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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만들고 권한다. 클래스101 제작PD, 유정아

인터뷰 프로젝트 no.159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인터뷰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유정아. 밥벌이 한 지는 6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1)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클래스101이라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입니다. 이 곳에서 클래스 제작 PD로 일하고 있어요. 크리에이터의 재능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영리하고 세심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합니다. 


2) 그리고 저녁에는 대학원생이 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있고요. 진성 문돌이라 간단한 과제에도 다른 사람보다 서너 배는 더 애를 먹는 중입니다 


3) 추가로, 간혹 글 기고 요청이 들어오면 그것도 감사히 받아서 쓰곤 합니다. 이전에도 계속 콘텐츠를 다루는 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커리어 라인을 횡으로 보면 텍스트 2.5년, 오디오 2.5년, 영상 1년으로 나뉘고, 종으로 보면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권하는 일로 나눌 수 있겠네요. 뉴미디어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글을 쓰고 편집하고 카드 뉴스를 만들면서 처음 2년을 보냈고, 이후에는 오디오 플랫폼에서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듣고 소개하는 일로 또 2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위에서 말씀드렸듯 영상 플랫폼에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고 있고요. 다루는 콘텐츠의 포맷은 계속 바뀌었지만, 사실 하는 일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거나 혹은 좋은 것들을 가공하고 다듬어서 소개하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목적과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큐레이션, 홍보, 마케팅, 제작 등등 여러 가지 이름이 붙긴 했지만요.  


4) 2018년에는 좋은 기회가 닿아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라는 이름의 에세이집을 출간했어요. 이전까지의 삶을 정리해 볼 수 있어 제 스스로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고, 제작자로서는 기획-작성-출고의 전 과정을 전부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개인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후 일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이런 일들을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오래 고민했는데, 지금은 ‘콘텐츠를 만들고 권하는 일’ 정도로 압축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쉽지는 않지만 콤플렉스를 마주 보고 그 근원에 직접 부딪히려 합니다. 학창 시절 소심한 편이었고 그래서 자신 없어하는 일이 많았는데요,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외면하고 지나치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것들이 제 앞에 놓인 선택지를 굉장히 좁게 만들고 있더라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걸 정말 할 수 없어서 라기보다는 못 한다, 잘 모른다는 데서 겁을 많이 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제가 이제까지 당연히 못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서 하나씩 직접 부딪혀 보고 있습니다. 도장깨기(?) 같은 느낌으로요. 해 보고 정말 못 하면 못 하는 거지만, 최소한 그러고 나면 더 이상 겁은 먹지 않게 되더라고요. 예상외로 잘하는 거면 더 바랄 게 없고요. 수학 과학이라면 아예 손을 댈 생각도 하지 못했던 제가 지금의 대학원 전공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실 아직도 처참한 모습으로 된통 고생하고 있긴 하지만 ㅋㅋ 성적이나 실력과는 별개로 더 이상 지레 무서워하고 싶지 않아서 택한 길이거든요. 그 점에서는 유효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나씩 깨 나가다 보면 제가 뻗어나갈 수 있는 풀이 조금은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인턴 기자 : 취준생 시절 <오마이뉴스>에서 한 달 조금 넘게 인턴 기자 생활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뽕(!)을 채우기에도 좋은 기회였고, 실제로도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추상적인 문제의식을 콘텐츠로 기획하는 스킬이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법, 현장의 이야기를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글로 구조화하는 방법론 같은 것들이요. 기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제 직업적 기반을 지탱하고 있는 귀중한 경험입니다. 


2) 2015-2018의 동료들 : 인복이 많아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인데요, 그중에서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은 특히 제게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제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 준 사람들이고, 지금도 자주 만나며 많은 조언을 얻고 있어요.  


3) 낯선대학 y2, y3 : 학교를 졸업한 후 제게 가장 다채로운 경험을 안겨 준 모임인데, 다 설명하면 너무 길고 간단히 줄이자니 어렵네요. 주변에서 물어보면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얘기하고 다닙니다.  


4) 2015년 초, 터키 : 알바비를 탈탈 털어 떠난 제 첫 해외여행지이자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지입니다. (아는 게 없어서) 왕복 항공권만 달랑 들고 갔었는데, 다녀온 이후 삶을 즐기는 방식과 우선순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5) 안수찬 기자의 글 [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 :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잊고 제 삶에서 가장 희망 없는 시간을 보내던 시기, 다시 의욕을 가져야 할 이유를 일깨워 준 글입니다. 출근길에 읽으면서 많이 울었고, 언젠가 이런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부터 뭐라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죠. (https://1boon.kakao.com/h21/poverty)    


6) 공덕 서부지검 옆 배다리 막걸리 : 어느 시민단체의 학생 분과를 하던 시절 매주 모임이 끝나면 여기 모여서 막걸리를 마셨어요. 저렴하고 맛있고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괜찮은 집이었어요. 정말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7) 광화문 교보문고 :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 후 처음으로 평일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 이때 만난 사람들과 상황이 아직 고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던 제 의식을 많이 깨 주었습니다. 


