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no.116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년차인가요?
안녕하세요. 질문술사 또는 시인박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준입니다.
밥벌이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막노동(노가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것도 밥벌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르바이트와 인턴생활한 것도 법벌이일지, 정식으로 정규직 취업한 것부터 사회생활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일반적인 의미에서 밥벌이는 군 전역 후 바로 취업해서 24살부터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해서 본격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나이가 마흔둘이니 만으로 18년 정도 사회생활을 해 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1) [현재하는 일] _ 경영자와 리더를 만나고, 질문에 함께 머무르고, 시시한 시도 씁니다.
- 질문디자인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더 좋은 질문을 탐구하고 나누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잘하고 싶은 조직을 돕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거나, 소소하게 이와 관련된 컨설팅이나 자문을 할 때도 있습니다. 간단한 교육 프로젝트로 끝날 때도 있고, 조직문화 혁신 프로젝트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미 삼아서 더 좋은 질문을 공부하고 나누는 사람들을 부를 새로운 이름을 생각하다가 '질문술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저를 칭하는 이름으로 굳어져버린 듯합니다. 질문술사 = 질문으로 예술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2007년 (사)한국코치협회에서 KPC(Korea Professional Coach) 인증을 받은 후 주로 경영자나 리더 역할을 하는 분들을 위해 1:1 코칭이나 그룹 퍼실리테이션을 하며 밥벌이를 해 오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주제로 한 학습조직(CoP)을 만들어서 리더들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고, 그분들의 팀이 의미 있는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비영리 활동으로는 (사)한국TOC협회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데, 엘리 골드렛의 제약이론(Theory of Constains)을 주제로 TOC Forum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리더십 및 비즈니스 코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14년 정도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 중에도 외부활동을 허락해주신 이전 회사 대표님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 종종 시시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 중에서 남을 위해서 하는 것보다는 온전히 제 자신을 보살피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2) [했던 일] _ 질문 책도 쓰고, 질문 도구도 만들고, 그 전에는 회사 생활도 했지요.
- <혁신가의 질문>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썼고, <다시, 묻다>라는 이름으로 제가 품어온 질문과 80편의 시를 담은 시집을 한 권 냈습니다. 질문에 관한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인데, 아직 진도가 더디기만 합니다.
- <다섯 손가락 질문 카드>라는 이름으로 도구를 만들어 출시했어요. 제가 직접 만든 질문 카드뿐만 아니라, 종종 질문 도구를 만들려고 하시는 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소소하게 자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카드 중에는 학토재 행복가게에서 출시된 가치 탐색을 돕는 <씨앗>카드와 교육 마무리 활동에 활용되는 <배느실Q카드>, 윤영돈 소장님의 <질문 스토리 카드>등 틈틈이 자문으로 참여했습니다.
-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인사팀장>, <교육팀장>, <연구소장>, <전략기획실장>, <사업본부장>등의 역할을 담당했었답니다. 창업 초기에 입사했고, 크지 않은 규모의 회사라서 10년이라는 짧은 직장 생활 속에서 비교적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볼 수 있었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1) 초기에는 질문을 잘하는 분들을 관찰하면서 직접 대화를 관찰하고, 그분들이 주로 하는 질문을 따로 기록했습니다. 코칭이나 상담, 퍼실리테이션 훈련을 받다 보면, 대가들이 실제로 질문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런 기회가 올 때마다 속기로 질문을 기록해 둔 이후, 그 질문들을 다른 상황에서 실습하거나, 조금 변경해서 활용해보던 것이 제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관련 분야 책이 출간되면 거의 사서 보는 편입니다. 간접적인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논문도 가끔 찾아서 읽어보는데, 방법적인 부분의 개선보다는,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나 레퍼런스 체크를 하면서 메시지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 다른 전문가들의 연수도 기회가 되면 참여해봅니다. 질문에 특화된 심화 연수는 거의 없지만, 리더십, 코칭, 상담, 퍼실리테이션을 위한 연수들에서는 대게 질문에 관한 훈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더 좋은 질문을 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워크숍이 좋은 점은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동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서로의 고민과 실천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마스터에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동문들과 나누며 배우는 게 어떨 때는 더 도움이 되더군요.
- 개인적인 훈련으로는 질문을 잘 던지는 훈련보다, 질문에 깊이 머무는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1주일간 질문 하나를 선정해, 그 질문에 대한 제 개인적 사유를 정리하고, 다시 정리하고, 검토해보면서 질문이 제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더군요. 제가 직접 답해본 질문으로, 타인에게 질문할 때 더 큰 울림을 이끌어내더라는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 질문에 관한 강연과 글쓰기도 제가 가진 지식을 체계화, 객관화해 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질문과 관련한 글을 꾸준히 쓰면서 살고자 합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사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제가 코치로서 살아가도록 허락해주신 고객(저는 Player라고 부릅니다)들과의 만남입니다. 그분들의 질문에 함께 머무르거나, 제가 준비한 질문에 그분들이 답하는 것을 보면서 가장 큰 자극과 성장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늘 응원해주셨던 독자들과의 만남이 큰 힘이 됩니다. 이 외에 리스트를 조금 더 정리해 보자면.
