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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같이 무규정 프리랜서, 김울프

인터뷰 프로젝트 no.120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인터뷰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년차인가요?
김울프 (KIMWOLF). 시각디자인이 전공이었던  대학시절, Brand Identity 수업시간의 과제로 누구에게나 기억되기 쉽게 만들어낸 제 이름. 프리랜서(Free Lancer) 라는 말 뜻이 멋져 보여서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한 지 14년이 지났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3가지)

1) 개인적 성취

(1) 10대엔 요트선수를 하며 바다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고, 20대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전국의 바다를 바람으로 일주했으며, 그러는 동안 바다 사진가가 되었고 물속에서 바다사진을 찍은 지 10년째 되는 해에는 첫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제게는 바다로 가는 것이 제 삶의 가장 중요한 (개인적인) 성취이고 목표입니다.


->대한항공 UCC 공모전(일본원정대)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와 추천수로 대상을 탔지만, 곧바로 후쿠시마 지진이 터져 전세계왕복항공권은 얻지 못하고 갤럭시 S 삼성 핸드폰을 부상으로 받았습니다.


(2) 스케잇보드를 타면서 스케잇 컬처에 눈을 뜨고 언더그라운드 씬(펑크, 하드코어, 그래피티)에서 자신의 것들을 만들어낸 친구를 사귄 것,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야든 자신만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습니다. 한 명의 관찰자로서 주변의 고결한 성취를 기억하기 위해서 (글이나 사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 ’ 서브컬처’라는 단어가 장사치들에게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팔리던 2013년, 나 또한 삶의 기로에서 ‘이게 다 뭔가?’라는 생각이 들던 시기였다. 15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친구들은 ‘정신 차린다’라는 표현을 쓰며 하나 둘 떠났고, 용기 없는 나는 떠나지 못한 채로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랬기에 운 좋게 Things we say의 미국 횡단 투어에 동영상 제작 역할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마음들, 돈과 작업의 관계, 주도권을 가지는 것, 책임과 의무 같은 것들이 부딪히고 있었고, 바보같이 제대로 해 내지 못했다. 적당히 카메라를 잡고 하는 척을 했다. ‘혼자서는 해 낼 수 없는 일이야’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 미국의 작은 동네들은 살아있었다. 10대들이 직접 공연장에 나와 밴드들의 취재를 하여 팬진을 만들어 $5~10에 팔고, 스케이트보드 파크 한쪽 구석에서 공연을 앞두고 혼자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기 집의 거실에 친구들을 불러 공연을 하거나 성당이나 교회를 빌려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들에서 공연은 이루어졌고, 공연장은 꽉 차기도 텅 비기도 했다. 무책임하게도 혼자서 감상적인 마음에,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느라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공연을 마치고 드럼 뒤에 설치한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데, 그 날 공연의 프로모터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것을 촬영한 것이다.


-> 사진가, 영상 제작자로 사는 기쁨 중 하나는 , 가슴 터질 듯 뭉클한, 우연히 스치는 순간을 가끔, 운 좋게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돈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멋’의 세계가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아직 서로에게 기대는 숲 속에 살고 있다.


-> IAMTOM <정길준>

-> 주위 사람들의 고결한 삶을 풀어내는 것을 인생의 숙제로 생각하고 있다.



2) 직업적 성취

(1) 사진 촬영

아메리카즈컵 요트대회를 비롯한 각종 요트대회, 에어부산 취항지, 공차 코리아 등 기업을 위한 상업사진, 해외관광청 (마리아나 관광청, 캘리포니아 관광청, 하와이 관광청, 오키나와 관광청, 대만 관광청 등)의 가이드 북을 위한 사진 등을 촬영.


(2) 영상제작

노스페이스, 탐스, 기아자동차, FIAT 같은 기업, 롤랑가로스, The CJ Cup 등의 대회의 홍보/바이럴 영상을 제작했고, 한 시간 정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몇 편 만들어 방송국에 팔았으며, 현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영상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작.

https://youtu.be/CqmMBefGCy0


(3) 글

한겨레 21(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F.OUND 매거진, 101 매거진, 이코노미 조선 등의 잡지에 문화, 여행 칼럼, 론리플래닛,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잡지에 기사 원고 작성.

http://h21.hani.co.kr/arti/COLUMN/234/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그동안 꽤 즉흥적으로 살아와서 남들만큼 시간과 돈을 계획적으로 쓰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계획하기에는 수입이 불규칙, 불안정했고, 제 마음의 변덕도 꽤 심했으니까요. 하지만 얻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능력이 있어서 돈과 시간을 쓰고 싶을 때에는 주저함 없이 썼던 것 같아요. 제가 오래전부터 꽂힌 단어는 '탕진'입니다. 지금까지 모은 돈도 남는 시간도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요.


쓸모가 있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쓸데없는 것(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쓸데없는 것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오히려 자신에게 가장 쓸모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쓸데없는 데에 쓴 시간과 돈이 생각지도 못한 길을 열어주었고, 그러한 필연적 우연성을 더 얻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있는 중입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명사로 답해 주세요) 한 줄 설명을 해 줘도 좋지만, 안 해도 됩니다. 그러니 많이 많이 소개해 주세요.

