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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촌놈아 크게 흥해라, 예능PD 류호진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99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99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류호진 17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패션잡지사의 객원 에디터로 시작해서 방송사 예능피디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TVN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뭔가 재밌는 볼거리가 없을지 고민한 것과, 고민한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뭔가를 끊임없이 부탁하는 일입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대출을 받아 작은 주택을 구입한 것입니다. 가격이 올랐습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대학 시절 학교 방송국에서 활동했었는데, 3학년 가을에 방송제 기획을 맡았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맡았던 연출이자 PM이자 리더였습니다. 5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일을 시켰고, 저에겐 (당연히) 체계나 요령이 없었습니다.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견디기가 좀 어려워서 군대를 갔습니다. 그것이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대안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저를 도와줬던 사람들은 그 기간을 낭비했다고 여길 수도 있고 혹은 뭔가 배우기도 했었겠지만, 대체로는 곧 잊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안하게도 제 자신은 그들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알았고,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기술, 예절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모르는 일을 하려 할 때는 그 일을 이미 해 본 누군가를 다섯 명 이상 만나보라, 는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그렇게 배울 필요는 없었을) 교훈 것은 것들. 이러한 몇 가지 원칙은 지금의 제 삶에도 유효합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일단 지금 슬럼프라고 생각되는 일을 (가능하다면) 쉬라. 임박한 마감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면 연기하라. 불가능하다면, 남들의 실패를 많이 관찰하라. 당신 자신의 기대만큼 멋있게 잘 해내는 타인은 비율로 따지면 의외로 많지 않고, 선두는 계속 교체되는데 당신도 한때는 그랬었다. 우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들이라고 생각하자. 두더지는 여덟 마리지만 올라와 있는 두더지는 언제나 한 개.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1)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by 마이클 피기스. 예쁜 절망은 예쁩니다. 이왕 절망하고 있다면 예쁘게 합시다. 

2) 만화 <슬램덩크> by 타케히코 이노우에. 매우 공평한 판타지. 누구에게나 장점과 약점이 있으며, 모두가 한 번은 코트의 주인공이 되는 아름다운 스포츠 드라마. 

3) 그림 <성 마태오의 소명> by 카라바조.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지금 인생을 얼마나 허비한 상태든, 소명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을 찾아온다.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서수민 선배님 (프로듀서) 

1) 예능과 드라마 제작자입니다. <개그콘서트>를 장기간 연출했고, <1박2일 시즌 3>와 드라마 <프로듀사> <마음의 소리>를 기획했습니다.  

2) 그냥 제일 가까운 선배님이십니다.  

3) 방송 제작의 많은 부분은 엔트리 시절 좋은 선배를 많이 만난 행운으로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입봉을 하고 연출자가 된 이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서수민 선배입니다. 프로젝트의 고/스톱의 타이밍, 웃음의 설계, 프로그램 내적 스토리에 갇히지 않고, 시즌 단위의 큰 틀에서 보는 법 등등. 뭐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유쾌한 분입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탐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유한하므로, 다음 세대를 키우고 가르쳐, 우리의 탐구가 계속되는 데 작은 사슬이 되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경영 컨설턴트나 애널리스트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경제와 경제사에 관심이 많았고, 잠깐 동안 신문방송학을 그만두고 경제학을 공부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세상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망했을 것 같지만.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저는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의 실수에 관대합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프로젝트의 생산성에 종종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그걸 해결하는 데는 필요한 것은 약간의 인내심입니다. 롱텀으로 보면, 좋은 사람들이 곁에 남습니다. 그렇게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좀 더 체계화되었고, 덜 충동적이 되었고, 좀 더 보수적이 되었을까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보람을 느낍니다. 뭔가를 먼저 '알아챘다'는 인정이 그중에서도 특별합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걸 예측하기에 저를 둘러싼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말해도 된다면, 게임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약간 버겁습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없는 것 같습니다. 매일 부모님께 전화드리는 습관을 들이고 싶네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글쎄요. 딱히 강의를 할 만한 내용이 있을까요 ㅠㅠ 매일 아침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긴 하는데 맛이 없어요. 예고 만드는  법? 그런 게 도움이 될까요? 일본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릴 수 있습니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좋은 아들이자 오빠 
2) 좋은 연출가 

3) 함께 있는 시간이 유쾌했던 지인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피아노를 배우고 싶습니다. 1년 정도는 필요하고, 연속되어야 하고, 중년 이후 좀 멋있어 보일 수 있는 템 하나를 장착해야 할 시기라서. 사실 재즈 피아노 듣는 걸 좋아합니다.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질문) 당신은 화창하던 어느 날, 태국의 작은 섬으로 들어가던 배 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자신이 왜 갑자기 울기 시작했는지 스스로도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이해하시나요? 


답변) 이해합니다.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새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잘 되면 사람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사랑해 줄 텐데,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별 얘긴 없었지만, 읽는 동안 즐거운 구석이 한두 군데 있으셨다면 좋겠습니다 ㅎㅎ 코로나가 물러나면 광장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고, 술에 취해 어깨를 걸고 춤을 춥시다.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류호진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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