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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과 발라드 그리고 치과의사, 김태형

인터뷰 프로젝트 no.144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인터뷰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김태형입니다. 21년 차 치과의사, 정확히는 치과 보철과 전문의입니다. 

보철과는 치아가 빠지거나 잇몸이 녹아 없어지는 등 결손이 있을 때 그것을 보강하고 대체하고 회복해주는 전문 분야예요. 쉽게는 이를 씌우는 거에서 임플란트나 틀니가 익숙하실 거고, 대학병원에서 많이 하는 좀 더 전문적인 보철로는 입천장의 큰 구멍이나 외모를 회복하기 위한 인공 코나 눈 같은 것도 보철과 의사가 재건합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전문직이라 레주메가 단순해요. 모교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하고 공중보건의사 다녀와서 친구와 서울 종암동에 치과를 개업해 16년째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전공 내에서 소소히 진료 외에 한 딴 짓은 공중보건의사 시절은 도 대표단을 맡아 보건 행정 일을 공무원 분들과 같이 해보고, 15년간 임플란트 연구회 이사로 세미나 기획과 행정도 참여해보고, 국민 건강보험 쪽 치과 보철과 자문도 해보고, 모교에 가서 학생들을 코칭해주는 외래교수도 하고, 금년부터는 대한 치과의사 협회 경영 정책위원회 참여도 하고 있습니다. 


메인 잡 외에 딴 짓은 사진을 찍다가 아주 작은 피겨를 가지고 사진 찍는 재미에 빠져 자비로 개인전을 삼청동에서 해서 시원하게 말아먹었는데, 덕분에 초대전으로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키덜트 사진전에 제 사진을 전시한 적도 있고, 홍콩에 진출한 모 국내 화장품 회사 광고 사진을 찍은 적도 있어요. 요즘 하고 있는 딴짓은 집에 책이 너무 쌓여가서 (4천 권 넘은 후로 안세고 있어요) 장서 천권이 넘는 분들 몇 분을 모아 공동 사설 도서관을 만들어 살롱처럼 운영하면 재밌겠다 싶어 몇 분과 궁리 중이에요.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일단 별 액션을 못하고는 있지만 프로젝트 이름도 만들었답니다. '프로젝트 이만권당' 이라고요. 약간 고급진 느낌의 만화인 그래픽 노블을 모으고 그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해요. 페이스북 페이지 '어른의 우아한 만화'에 올립니다  그러다가 고급 문예 잡지(!) 언유주얼 매거진 창간호부터 잠깐 그래픽 노블 소개 기사를 써본 적도 있어요. 꾸준히 미술 관람을 취미로 해왔고 화실도 2년 정도 다닌 적이 있고요. 최근 미술품 컬렉팅에도 관심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강제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넣습니다. 전공 학회에 가입해 매년 참석하고, 기회가 되면 발표도 하고, 세미나나 연구 모임에도 운영진으로 참여합니다. 저와 다른 배경을 가진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같은 일을 하는 분들도 알던 분들 외에 10년 이상 위아래로 차이가 나는 분이나 제 사업장과 다른 방식이나 다른 규모로 일을 하는 분들, 그리고 아예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른 분야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을 해 나가는지를 듣고 묻는 것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그중에 가장 꾸준히 돈과 시간을 써서 하는 것은 독서모임 트레바리 에요. 2016년 1월부터 시작했으니 4년째 줄기차게 하고 있어요. 소셜미디어에도 꽤 시간을 써요. 트레바리 시작할 때 대부분 만난 분들이 페이스북을 하셔서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요즘 블루 탑골이라고도 하던데 그래도 생각을 글로 적어내고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난 분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많이 줘요. 그 외 소셜 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을 하고요.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지인 규모인 로빈 던바의 수를 3배 정도로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가족

2)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신 초중고 선생님들 -강경희, 이종호, 김영철 선생님 

3) 초등학교 보이스카웃 친구들 

4) 여자 친구들 

5) 처음 내돈내산 책 [꼬마니꼴라]를 산 동네 서점 

6) 유년시절 ~ 10대 다닌 교회와 교회 편집부 사람들 

7) 을지로 순환선 (2호선 지하철) 

8) 대학문화원의 2만여 권의 책이 있던 개가식 도서실 

9) 중 3 때부터 다닌 호암 갤러리(현 삼성미술관) 

10) 1980년대 말 ~ 90년대 초 삼청동 

11) 하이텔에서 시작해 페이스북까지 거쳐온 가상공간들 

12) 트레바리 

13) 독세논업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 : 기사 맨 뒤마다 있던 짤막한 재밌는 이야기들은 지금도 한국인 치고는 특이하다고 아내가 말하는 나의 '영미식 유머감각'을 익히게 해 주었습니다


2)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 초 4 겨울 방학에 처음으로 읽어낸 벽돌책입니다. 지적 허영감과 함께 앞으로 무슨 책이든 읽을 수 있겠다 싶은 근자감을 싹 틔워준 책이죠. 


