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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밌게 악기를 나르고 싶다, 페이지터너 홍원근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97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97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홍원근 22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모두 음악에 관한 일이었어요. 대학교 4학년 2학기부터는 패션쇼 음악 디렉터일을 했고, 2002년부터는 뮤직시티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했습니다. 인터넷 음악 듣기 서비스, ARS 음악편지, 공연, 음반 제작, 매장음악 서비스, 위성 DMB 방송 CP까지 음악에 관한 일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그중 제일 많이 기억하실 만한 서비스는 싸이월드 BGM 서비스 정도일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 인생 마지막 회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페이지터너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Pageturner는 연주자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요. 재밌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을 일컫기도 합니다. 첫 번째 뜻으로 재즈와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아티스트 브랜딩, 음반 제작, 출판 등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일을 하고 두 번째 뜻으로 서울숲재즈페스티벌, 라운드 미드나잇 등의 축제와 공연을 열고 음악서점 라이너노트, 文樂 HOM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저희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Heal Your Life with Music & Books 가 저희 캐치 프레이즈예요.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2017년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을 시작한 게 딱 3년 전이네요. 여전히 너무 힘든 일이 많지만 제일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 해가 갈수록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30대 초반에 운영하던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제 주위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 것 같아요. 몇 년은 남들을 원망하고, 몇 년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겸손하게 남들 부러워하지 않고 묵묵히 가고 싶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인가?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 페이지터너의 제일 큰 목표입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해 줄 말이 없어요. 왜냐하면 얼마나 힘든 줄 아니까요. 대신 같이 음악이나 듣고 술은  마셔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능한 한 많이.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1)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한창훈 작가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그리고 존 버거의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2) 내 가슴 음악

오늘은 Wolfgang Muthspiel의 Huttengriffe라는 곡이 너무 좋네요. 더 많은 음악을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文樂 HOM위로하는 음악감상실에 참여하시거나, 음악을 배달하는 페이지터너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주세요. 


3) 사진 : 페이지터너의 많은 포스터와 앨범 재킷 사진을 맡아주시는 음악가 출신 송철의 작가의 모든 사진. 한번 보시면 빠져나오지 못하실 거예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박미리새, 페이지터너의 대부분의 색깔을 결정을 하시는 디렉터세요. 패션 홍보일을 하시다가 음악판에 뛰어드셔서 요금 거의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계시지만 ㅎㅎ 그분의 강력한 호불호를 배우고 싶습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앞가림도 잘하고 오지랖도 넓은 이기적 이타주의자로 살고 싶어요. 아직도 둘 다 잘 못하고 있습니다. 둘 다 잘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세상에 다른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음악 관련 일을 한다고 항상 멋진 녹음실이나 회의실에 앉아 있을 수 없고 공연장에서 악기를 나르거나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도 자주 짐을 나르거나 뒷정리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어떤 짐을 나르는지 어떤 뒷정리를 하는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언젠가 악기를 나르거나 공연장 정리 같은 실무를 하지 않는 때가 온다면 슬플 것 같아요. 그땐 분명 몸이 안따르는 때일 테니까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잊어버리는 힘. 제 기억력이 좋았다면 분노와 억울함으로 더 괴로웠을 거예요. 술 한잔 마시고 푹 자고 나면 잊어버릴 수 있는 성격이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 같아요. 영원히 잊지는 못하지만요.



11.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설레는 마음이 드러난 얼굴로 공연장에 들어오는 관객을 볼 때.

행복한 얼굴로 공연장을 나가는 관객을 볼 때.


12.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인생은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요즘엔 9회짜리 야구경기를 100번 정도 해야 인생이 끝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어떤 일을 하던 나무가 많은 곳에서 지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13. 12)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사무실의 나무와 잡초를 관리하려고 하고 있는 정도.



14.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보지 못했던 도움들을 더 보고 싶어요. 쓰레기를 치워주시는 사람들처럼 우리의 주변은 항상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잖아요. 그걸 지금까지 고마워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나의 뒤처리를 해줬기 때문에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감사하는 맘이라도 더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5.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셀프 인테리어의 기초.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위로하는가.


16.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친구 같은 아빠 2) 친구 같은 아들 3) 친구 같은 남자



17.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질문을  잘 이해 못하겠어요. 1년 동안 세상은 멈춰있고 나만 뭔가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일년 더 생명연장을 한다거나.. 일 년간 유급휴가 같은걸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그게 뭐든 무슨 일을 해도 너무 행복하겠네요.  


18.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질문) 가장 좋아하는 인생 명언은 모라고 생각하세요? 

답) 원경은 풍경이고 근경은 전쟁이다.라는 말을 자주 생각해요. 자기의 분야를 묵묵히 이뤄가고 있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부러워하지 않으려 해요.



19.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페이지터너의 큰 그림. 이게 잘 되면 저는 더 재밌게 공연장에서 악기를 나를 수 있게 됩니다.


20.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행운을 빌어요. 건강하시구요.


조동익 선생님과 함께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홍원근 (행)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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