1) 사람들 : 엘리 골드렛, 피터 드러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칼 로저스, 찰스 핸디, 피터 센게, 릭 탐린, 윌리엄 밀러, 워런 버거, 켄 윌버, 정남기, 봉현철, 조용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이 떠오릅니다. 더불어 누구보다 어른다운 어른됨을 다시 묻게 만드는 제 두 딸과 마느님(아내)이 제 삶과 일에 가장 큰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지요.
2) 모임/상황/이벤트 : 질문예술학교 모임, 어댑티브 리더십 스터디, TOC Forum, 체인지 메이커들의 모임, 다양한 코치들과의 정기 & 비정기 모임 등. 요즘은 록담 님과 함께하는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랜선으로 이어진 50여 분과의 느슨한 만남을 즐기고 있습니다.
3) 공간 : 노트(의 빈 공간), 페이스북과 카톡 그룹 등 온라인상의 느슨한 연결망, 제주도 올레길, 수락산과 도봉산 (가끔 풀리지 않는 질문을 품고 산에 올라 마냥 걷곤 합니다. 신기하게 걷다 보면 많은 고민들이 명료한 답으로 변하는 경험을 합니다.)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그간 질문과 관련된 실용서 추천을 너무 많이 해온 듯해서. 전문적인 질문 책 보다 문학 책 몇 개를 남겨두고 싶습니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싶은 책들 사이에 제 시시한 시집 <다시, 묻다>도 슬그머니 포함시켜 봅니다.
1) <갈매기의 꿈> _ 세상이 정해준 길을 따르지 않고 의문을 품는 갈매기 조나단과 그의 스승 치앙의 대화에서 '고정관념 및 한계를 깨뜨리는 질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2) <어린왕자> _ 어린왕자는 정말 질문이 많아요! 어른들과 어린왕자의 질문이 얼마나 다른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3) <질문의 책> _ 파블로 네루다라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무리한 시집인데, 질문으로만 이루어진 시집입니다. 이 책을 보고 저도 질문을 품은 시집을 내고 싶었답니다.
4)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_ 풀꽃시인 나태주 님의 산문집입니다. 삶이 외롭고 힘들다고 느낄 때, 나태주 시인의 시와 글은 우리의 삶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따뜻함을 일깨웁니다.
5)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_ '작은나무'라 불리는 인디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소설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매주 일요일에 1시간 정도,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며, 뿌듯한 일 10가지를 적는 일을 10여 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 년에 한 번은 지인들과 하루 종일 1년을 돌아보고, 새해 도전하고 싶은 목표를 탐색하는 날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간 성찰과 년간 성찰 및 새해 목표 수립의 날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지키고자 하는 루틴입니다.
건강한 일상을 위한 다양한 루틴이 있겠지만, 집중적으로 챙기고 싶은 것은 ‘글 쓰는 습관’입니다. 앞으론 말을 좀 더 줄이고,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습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질문 선물 :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를 듣고, 그 질문에 함께 머무른 후, 앞으로 품고 답해볼 수 있는 더 좋은 질문이 무엇일지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선물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2) 시 나눔 : 좋은 시는 지치고 힘들 때 위로와 토닥임을 주더군요. 가끔 만나는 사람에게 제가 쓴 시를 선물하거나, 제가 좋아하는 시를 옮겨 적어 드리곤 합니다. (첨부된 아래 동영상을 재생해 보세요)
3) 잔소리 : 요즘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리더들 중에서는 가끔 쓴소리, 잔소리를 직접적으로 해주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조심스럽게 허락하신 분들에게만 삼가면서 하겠습니다.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1)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함께 일 했던 '깨깨'라는 분이 있는데, 질문을 그림으로 그려주셨어요. 이런 예술적 재능이 있는 분들이라면 기꺼이 협업하고 싶습니다.
2) 요즘은 정말 영상으로 만나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직접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예전엔 가급적 영상이 촬영되는 작업은 싫어했어요.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이 변한 이후에는 랜선으로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고마워지더군요. 앞으로 필요하다면 영상 제작,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 운영 등과 관련해서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를 운영할 때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더라고요. 아직은 홀로 카메라 앞에서 떠드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3) 질문디자인연구소 초기부터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분야별 유용한 질문을 만들고, 이를 책이든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재 정리하는 작업을 해 보고 싶었어요. 일상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 뒤로 미뤄두고 있는데, 출판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과도 협업해서 질문 관련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리해보고 싶습니다.
