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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획하는 북에디터, 허유진

인터뷰 프로젝트 no.165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인터뷰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안녕하세요!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 북에디터 허유진입니다. 비 출판계 경력까지 합쳐 밥벌이 8년 차입니다. (세상에! 내가 언제 이렇게!)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저는 비교적 단순하게 살아왔습니다. ‘좋아하니까 한다!’ 이게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저의 판단 회로에 각인된 모토인데요, 그에 따라 일도, 사람도 선택해왔던 것 같아요. 


1) 하는 일

첫 직장에서의 일도 좋았지만, 좀 더 내 생각이 담긴 일, 무엇보다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텍스트’였어요.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의 글을 내 생각으로 정리해 이렇게 저렇게 나만의 언어로 ‘(글을) 만지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활자화된 콘텐츠를 읽고 다시 활자화해 재가공, 확장하는 일. 그게 북에디터의 일이라고 생각했죠.  


북에디터=편집자, 하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럴 때 방송국에 비유를 합니다. 쉽게 말해, 프로그램의 첫 시작부터 진행, 마무리, 홍보까지 두루 관여하는 PD 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각기 다른 텐션과 재능,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매력적인 분들과 책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죠. 그분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하고요, 그분들이 직접 찾아와 생각하신 근사한 아이템을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눈 밝은 편집자가 되어 외국에서 나온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하고요. 그럼 거기에 첫 독자로서 의견을 보태고 (언제나 이 순간이 제일 기쁘고 설레요!), 어떻게 하면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 구성과 컨셉을 고민합니다.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서/아이템이 뭔지 늘 염두에 두면서요. 아이코, 일 얘기만 하면 말이 길어지네요. ㅎㅎ  한마디로 저는, 사람(작가)과 사람(독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편집자), 다양한 바운더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적인 분들과 재미난 일을 도모하는 사람입니다. : ) 


2) 했던 일 

맛있는 걸 많이 먹으려고 운동을 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해서, 대학 졸업 후 한 기업의 외식사업부에 입사했고요. 짧게 일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프로젝트와 한 브랜드의 온라인 마케팅 및 론칭을 경험했습니다. 일할 때 저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강력한 동기로 작용해 더 활기 있게 일하는 사람인지, 또 무엇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인지 등을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 덕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한지 깊이깊이 배웠습니다. 저에게 첫 직장은 ‘사람의 소중함’을 가르쳐준 곳이에요.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질문의 의도와 좀 다른 답변일 수 있는데요, 저는 제 일을 잘하기 위해 ‘무조건 잘 쉬는 데’ 시간과 돈을 씁니다. 보통 일할 때 100퍼센트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쏟아 붓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엔 그 에너지를 빠르게 충전하는 게 저한텐 가장 중요해요. 저만의 잘 쉬는 방법=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은 이런 것 같아요. : )  


1) 그때그때 꽂히는 아이템을 놀이처럼 즐기기 = 관심 가는 아이템이 있으면 구글링, 핀터레스트, 아마존북스, 유튜브/인스타그램을 검색창처럼 활용하면서 그것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리지 않고 찾아봅니다. 다른 분들이 보면 ‘편집증 같다’ 혹은 ‘뭐야, 쉰다면서 이것도 일하는 거잖아’ 하실 수 있는데, 시작이 ‘기획할 거 뭐 없을까?’가 아니라 ‘오, 이거 재밌는데? 딴 것도 찾아봐야지’라는 점에서 저한텐 분명히 달라요. ㅎㅎ 어떤 호기심 하나에서 시작해 그와 관련된 저만의 아카이빙을 하는 것, 이게 저의 오랜 취미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렇게 하다가 출간 아이템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1990년대부터 해서 역순으로 80년대, 70년대...20년대 신여성 시대까지. 여성들의 말과 패션을 연결 지어보는 데 꽂혀 있어요. 특별히 어떤 목적을 두고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여성이 시대의 룰에 반하는 질문을 던지고, (어떤 모임의 시작점이 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대일수록 패션도 춘추전국시대처럼 다양하다는 게 흥미로워요. 각 시대마다 슈퍼루키 같은 여성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점도 절 들뜨게 하고요. 아무튼 이런 편집증적(?) 취미 때문에,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길 가면서 핸드폰 보기’를 버릇처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꽂히는 아이템이 생기면 핸드폰을 당최 놓을 수가 없으니.. 



2) 퇴근길 문득 안부전화 = 저는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불쑥 카톡이나 전화하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아무 목적성 없이 이어진 대화가 참 즐겁고, 쉰다는 느낌을 줘요.  전 좋다, 잘했다, 멋지다 같은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말일수록 충동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뜻밖의 기분 좋은 말에 더 행복해지잖아요. 저한텐 ‘보고 싶다’는 말이 그래요. 제가 문득 들어도 좋고, 제가 그 말을 충동적으로 할 때도 좋아요. 순수하게 그 사람이 생각나서 갑자기 전화하는 것. “응~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3) 공감 스페셜 = 바다나 시골 풍경을 보고 싶어서 보게 된 방송인데요, 보다 보니 머릿속이 텅 비워지는 듯 개운해서 종종 돌려보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분명 쉬려고 켰는데 단 한 번도 가만히 앉아서 끝까지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멍하니 푹 빠져서 자연을 보다 보면,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반짝!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럼 일시정지를 하고 핸드폰에 메모를 해요. 그리고 다시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뇌 혈류 흐름이 원활해져서 아이디어도 신속하게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어요. 꼭 이런 목적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쉼과 직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요즘 즐기고 있어요!  