1) 공간 : kasina, 부산 사직운동장          

부산대학교 앞 스케잇 보드 샵 kasina에서 96년에 스케이트보드를 구입했고, 부산 사직운동장에서 스케잇 보드 타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영화 '미드 90'에 나오는 풍경처럼 스케잇 보드 샵에서 스케잇 보드 비디오를 돌려 보면서 10대를 보냈다. 운 좋게도 한국에 '인디'라는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무렵이었고, 직접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만들고, 잡지를 만드는 형들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주류 소비문화보다는 작지만 강한 '독립' 문화에 눈을 뜨게 되고 삶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2) 공간 : 부산 625 클럽, MTV

스케잇 보드로 알게 된 친구들을 따라가게 된 부산의 펑크락 클럽,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친구들과 라이브클럽에서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극장식 뮤직비디오 카페도 있었는데, 신청곡을 적으면 극장식 스크린에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곳(MTV)에도 자주 갔는데, 어떤 멋을 아는 사람들끼리 한 화면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취향을 함께 느끼는 것이 굉장한 기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 (PLATOON KUNSTHALLE) 
독일 제약사 베링거 잉겐 하임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 PLATOON의 서울 챕터 KUNSTHALLE( Art Hall)에서 예술가, 작업자들에게 기간제로 레지던시 프로그램 Artist Lab의 지원을 받아 소속 작가로 활동했다. 한국 인디 문화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을 했고, 다양한 인디씬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자본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멋의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사람 : 박효준

전국 연안 일주 항해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던 당시, 대학생이었던 효준이. 사진 관련 커뮤니티(slrclub)에 올렸던 요트 대회 사진을 보고 몇 달간의 여정을 함께하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 왔다. 세부적인 계획이 있지도 않았고, 혜택 같은 것도 없었고, 막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때였기에 거절할만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지만 고민 없이 명분 없는 여정에 함께하기로 했다. 30년도 더 된 낡은 배로 바람만을 이용해 전국의 바다를 67일간 항해했고 그 시간이 일생의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 TEDxSinchon 스스로 항해하라  

https://youtu.be/v0Y_MWu9xvQ


5) 이벤트 : 개인 전시회 (사진)

10년간 바닷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몇 대의 카메라가 침수되고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그러는 동안 운 좋게도  마음에 드는 몇 장의 사진을 얻었다. 10년쯤 지나면 무엇인가 되어있을 줄 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다. 가지고 있는 카메라 장비를 팔아 액자를 마련하고 만든 비용만큼을 받아 팔면 다시 카메라를 살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밀어붙인 전시. 하지만 다시 새 카메라를 사는데 2년이 걸렸다. '별을 보려면 불을 꺼야 해요' 전시라는 겨우 작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 많은 직업적인 일들을 포기하는 것. 세 달 동안 갤러리에서 찾아올 사람들을 기다렸고 그들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6) 모임 : 아식스 / SMSB

실연으로 모든 것을 그만두고 하루에 스무 시간씩 잠만 자며 일 년을 보냈다. 내 기분을 챙기려 했으나 끝도 없이 내려가는 느낌. 하고 싶은 것은 하나 도 없고, 쉬어도 쉬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 나를 꾸짖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 하루 종일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깐씩 달리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 이면서도 그리고 가장 쉬운 일이었 다. 그러는 동안 운 좋게 아식스의 글로벌 프로젝트인 SMSB 서울 챕터의 캡틴이 되어 글로벌 앰버서더들과 함께 2년간 활동했다.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 깃든다’(Sound Mind Sound Body- SMSB영문)라는 아식스(Anima Sana In Corpore Sano-고대로마어- ASICS)의 뜻처럼 몸을 움직이는 사이 모든 것이 조금씩 나아졌다.


7) 사람 : 차진엽 (현대무용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운명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 친구 인 비보이 디퍼의 공연 '춤이 말하다- 국립현대무용단'  보러 갔다가 공연의 출연자인 '차진엽' 파트가 너무 멋져서 함께 소개해 달라고 했고, 운명치고는 운 좋게 첫 개인공연의 사진/ 영상 작업을 같이한 것도 큰 터닝포인트였지만, 몇년 뒤에 룰루레몬에서 진행했던 현대무용 클래스에서 '평생을 의식적으로 필요에 의해 몸을 쓰고 살아온 것에서, 몸 가는 대로 마음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면서 인생의 어쩌면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다.