9. 평생 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1) 자신에 대한 솔직한 태도 - 진솔함
2) 타인에 대한 진실한 태도 - 진정성
3) 변해도 되는 것에 대한 유연함 및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을 오래 지속적으로 지켜내는 힘 - 지속성
성공적인 퍼스널 브랜딩은 껍데기(이름과 평판) 뿐만 아니라 알맹이가 중요하겠지요. 진정성, 진솔함, 지속성에 기반한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서는 '자기 돌봄'(자신을 돌아봄과 자신을 위한 배려)과 '서로 돌봄'(좋은 친구들과의 만남)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질문술사로서 밥벌이하며 일하는 날을 일주일 중에 3~4일만 하는 것으로 제한해두었습니다. 잘 지키지 못할 때도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그 역할에 쏟다 보면 개인적인 삶과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무너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오래오래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지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1) 질문술사 개인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ilwoncoach/
2) 질문술사 브런치 :
https://brunch.co.kr/@ilwoncoach
3) (인터뷰) 어댑티브 리더십이 질문술사를 만났을 때 _ 박영준 소장님 인터뷰 : 제가 진행했던 학습 모임 중 어댑티브 리더십 스터디에 관한 인터뷰입니다.
https://m.blog.naver.com/gingert0403/221577626919
4) (인터뷰) 질문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_ 문독[問讀-질문하는 책읽기]를 주제로 윤영돈 소장님과 함께 했던 인터뷰입니다.
https://www.hankyung.com/thepen/article/80851
5) (박사논문) 프로티언 커리어 태도를 지닌 1인 기업가의 일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 : 김이준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에 질적 연구대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비실명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읽다 보시면 제 이야기를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코로나 블루에 빠져드는 마음을 건져내기 위해 '마음 챙김'이라도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명상이나 단전호흡을 배우겠다고 돌아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어디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저도 종종 우울감에 빠져들곤 합니다.
코로나 19가 다가온 이후 초기엔 쉬어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빼곡하던 일정표에 텅 빈 기록이 있으면, 일중독자인 저의 마음엔 조바심이 일어나더군요. 늘 바쁘게 사람 만나고, 사람 만날 준비하고, 사람 만난 후 성찰하던 것이 일이었던 사람인데, 일상이 비틀리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힘겹더군요. 이참에 쓰기로 한 책 저술 활동에 집중하면 좋을 텐데, 써야 할 글은 뒤로 미루고 틈만 나면 시시한 시를 끄적이고 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해주시는 어른도 있지만, 평생 노예처럼 일하는 것에 길들여져서인지, 쉼 없이 살아오다 보니 쉬어가는 나날이 낯설기만 합니다. 당분간은 이 ‘쉼’이란 친구와 더 친해져야 할 듯한데, 좀처럼 이 친구와 지내는 시간이 익숙해지지 않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저도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우울할 때마다 저와 제 친구들을 토닥이는 시를 끄적이는 게 제겐 큰 힘이 되어주곤 합니다. 좋아하는 시인의 글을 필사하는 것도 제겐 도움이 되더군요. 특히 나태주 시인의 시를 필사하는 것을 요즘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제 시집 <다시, 묻다>에는 흔들리는 마흔 즈음에 답해봤으면 하는 질문을 80여 개 정도 부록으로 정리해두었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질문했고, 이 질문에 기반해서 쓴 시 80편을 모아둔 시집입니다.
그 질문 중 3가지 질문은 지금도 흔들릴 때마다 종종 다시 묻곤 합니다.
1)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너는 누구인가?
2) 삶을 재창조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3) 삶으로 꽃 피워낼 한 단어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시기마다 달라지더군요. 하지만 제가 무엇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초점을 잡을 수 있도록 돕더군요. 이번 질문에 대한 답은 시집 광고 같이 되어버렸네요. 훌륭한 시인들은 대게 좋은 질문을 우리에게 선물하곤 합니다. 꼭 질문 형태로 기록된 것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의 마음을 흔들어 일깨우는 시를 읽으면서, 좋은 질문을 발견해 머물러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저는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에 즐겨갑니다. 다행이지요. 어디를 가든 그런 카페 한 둘 즈음은 발견할 수 있으니깐요. 무엇이든 끄적일 수 있는 포스트-잇 한 장, 텅 빈 노트도 제겐 '제3의 장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끄적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거기에 제 마음을 담아 둘 수 있으니깐요.
제 집 근처엔 <수락산>과 <도봉산>이 있습니다. 갈 곳 없을 때, 생각이 많아질 때 홀로 산길을 걸을 수 있으니, 이 산자락 등산로가 또 다른 소중한 공간이 되곤 합니다. 끝으로 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선물해 주시고, 함께 머물러 주신 록담 님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 질문술사 시인박씨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박영준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