4) 마사지와 목욕 = 마사지와 목욕은 저만의 작은 사치예요. 어떨 땐, ‘마사지받을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 같아요. ㅋㅋ 명상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좋은 향이 나는 제품으로 마사지를 받을 때 완전히 충전되는 기분이에요. 또 ‘이렇게 평일 저녁 목욕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는 보람을 느낀다~’ 할 정도로 목욕을 정말 좋아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졌을 땐 반신욕을 하면서 원고를 보기도 해요.(반신욕 매트는 필수!) 일하는 환경을 바꿔서인지, 공감 스페셜 보는 것 같은 효과 때문인지, 글이 술술 잘 읽히고 평소보다 빨리 일을 끝마쳐요.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나의 모든 에너지, 활기의 근원인 하나님, 그리고 가족 

2) 평일 저녁 광화문 카페 

3) 다큐멘터리 

4) 좋아하는 작가님들 인스타 챙겨 보기, 신간 읽기 

5) 동대문 DDP에서 여는 전시들 

6) 종로에서 밤 산책 

7) 출판계 선배, 동료들과 틈나는 대로 수다 

8) 핀터레스트 

9) 빈티지 

10) 그림책 

11)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 

12) 80년대 일본 시티팝 

13) 전원일기(20년 전통 한국 드라마, 그 전원일기 맞습니다) 

14) 주근깨가 생길 정도로 일광욕하기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자비에 돌란, 왕가위 감독 영화, 홍콩의 밤거리 같은 세계의 야경 사진들 : 복잡하고 화려하고 미장센에 집중한 볼거리들이 저한테 새로운 도전 욕구를 주고, 저를 겁 없게 만들어요.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아름답고 대담한 장면들이 무언의 메시지를 심어주는 것 같아요.     


2) 책이나 음악은 아니지만 칼릴 지브란의 이 말과 밀란 쿤데라 <만남>에 나온 말을 참 좋아해서 함께 나누고 싶어요.  “햇빛과 따사로운 온기를 받아들이려 한다면 또한, 천둥과 번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한다.” 칼릴 지브란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점점 더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간은 자신의 나이 속에서만 존재하고, 모든 것은 나이와 함께 변한다는 점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지금 먹어 가는 나이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만남> 중에서 


3) 김미라 방송작가님의 에세이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신데요, KBS 라디오 방송 <세상의 모든 음악>의 작가시고 책도 여러 권 내셨어요. 이 책은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감정들, 상황들에 대해 김미라 작가님만의 언어로 정의를 내린 책인데요, 인생의 달고 쓴 맛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며 읽으면서 많이 놀라게 되는 책이에요. 주변분들에게 추천했을 때 정말 모두 다 좋아하셨어요. 책이 있는 구절 중에 함께 읽고 싶은 구절이 너무나 많은데, 그중 하나만 공유드리자면요.  “신뢰란, 딸기 상자의 아래쪽에서 위에서 본 것보다 더 큰 딸기를 발견할 때 느끼는 감정.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뭉클함과 마주치는 것.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귀하게 지키는 것.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   


4) 천명관 작가님의 장편소설 <고래> : 제가 존경하는 북에디터 선배가 추천해 읽게 된 책인데요, (제 기준) 한국소설 중에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많은 감독분들이 이 책을 영화화하려고 시도했지만, (책에 버금가는 연출을 하기엔) 서사의 스케일이 너무나 커서 다들 포기했다고 해요.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성에 관한 아주 독특한 장편소설입니다.   


5) (고) 최진실, 김혜자 배우 주연의 영화 <마요네즈>: 소설이 원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더 좋았어요. 아침에 싸우고, 점심에 화해하고, 저녁에 다시 투닥투닥하는 애증의 모녀관계를 그린 영화인데요. 한국의 모든 ‘딸내미’분들에게 추천해요. ㅎㅎ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1) 찬양 들으며 하나님 생각하기

2) (무엇에서건) 나의 동기를 살피는 것 

3) 가족이 먹을 영양제, 건강 보충제 등을 신경 써 챙기는 것 

4) 공연이나 전시, 신진 아티스트 등을 꾸준히 찾아보고 관심 갖는 것 

5) 출근할 때 엄마랑 포옹하기, 가족과 보내는 주말(나에겐 무조건 사수해야 할 시간!)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이야기 들어주기, 상담해주기 

2) 어울리는 옷 골라주기 

3) 같이 등산, 하이킹하기 

4) 아이디어 보태기(옅게, 얕게 아는 잡지식이 많아서 요리조리 쓸모가 있을 수도...)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무조건 낙관하기보다 좀 더 회의적으로 질문해보고 생각하는 스타일, 신중형인 분이 저와 상호 보완되는 것 같아요.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는 게 아니라 거의 해부해 돌의 성분까지 분석해보는 분이요! ㅋㅋ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이건 저도 찾아나가는 중이라 많이 배우고 싶은 부분이에요. : ) 하지만 저만의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실천해보려고 하는 건, 남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 느낀 바를 이야기하기.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 보다 내가 뭘 원하는지 (먼저) 생각하기.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yoojin_111/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1) '그럼에도'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2) 나를 믿고 함께 일을 도모하기로 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기억하기 

3) 곁에 있는 사람들과 가능한 많이 나누기 (대화든 시간이든 경험이든)  : 저는 행복의 본질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의지가, 내 능력이 무력하게 보이는 지금 같은 때일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힘을 얻고 있어요. 

4) (가장 중요한) 명랑한 마음!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1) 지금 하나님이 내게 바라시는 건 뭘까? 

2)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3) 지금 나는 내게 닥친 상황/일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걸까?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허유진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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