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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가들의 이름과 흔적을 남긴다, 스페셜아트 김민정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98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98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김민정 15년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미술’과 ‘남의 얘기 몰래 듣기’ 재능을 가지고 조각가, 미술치료사를 업으로 지내다, 한 인연을 통해 장애문화예술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가들의 ‘이름과 흔적을 남기는 예술을 위하여...’라는 예술철학을 가지고 장애 작가 에이전시인 ‘스페셜아트’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페셜아트는 발달장애 작가들을 위한 ‘특별한 예술가의 특별한 작업실’과 장애·비장애인이 모두가 이용 가능한 스페셜 메이커스 ‘모두의 제작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하늘 날다, 패러글라이딩. 지난 3년간 일 밖에 안 했어요. 그러다 작년 연말 번아웃을 경험했죠. 매년 일중독이다 싶을 정도로 일을 했는데, 심리적으로 번아웃된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그때 소개로 코칭을 받게 되었는데, 회사 일 말고 나를 위해 하는 일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남들 흔히 하는 쇼핑도, 여행도, 돈 모으는 것도. 코칭하며 나를 위해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했더니 하늘을 나는 거였어요. 바로 실행했어요. 첫 비행을 하러 산 꼭대기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 비를 맞으며 하늘에 머무는 시간이라. 그 적막함과 고요함 속에 펼쳐진 자연의 모습 뷰 좋은 엄마 자궁 같은 느낌. 피부에 닿는 비와 그 정적.


딱 한 시간만 더 있고 싶었는데, 1분에 만원 꼴이라. ㅋㅋㅋ 조용히 내려왔어요. 너~~~ 무 잘한 일이요. ^^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일들. 

입 다물고 지내는 게 미덕이다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자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한테 그러면 당신만 손해지 뭐. 나중에 후회할 걸~ 


먼 훗날, 진실을 알면, 오해도 풀리고, 사과도 받고 다 잘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세상은 내 맘 같지 않기에, 내 마음과 의도를 충분히 설명해야 함을~ 적극적으로 나의 뜻을 알려서, 내 뜻과 맞는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함을 배우고 있어요. 예전에 작가 부모님이 어디서 무엇을 듣고 오셨는지, 저를 자기 자녀를 이용한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시고는 함께 일하기 싫다고 했어요. 그래서 모든 추진하려던 일을 다 내려놓았죠. 며칠 후에 그분이 다시 연락 왔어요. 제 페북을 밤새 읽으시고,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다 생각 드셨는지, 함께 일하자고 하시더라고요. 페북에 글 쓴 노고만큼 나의 의도와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했었으면, 결과가 달라졌겠죠?!


각자마다 경험치가 다르고, 마음이 달라서, 결코 방향과 크기가 같지 않다는 것을 혹독한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살아오느라 고생했어요. 애썼어요. 자연의 품에 안기세요. 아무것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자연 안에 잠시. 그간의 고단함을 위로받으세요. 바람이 감싸 줄 거고, 식물이 반겨줄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곁을 내어 줄 거예요. 잠깐, 자연의 품에 안기세요.


전 처음에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었어요. 그런데 다들 바쁘기도 했고, 나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마친 후엔, 문득 그런 내 마음들이 갈 곳 잃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었어요. 문득 책에 있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멋져서, 내가 더 뭔가를 해야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내 마음들이 자꾸 나에게 더 무언가 열심히 살라고 채찍질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가게 된 설악산 등산길에  이거다 싶었어요. 그냥 나는 왼발과 오른발을 이끄는 길에 놓을 때마다, 자연은 그 순간순간 품어주는 느낌이었지요. 그저 나대로 자연의 일부인양 품에 쏘옥 안기는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힘들면, 자연 안에 잠시 들어갔다오라고.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에요.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리는 것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사소한 무례에도 반응을 보인다면, 그 행동은 놀랍도록 커다란 풍선으로 부풀어 오를 것이다. 만약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것을 간단히 치워버릴 수 있다.” 저는 이 글이 너무 와 닿았어요. 화가 나면, 생각하면 할수록, 더 화를 내야 하는 이유들이 막 떠오르잖아요. 이제 걷어치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ㅠㅠ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1) 법륜스님

2) 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들어요. 전 팬입니다. 

3)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내 생각을 다시 설정하는 일!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은 너무 다양하잖아요. 상대를 이해하는 이유가 나를 위함이라면, 못할 일 없을 것 같아요. 일전에 무릎을 탁 치는 사연이 있었는데, 밤늦은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 이야기였어요. 그때 몇 가지 방법을 주셨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시간에 대한 고집, 관념을 바꾸라는 솔루션이었어요. 내 남편은 새벽에 가장 일찍 들어오는 사람이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들이 있을까 생각하니, 한편 참 많은 것들이 해결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쓸모 있는 삶. 태어난 이상 세상이 나로 인해 훼손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한때 제 인생의 한 문장이 ‘잘 쓰이겠습니다.’ 예요. 이것도 법륜스님을 통해 지향하게 된 삶이에요.