8) 독립 : 계속 부모님 슬하에서 살다 작년 초 처음 집을 얻어 독립했습니다. 1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시간과 생활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9) 문학야구장 : 끝이 안 보이던 취준생 시절의 유일한 낙. 2014년 즈음에는 거의 30번 이상 갔었던 것 같아요. 이력서를 낼 때마다 지는 기분이 들어서, 뭐라도 그날그날 결판이 나고 이기는 걸 봐야 했습니다. 


10) 책 출간 : 우르르 내던져진 삶의 조각을 하나로 꿰어 맞춰 본,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후를 생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저] : 평범하지 않은 심리상태를 치밀하게 묘사하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감정의 폭이 넓은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러시아 고전을 즐겨 보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찬차키스 저] : 제 모든 닉네임과 메일 주소를 zorba로 통일한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모든 것에 마냥 조급해하던 시기에 읽고 큰 충격을 받았었죠 ㅋㅋ 


3)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저] : 책임감의 필요와 의미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책입니다. 학부 때 처음 읽고는 사실 그냥 ‘오 그렇구나’ 정도의 감상만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온전히 제 등뼈에 의지해 서야 하는 시점이 오니 다시 곱씹게 되는 구절이 많더라고요. 


4) 박완서 전집 : 정말 하나만 꼽기가 어려워서 전집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묶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 소설가 중 박완서 선생님을 가장 좋아해 왔어요. 비뚤어진 감정을 그대로 직시하고 쓰는 강단에, 아직도 읽을 때마다 감탄합니다. 


5)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 막장 드라마가 되어버렸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ㅋㅋ 장수 시리즈이다 보니 인물 간의 감정선과 성장 속도가 정말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저는 픽션이라기보다 친구들 회사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보고 있어요.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바빠도 사람을 계속 만나려고 합니다. 대규모도 좋지만, 가능한 1:1, 적어도 3-4인을 넘기지 않는 자리를 계속 만들려고 해요. 사람마다 생각도 고민도 해결방법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제가 조금 넓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홈파티 : 맛있는 술, 음식 차려 놓고 사람 부르는 것 좋아합니다. 편한 분위기에서 노는 걸 좋아해요. 

2) 편 들어주기 : 공중도덕 혹은 법률 질서에 심각하게 위배되거나(?) 상대가 특별히 현실적인 조언을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는 일단 제 앞에서 말하는 사람 편입니다. 두루뭉술하게 추켜세워 주는 것 말고, 굉장히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편들어 드립니다. 물론 듣고 비밀 지키는 것도 잘해요. 

3) 책 추천 (고전) : 고전 문학을 좋아하고 나름 이것저것 읽어 본 편이라,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4) 예쁜 자기소개 만들어주기 : 여러 가지 일화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작업들을 오래 해 와서, 산재된 사실들을 예쁜 스토리라인으로 엮어드리는 일을 잘합니다. 자기소개서 작성과는 좀 달라요.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1)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진 사람 -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질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2) 모든 협의에서 선의를 전제하는 사람 -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대의 의견을 꼬아 듣거나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든 제안을 선의로 우선 해석해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내가 잘하는 일, 그리고 좋아하는 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잘한다면 그걸 왜 잘하는지, 근본적으로 나의 어떤 능력이 실력을 떠받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고, 좋아하는 일 역시 그 일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을 울리는지 오래 생각해보는 것이죠.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은 결국 각자가 가진 능력과 기호를 조합해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일이므로, 새로운 기계를 만들려면 기존 것의 가장 작은 부품까지 다 이해해야 응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이것 역시 ‘나’라는 사람의 기호와 능력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 봐야 정확한 방향성을 가진 조합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ungah.yoo     

브런치: https://brunch.co.kr/@brunchjnux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이 상황을 특정한 무엇, 어떤 구간으로 묶어 분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쉽지 않지만, 의식적으로 그러려고 하고 있어요. 저를 포함해 지금의 우리 세대는 운 좋게도 전쟁이나 질병 같은 것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무언가 되지 않는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인류사적으로 보면 오히려 우리 세대와 같은 경우가 정말 정말 희귀한 케이스거든요. 그러니 코로나를 지나치게 특수한 상황으로 여기고 ‘이것만 이기면 모든 게 좋아진다’ 고 스스로를 위로하면 나중에 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면서 지내려고 합니다.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괜찮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시로 해요. 사실 괜찮다는 건 정말 많은 층위를 가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만 물으면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물을 때는, 딱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나만은 무엇이 ‘괜찮은’ 상태인지 잘 알고 있거든요. 여기에 솔직하게 답하려면 굉장히 복합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떤 상황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감정이든, 이 질문에 제 스스로 ‘괜찮지 않다’는 답이 나오면 그때는 그 상태를 멈추려고 합니다.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유정아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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