혹은 임기응변에 능합니다. 쓰고 보니 사기꾼 같네요...(...)
저는 지구력이라든가 인내심 같은 것과는 1도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왔는데요,
대신 단기 프로젝트에서 유의미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우다다다 추진하는 힘은 센 편입니다.
그리고 흥미가 동하는 일은 약간 끝을 보는 타입입니다. 나도 모르게 덕후가 되어 있달까?(에헷)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0대의 저는 모난 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는 모난 돌입니다. (앜?ㅋㅋㅋ)
저는 아마 여전히 모난 돌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항이 많아 돌돌돌 굴러가기 참- 쉽지 않습니다.
어릴 때와 비교해도 저의 가치관과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기술이 조금 유연해지긴 했어요.
아, 예전에 만나던 친구가 헤어지기 전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건 욕인가요 칭찬인가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디자인한 책을 처음 받아 드는 순간인데요,
며칠간 가까이에 두고 쓸어보고 또 쓸어봅니다.
지금껏 만든 책이 300권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심하게 설레는 걸까요.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 한 여전히 설레길 바랍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현업에서 디자인 실무를 가능한 오래 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돈 안되지만 재밌는 일, 또는 디자인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1) 제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이슈를 위한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라진 것들> 젠트리피케이션 프로젝트)
2) 찌라시상점 (디자인 프로젝트)
3)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디자인 실무를 회사 선배처럼 가르쳐 줄 수 있는 워크숍이나 강의를 합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어디를 가도 인쇄된 종이를 보면 뒤적여 본다던가, 주워 옵니다.(...)
전시나 아트페어, 여행 등을 다녀오면 찌라시를 소중하게 챙겨 오는데,
이 찌라시들을 모아 <찌라시상점>이라는 찌라시 디자인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습니다.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잘 만들어진 시각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시각물을 모으는 것은 취미인 동시에 직업병인데,
잘 만들어진 시각 콘텐츠가 보여주는 기획의 완성도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예: 정말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영상이라고 생각했던 비행기 기내 안전 교육 영상)
KLM 네덜란드항공의 기내 안전 교육 영상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3개 이상)?
좋은 대화 상대 / 즐거움 애호가 / 호기심 천국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1년에 걸쳐 걷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40일 언저리면 완주하는 코스지만,
발에 물집이 잘 잡히는 편이라 내 발을 소중히 하며 하루에 딱 한 시간만 걸으면 어떨까요?
그 길의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아. 쓰다 보니 정말 하고 싶어 졌다아아 아.)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고 싶나요?
A 비 내리는 노천탕
ㅡㅡ
이십 대 첫 해외 배낭여행지였던 도쿄에서 맞은 비 오는 아침.
텅 빈 노천탕에서 비를 맞으며 온천을 즐긴 시간이 종종 생각납니다.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제가 할 수 있는 디자인의 범주를 넓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면 해보지 않은 장르의 작업에도 ‘도전’ 해야 하는데요,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것들이 기초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기초를 다지는 중입니다.
다른 장르에 계신 분들께 만남을 청해 배움을 얻기도 하고, 책이나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 배움을 줍줍줍 합니다.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돼지갈비에 흰쌀밥을 최고로 칩니다. 맛있는 거 드세요. 화이팅.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정지현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