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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뭐했니? 도시기획자 박주로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87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87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박주로, 8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3년 차가 된 도시재생기업 로모(ROMOR)를 운영하는, 8년 차 도시기획자입니다.

법학을 전공하고,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의원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나 경기도, 경상남도와 같은 지자체를 감독하는 일의 일부를 담당했습니다. 우연히도, 300개의 의원실 중에 소수자 인권, 다양성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입법 제안을 하는 곳이었어요. 매일이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젠더, 장애, 동물보호, 이주민 등과 관련된 사고의 확장이 있었고, 각자의 정체성,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싶어 졌어요. 각자의 역할이 있을 텐데 저는 법과 제도의 개선보다, 아주 가까운 곳부터 작은 사례를 직접 만드는 일을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ROMOR는 ‘Room for more, the better together’의 약자입니다. 누군가는 도시, 사회를 외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성, 개인의 공간이라는 점을 담아낸 회사명이에요.


영등포 청과시장 구석에 누구나 주인이 되는 커뮤니티 바 삼만 항(@sammanhang1)이라는 다분히 특이한 공간과 울릉도에서 새로운 경제기반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는 울릉살이, 울릉로드(@my_ulleung), 4년 동안 방치되던 아파트 빈 공간을 되살려, 서울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서울하우징랩(@seoulhousinglab)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한 일과 그 이유는?

회사를 만든 것이죠. ‘무중력지대’와 ‘스페이스 노아’를 만들었던 동료와 창업을 결심했어요.

삶에서 개인성이 잘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것들이 모인 도시에서 개인성의 실현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이런 것을 극복하는 도시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회사를 설립했어요. 화려하진 않아도, 작은 부분에서 우리의 문제의식이 비즈니스로 구현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어 기쁩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더 나은 ‘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기에 지친 순간에도, 다시 용기를 냅니다

https://brunch.co.kr/@romor/9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가장 최근에는, 3년 동안 준비한 울릉도 빈집프로젝트가 무산된 일이었어요. 저와 팀의 실수는 아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금전적으로도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핵심사업인 만큼, 함께 노력한 동료들이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까 걱정도 되었고, 뱃멀미, 힘든 출장길을 견뎌내며 노력한 모든 과정이 무산되는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도 힘든 순간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이 과정을 알고 있던 동료와 지인의 위로와 이를 계기로 울릉도 및 로컬 사업을 더 제대로 만들어 나가도록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힘을 준 동료 덕분에,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울릉도 사업 자체를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네요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가능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가진 여러 자원 중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편입니다. 그것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열심히 찾습니다.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건? 왜요?

추천이라기보다, 지극히 비논리적으로, 의식하지 못한 순간 위로와 힘이 되었던 것들이 떠올라요.

1) 영화 Forrest Gump(포레스트 검프) Soundtrack에서 Main Theme.

힘든 감정이 들 때 찾아 듣는 편이에요. 특히, 겨울에서 봄이 찾아오는 시기에 말이죠. 많은 작곡가들이 편곡을 해서,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저는 꼭 Alan Silvestri의 원곡을 듣습니다.


[들어 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FcOt6mfjxe


대학 입학 전까지 휴대폰이 없었어요. 대신 중,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신입생 MT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늦잠을 잤던 걸로 기억해요. 점심 즈음에 봄기운 가득한 햇살에 눈이 부셔 일어났어요. 그때 새벽에 라디오를 들으려고 귀에 꽂아 둔 이어폰이 아직 그대로 귀에 남아 들려오는 이 노래, 20살 그때의 설레던 감정을 잊지 못해요. 참 유치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생활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2) 유튜브를 통해서 알게 된, 미니멀 유목민 여행작가 박 작가의 채널과 그의 저서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를 동시에 추천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박 작가와 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알고 난 뒤에, 책을 보아서 그런지, 책이 흡입되는 것처럼 읽혔어요. 박 작가는 분명 단순한 삶, 느린 삶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풍족함을 누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 삶에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정돈된 시간과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때때로 찾아오는 이유 모를 분주함이 새로운 영상 업로드 알림과 함께 사라짐을 느낍니다.(종교인가)


