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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세심하게 다룬다, 민박집 주인장 장호진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89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89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장호진 15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큰 회사에서 일하면서 작아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회사에서 10년간 다양한 일을 하며 보냈어요. 더 이상 작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아니 '작아져도 괜찮아'라고 생각이 들 때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430일간 아내와 여행을 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게스트로 지냈던 경험으로 호스팅을 시작했어요. 5년간 열다섯 개의 민박집을 세팅하고 꾸미면서 이케아 제품을 많이 썼는데 그만 이케아의 제품들을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이유로 지금은 이케아에서 코워커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케아 쇼룸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손님들이 쇼핑을 할 때 쓰는 툴들을 정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이케아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예요. 좋아하는 제품을 가까이서 보고 그 제품에 관심이 있어 찾은 고객들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다시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첫 회사를 다닐 때도 회사가 만들어 내는 제품이 너무 아름답고 자랑스러웠어요. 제품에 대한 애정과 그 애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고객 접점의 장에 서있는 기쁨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됩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첫 회사를 다닐 때는 실수하면 안 된다, 책임질 일이 발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늘 실수하고 늘 책임질 일이 생깁니다. 사회 초년생 때는 그것이 굉장히 두려운 일이었어요. 순간적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상황을 상사와 동료들에게 숨기고 어떻게든 아무 일도 없었던 일처럼 만들려고 뒤에서 진땀을 빼는 일이 이어지죠. 그런데 어느 날 팀장님이 호출해서 제가 맡은 일을 물어보시는데 제가 실수한 게 보였습니다. 그때 그 순간이 기억납니다. '이건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하고 말한 그 순간.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말이죠.


아직도 저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실수하며 삽니다. 그리고 때론 비겁한 길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모면할까, 왜 도망가지 못했을까 하고 숨지 못한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인정하지 못했을까, 왜 책임지지 못했을까 하고 들어내지 못해 괴로운 사람이 되기를 노력합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개인적 경험으로 어떤 일들을 정해진 시간에 지속해서 할 때 슬럼프를 이기는데 유익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기도하고 책을 읽고 하는 일들을 지속하다 보면 고민을 멈추게 되고 결국 평정심이 돌아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시간엔 꼭 몸이 움직이도록 강제성이 있으면 더 효과적이었어요. 여행 때의 경험을 되살려 보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 가장 고민이 많았는데 열차 안에서는 창밖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저녁이 되면 잠을 자고 하는 일들이 루틴이 되면서 고민, 무기력감 등이 사라지는 걸 경험했어요.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건? 왜요?

스콧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추천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스콧펙은 지금까지 만났던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왜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더 힘겹게 삶을 살아 내고 있는지 풀어냅니다. 흔들리는 삶을 잡아 줄 밧줄을 만날 수 있어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저는 신을 믿습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온 신이에요. 세상이 이해되지 않고 분노가 차오를 때면 그분은 어떻게 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분에게 묻습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환경이 강요하는 법칙에서 멀어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 교육은 이렇게 해야 해, 투자는 이렇게 해야 해 하는 법칙들을 따르다 보면 결국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조.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명확하진 않지만 그게 무슨 일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대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코로나로) 외국인들이 오지 않는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게스트 하우스나 이케아 제품들이나 사실 모두 공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상대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힘. 저는 취미로 사진을 찍어요. 사진이 위대한 이유는 그 대상을 바라보는 촬영자의 이해가 담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친구들이 가장 예쁠 때의 그 순간을 잘 포착하는 편이에요(순전히 제 생각이에요 ㅋㅋ). 당신은 정말 예쁘다고 사진으로 말해주는 그 힘이 제가 가진 ‘센’ 힘입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나의 실수뿐 아니라 상대방의 실수를 보는 가치관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초년생 때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안도하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안 걸렸어’ 하면서 말 이죠.


실수를 조금 더 세심히 다뤄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실수에 따른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조직과 개인에게 상처가 남거나 배움이 남거나, 하는 거 같아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좋은 것을 나눌 때 보람을 느낍니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할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은 게스트에게 지낼 곳을 안내할 때에요. 여행자에게 잘 준비된 방과 시설들을 소개해 줄 때 혹은 이케아 제품에 대한 질문을 친구들에게 답할 때, 가족들의 사진을 찍고 나눌 때 행복합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레지던스 호텔을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여행길이 끊겼지만 여행자는 돌아오고 잘 정비되고 준비된 숙소는 말 그대로의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지금은 흩어져 있는 민박집들을 한데 모은 정도의 작은 규모면 좋겠습니다.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들이 실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꾸준히 방문하는 게스트들의 성향과 한국에 오는 여행객들의 needs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 하면 여행자들의 몸과 마음을 더 잘 쉬게 할 수 있는 숙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겠죠?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세상 모두의 습관이 되어 버린 ‘사진으로 기록남기기’가 습관입니다. 무언가 남기고 싶은걸 보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의 사진 앱을 켭니다. 글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데 이건 잘 안돼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이케아 제품으로 에어비앤비 유닛 꾸미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꾸민 민박집들을 예로 민박집 인테리어, 가구 배치 등의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3개 이상)?

매력적인 아빠 / 재미있는 남편 / 몸짱(이건 정말 희망)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다시 여행. 아내와의 430일간의 여행은 지금 다시 해보라면 가능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그때는 세계를 지배하는 바이러스도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습니다. 그 여행으로 무엇을 남겨야 하는 절박함도 없었어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며 평가받지 않는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습니다.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지금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A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크기는 대한민국 남한의 크기와 거의 비슷해요. 해안을 따라 한 바퀴를 도는 여행을 했어요. 섬 안쪽 내륙을 하이랜드라고 하는데 이곳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불의 나라 그리고 얼음의 나라이기도 한 아이슬란드의 더 깊은 곳으로 탐험하고 싶습니다.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사실 지금 제가 몰입하고 있는 것은 스트레칭이에요. 아직 아이가 4살인데 아들의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를 잘해 내고 싶어요.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을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할 때 아프리카에서 만난 네덜란드인 아주머니는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호진, 세상엔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많지? 하지만 이렇게 네 눈으로 보기 전까진 그건 네게 아무것도 아니야”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장호진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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