주위 사람에게 주위 사람을 소개하는 것을 가장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 타오르는 불꽃처럼 주저하지 않는 사람. 일생에 한 사람을 추천하라면 이 사람을 추천하고 싶다.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들. 5권(개) 정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영화 : 파이트클럽

스케잇 보드, 펑크락, 그래피티 문화에 푹 빠져있던 10대 시절, 머릿속에는 반달리즘, 아나키즘, 여러 가지 자유의 정신들이 학업보다 강렬하게 자리 잡았고, 이 영화를 통해 옳고 그름의 가치관, 내가 만들어 갈 수도 있는 나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가장 많이 봤던 영화.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2) 책 : 20세기 건축의 모험

GQ잡지에 소개된 것을 보고 표지가 예뻐 보여서 구매한 책, 저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해 적어놓은 책인데 전문적인 지식이 바탕에 깔린 격과 결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의 신념에 관한 부분들이 인상 깊었고 소설 Fountain head, 건축가 Maya Lynn 부분이 좋았다.


3)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천재. 그의 모든 이야기와 화법과 관찰력,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늘 감명받는다.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루틴은 무엇인가요? 일상의 노력은 무엇이 있나요? 습관이 있나요? 혹은 어떤 걸 챙기고 싶나요?

1)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고 싶은) 것
불규칙적인 일상을 불평 없이 받아들이면서 적응하는 것, 다른 일을 포기하고 시간을 내어서라도 꾸준히 필요로 느끼는 만큼은 잠을 자려고 합니다. 제가 게으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충분한 잠이 정말 중요해요. 급한 일이 없을 때에는 하루 9-10시간 정도 잡니다.

2) 갖고 싶은 습관
시간이 나는 대로 달리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사람들이 바라는 것 

-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영상을 만들어주거나 , 글 등을 적어주는 것


2)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것
- 바람으로 항해하는 법
- 물속에 깊이 잠수하는 법
- 큰 파도와 조류와 이안류 속에서 살아남는 법
- 물속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법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1) 우선은 저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안된다고 하는 사람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10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 함께 해야 한다면, 함께 해야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공평한 감각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좋아요.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으면 가치는 없는 것 같습니다.


2) 선택할 수 있다면, 메뉴가 적은 맛집 같은 사람. 많은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 확고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그 지식은 학습으로 얻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얻은 거였으면 해요. 거기에 실험정신과 균형감각이 더해진다면 어떤 거대한 것도 자신만의 해석으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일본식 카레, 파스타, 디저트의 기원은 다른 외국에서 왔음에도 완전히 새로운 그럴싸한 것이 된 것처럼. 자신만의 열쇠를 찾는데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어떤 무엇이 되는 데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무언가가 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인물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한 시간 동안 1,000장의 사진을 찍었다면 어떤 사진을 고를까요? 예쁜 표정, 멋있는 표정을 지은 수많은 사진 속에 한두 장 정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진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의식적인 힘이 빠진 한두 장의 사진이 가장 그 사람 다운 모습,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거죠. 표정에도 의도성이 있고, 행동에도 의도성이 있고, 자신이 추구하는 확고한 컨셉, 고결한 세계가 어쩌면 뻔한 것일 수도 있어요.


스타일이란 남들이 바라보고 분류하는 지점일 뿐, 자신이 정한 의도성을 구현하려고 하면 엉성한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통용되는 공식을 거대한 것처럼 포장하거나, 덧붙이고 더해서 설명하는 건 생명력이 없거나 아주 짧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계속해서 힘을 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공한 사진가나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칼럼니스트가 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어떤 직업적인 것으로 자신을 규정짓지 않았기에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도 제대로 해 낸 것은 없지만 힘을 빼고 파동에 몸을 맡기면 언젠가는 어딘가에 닿을 것입니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1) 인스타 그램 https://www.instagram.com/kimwolf2006/ 

2) 페이스북 :  http://facebook.com/fotounity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문학가는 매 순간을 문학가의 위기라고 그랬고, 미술가는 매 순간을 미술가의 위기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미술은 계속되어 왔죠. 생각해보면 늘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환경에 맞추어 다들 진화해왔고, 썩 잘 해내고 있잖아요. 무서운 세상, 많은 괴담 속에서 걱정하고 비난하며 웅크리고 있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며 면역력을 키우며 스스로 씩씩하게 지내는 것 중에 어떤 것이 살아있는 것인지, 나는 살아남고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만연한 불신과 불만, 불안과 혐오가 바꿀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건 딱하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우린 다시 건강하게 만날 거예요!


BGM: 약속의 장소 <가리온>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용감한 그대여, 무엇이 두려운가?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해외관광청을 상대로 일하게 되면서 얻게 된 저주, 매 순간 사진과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휴양지에서는 일을 하느라 마음이 바쁘고, 마치고 돌아오면 오히려 집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더 휴양을 하는 느낌이 들게 됐지만, 프리랜서에게 집과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는 일터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가 있는 곳에서 눈을 뜨고 있는 한,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음악’이었습니다. 특히 긴 호흡의 음악(클래식)을 들으면 막연히 큰 편안한 공간에 도착한 느낌이 듭니다. 주제부 발전부 제시부라던지, 제 1주제 2주제 같은 내용을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시간적 개념보다는 공간적 개념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곡들을 듣기보다 한두 곡을 늘 듣는데,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베토벤 9번 교향곡입니다. 제 마음은 그곳에 두고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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