https://www.youtube.com/user/parkkunwoo1984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저는 정말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받아요. 꼭 깊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배움을 얻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영향력은 그 정도의 빈도는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는 의식적으로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당장 안 보이면, 오리지널 디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찾으려고 노력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삶이에요. 그렇기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누리는 것,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이웃도 함께 그것을 누리도록 가능한 많은 노력을 하는 삶이 가치롭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우선 내 존재를 귀하게 다뤄주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 일인가요?

사업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내가 하는 일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저는 방향은 하나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 중에, 정말 많은 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일을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저에게는 긍정의 힘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힘을 지속하는 것도 강합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 달라졌나요?

타인의 장점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 크게 달라졌어요. 20대 초반에도 단점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자라오는 환경 속에서 형성된 나만의 개똥 기준이 많았어요.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지만, 속으론 많은 판단과 정죄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도 자유로워졌어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을 공동체가 극복하는 경험을 할 때

내가 가진 편견이 하나씩 사라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느낄 때

내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남도 맛있어할 때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임팩트 투자자 & 아마추어 천문학자


14. 13) 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의 일을 잘 해내고, 조직을 잘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정도 뒤에, 천체망원경을 스스로에게 선물로 사주고 싶어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제 분야에 대한 연구보고서나 매뉴얼 등을 공개하는 일이에요. 읽는 것과 작은 메모는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되어 있었지만, 내 전문분야에 대해서, 꾸준히 글을 발행하고 싶었어요.

분명히 주세법이 개정되거나 크라우드펀딩법이 통과되어 관련 산업이 등장한 것처럼,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도 멀지 않아 큰 변화가 있고, 산업으로 자리 잡는 때가 곧 올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전 그런 사람이 아녔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 하는 약속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도시와 공간, 그리고 운영과 관련된 전문 보고서를 지난 5년 간, 매년 2건 이상 공식적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습관도 생겼어요.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에 대해 집요할 만큼 많은 데이터를 습득하고, 학습하려고 노력합니다. 도시기획, 재생, 공유재산, 로컬과 관련된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 그리고 직접 사례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다시 또 적용하는데 시간을 상당히 할애합니다.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1) 8년 간, 8개의 공간을 만든 이야기

2) 한 달에 한 번, 주드로여행사

- 스카이스캐너보다 유럽 항공권 싸게 구하기

- 남미 항공권을 46만 원에 예약하기

- 울릉도 만끽하기

3) 재미없는 공유재산법 쉽게 이해하기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꼭 필요한 오지라퍼 2) 변화를 만드는 사람 3) 매력적인 사람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서울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 1년 간 체류를 할 거예요. 그리고, 새로운 일을 하기보다는, 지난 인생에서 한 번은 어설프게 시도했지만,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을 차분하게 하나씩 다시 도전해 볼 거예요


20년째 실력이 제자리인 어쿠스틱기타, 피아노, 별자리 공부,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 그 밖에 ENFP 몸뚱이를 스쳐 간 수많은 취미생활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운전면허가 아직도 없다며?

A. 아직 없는 것도 나름 매력 있지 않나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창업 3년 차, 좋은 조직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더 커집니다. 내가 일을 잘하는 것과 기업을 운영하고, 조직이 성장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있어요. 제법 괜찮은 전문경영인이 되고 싶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언을 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찾지 못했어요. 요즘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많은 동료들에게 직접적인 조언과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제법 쓸모 있는 회사가 되고,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보람을 주는 회사가 되면 좋겠어요. 나머지는 덤.


22.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늘 과묵하고 싶지만 수다스럽게 태어난 덕에 글도 길어졌네요. 그럼에도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영등포로 편히 놀러 오세요 :)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박주로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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