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풍요를 위해 애쓴 모두가 자축하는 추석이 되길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no22

22일 차, 9월 28일(월)입니다.

오늘은 '추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써 주세요. 

ㅡㅡ

2년 전. 에세이계의 슈퍼스타, 김영민 교수가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등장했죠. 

https://news.v.daum.net/v/20180921193231682

코로나로 추석 풍경이 많이 바뀌고 있네요.

이제 우리는 '추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르게 답을 해야 할 거 같아요.

뭐라고 답하고 싶나요? 

ㅡㅡ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3년전까진 부모님이 계신 영주에 모이는 날이었다.

2년 전부턴 부모님이 상경하셨다. 두 아들 내외에 손자 둘을 받아내기 몸이 버거웠던 거다. 

그래서 역귀성을 택했다.

우리는 긴 시간 도로 위에 있지 않아도 되었다. 먼저 두 분은 인천으로 오셨고, 다음날 성당 미사를 함께 드리고 서울 동생네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시고 고속버스를 타고 영주로 가셨다.


둘째날 동생네 집에 갈 때는 가급적 차로 모셔다 드린다. 이때는 아이들도 함께 간다. 카시트에 둘이 타고, 카시트 사이에 엄마가 타고 앞자리에 아버지가 앉는다. 카시트 사이가 좁아, 몸이 작은 아버지가 뒷좌석에 앉아야 하지만 손주들과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잘 풀리는 할머니가 그 자릴 대신한다. 이때가 그나마 손자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집에 있으면,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좀 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두 아들 서울 보내놓고, 적적한 반년을 버티고 이렇게 추석에 상봉해 밥 먹고, 과일 먹고, 세상 사는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게 우리의 추석 풍경이었다. 이러던 것이 올해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로 길이 막혔다. 길은 있지만, 갈 수도 올 수도 없다. 자칫 서로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가족과 만나 살가운 정을 나누는 시간인데. 그러지 못하니. 그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얼굴 뵙기 어려운 부모님인데, 참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우린 추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가족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추석일 수 있다. 만나면 안 되는 날이 추석일 수 있다. 그렇다면 긴긴 이 시간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간 그리운 서로를 위해 오가는 시간을 쏟았는데, 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아낀 시간과 이미 존재하는 풍족한 연휴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좋나.


추석이란 만남의 시간이 아닌, 어쩌면 한 해의 풍요를 위해 애써온 모두가 자축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 냄새 가득한 쇼!를 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