미술치료사가 제게 천직과도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문화예술계라는 불모지로 들어온 이유는 장애인들이 미술이라는 재능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 나 같은 사람이 너무 필요해요. 부모님들은 미술 전공자가 아니셔서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잘 쓰이고 싶어요.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뮤지컬 배우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자리에서는 너무 불편해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여행지에 가서는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를 용기들이 불쑥불쑥 낯선 사람들과 막춤도 추고, 흥에 겨워하며 엉덩이도 씰룩씰룩 거리는 걸 보면, 내 안에 차마 꺼내놓지 못하는 정열과 끼가 있는 것 같아요. ㅋㅋ그래서 조금만 더 그 끼가 나온다면 뮤지컬 배우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너무 근사하고, 짧은 시간에 화려하고, 압도적으로 관람객에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감흥을 주는 일이 재미있을 거 같아요. 학부시절 나의 내향적 성격 때문에 무대디자인을 해볼까 하다, 그것보다는 커튼콜 할 수 있는 지나가는 ‘행인 1’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지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감정이입 능력

버스 지하철 타고 갈 때도 남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집중해요. 그리고 어머어머.. 그랬구나... 저 사람 민망했겠다... 어머어머... 감동이겠네~ 등등. 타인에 대한 감각 주파수가 발달해있어요. 아마 우리 발달장애 작가들과도 교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게 이 능력 때문인 듯요. 표정, 몸짓, 기울기, 방향, 목소리 톤 등등, 감정과 관련된 알아차릴 수 있는 감각이 발달한 것 같아요. 동물적 감각?!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0대는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아요. 나도 꽤 복잡 고단한 삶을 사는 편이었지만,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어려울지라도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게 세상이라 생각했어요. 30살에 캄보디아에서 2년간 초등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지내면서, 그 아름다운 세상이 모두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세상은 아직 마냥 아름답지 않고,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너무 많고, 이것을 안 보고 살았구나. 세상을 바꿔보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런 계기로 내가 지나쳤던 나의 힘과 영향력을 알게 되었어요. 이건 높은 능력이 아니에요. 누구든 가지고 있는 힘과 영향력. 다만, 필요한 사람을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도 어느 모임에서는 매번 제게 영향력 주시는 분들에게 받기만 한답니다.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장애인이던 우리 작가의 삶이 예술가로 변화될 때요. 중증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작가의 작품이 큰 건물 벽면에 걸렸을 때. 엄마, 아빠, 할머니, 동생이 함께 눈물 흘렸데요. 아무것도 못할 거라 느꼈던 딸이 자기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냈기 때문이죠. 


10년째 병원 병동에서 생활하는 황성정 작가는 병원 안 환우들을 그리는 화가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어요. 자기 불안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힘이 생기고, 자신이 예술가라는 인생의 동기부여가 삶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게 되었죠. 발달장애 작가들 10명을 기업에 고용시키면서, 장애인이 아닌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만들고, 명절에 선물세트를 들고 가는 뒷모습, 자기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모습. 작가들 때문에 웃고 울지요.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해외 장애 작가들을 만나러 가려고요. 개발도상국에 재능 있는 작가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의 일을 충실히, 잘하는 것.

제 후반부의 삶은 코이카 시니어 단원으로 다시 나가야 한다는 계획을 미리 잡아 놓았어요. 코이카가 가게 해준다면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코 청소(코 후비기) 요. ㅋㅋ 매일 깨끗하게 닦아내요. 깨끗해진 터널로 다음 ‘숨’이 잘 호흡할 수 있게.



16. 인사이트를 얻게 된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세상에 어쩌다 만난 인연이 제게 무엇가 중요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나타난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특히 택시 아저씨. 말 거는 누구나요. 때론 내가 먼저 말 걸 수도 있고요. 삶이 엄청 고될 때, 한 택시 아저씨가 제게 이 고생은 적금을 들어 놓는 거라 얘기하셨어요. 곧 그 적금을 찾는다고. 그때가 사업 3년 차라 도대체 그때가 언제냐며, 호소하듯 물었더니 아저씨가 그랬어요. ‘오늘 안 찾았으면, 내일 찾을 수 있고, 내일이 아니면, 그 다음날 일 수 있어요. 기대하세요.’ 그때 아저씨 안 만났으면, 이 사업을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3개 이상)?

1) 스페셜아트 2) 장애문화예술기획자 3) 세상을 바꾸려는 자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여행. 나의 영혼을 배 불리고 싶어요. 경험 중에 여행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발달장애인 작품이라구요?! 

A - 아니요. 이 작품을 그린 작가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나의 여성 롤모델을 찾는 것. 남들이 잘하지 않는 일을 할 때, 사수가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어떤 모습으로 될지에 대해 너무 막연했어요. 요즘, 좋은 여성 대표님들과 만남을 만들고 있어요. 그들이 일과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책임져가는지 배워가고 있어요. 미혹한 불혹이 된 제가 지천명과 이순에는 그 경지에 도달했으면 해요. 함께 가는 직원을 챙기는 법, 고객을 챙기는 법, 사업을 챙기는 법, 대표의 삶을 챙기는 법...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것도 인연인데, 상도역 4번 출구 앞 스페셜아트에 놀러 오세요. 차 한잔 내어드릴게요.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김민정 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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