3) 캘빈 S 홀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입문] : 나에게 화를 내거나 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이 마치 기계 부품의 잘 안 맞아 돌아가는 식의 불편함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게 해 준책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잘 관찰하고 차분히 대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죠. 


4) 최영애, 김용옥 교수 번역 [도덕경] : 대입 재수를 하면서 니체와 카프카를 읽으며 뭔가 괴로움에 허덕대던 심신에 안정과 조화를 준 책입니다. '사람이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다 자칫 죽을 수 있어.'라는 신조를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5) 조각가 앙트완 부르델의 전시 : 중학생 때 대학생 누나가 못 가게 되어 넘긴 표를 가지고 혼자 가서 본 첫 호암 갤러리의 전시입니다. 그 이후 쭈욱 미술관과 갤러리를 다니고 최근에 컬렉션을 시작하게 해 준 첫 단추로 기억합니다.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1) 호기심 

2) 내가 납득할 때까지 하는 생각 

3) 가까이 있는 좋은 사람들  

4) 빈둥거릴 여유입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질문하기 : 평균보다 궁금한 게 많고 서슴없이 궁금해하는 편입니다. 

2)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 같이 쇼핑해주기 : 어릴 때부터 누나 쇼핑에 몇 시간씩 동반한 것에 단련되고 저도 옷 입는 것에 관심이 많아 퍼스널 쇼핑 어시스트를 잘합니다. 

3)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치과 보철 환자의 치료계획을 잘 세웁니다. 단체 톡방이나 세미나 등으로 필요한 선생님들과 치료계획 토론 모임 같은 것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4) 뉘앙스나 맥락 파악을 잘합니다. 그것을 비유를 들어 잘 설명합니다.  

5) 간단한 요리에서 맛의 밸런스를 잘 맞춥니다. 

6) 디자인 작업이나 기획에서 컨셉을 명확히 잡는데 도움을 잘 줍니다. 원래 시작할 때 추구했던 목표를 잊지 않고 챙기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7) 소위 두껍고 진도 안 나가는 벽돌책 읽고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독서 중독자 몇 분과 팟캐나 유튜브에서 이런 컨텐츠 한번 해볼까 모색 중입니다. 대중성은 없지만 매니아를 일정 볼륨 만드는 컨텐츠겠죠.   

8) 컴플레인 고객 상담, 살짝 '을' 포지션에서 협상을 잘한다고 조직 내에서 평가받습니다. 최종 수비수 역할이죠.

9) 쓸모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라드 노래 잘합니다.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이미 30년째 친구와 16년째 동업 중이고 아직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 이견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해도 링에서 내려오지 않고 끝가지 서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급한 양보와 '~는 됐고 난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같은 말 아주 싫어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큰 이익을 조금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들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학습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의전을 중요시하는 사람과 안 맞습니다.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컨텐츠를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생각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접하고 생각할 거리를 쓰는 것이고 사진이나 영상은 내가 본 것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보고 느낄 거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타깃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꾸준히 하고 그 과정에서 퍼스널 브랜딩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유명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고 팔로워보다는 제가 배울 수 있는 친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쓰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할 사람이라면 좋아하고 알아볼 글을 쓰려고 하죠. 직업적인 목적이나 팔로워를 만들기 위해 퍼스널 브랜딩을 한다면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되겠죠. 만약 그럴 필요성이 있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면 톤 앤 매너를 거기에 맞춰 바꿉니다.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1)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aehyoung.kim.73     

2)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grincat4       

3) 어른의 우아한 만화 https://www.facebook.com/ComicForGrownup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설마 그 리스크가 일어나겠어?라는 생각보단 그 리스크가 일어나면 어디까지 감당이 될까?라는 질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1) 지금의 흐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뭐지? 

2) 내가 생각하는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나? 

3) 놓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누구에게 알아볼까?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조용한 곳입니다.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김태형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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