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프로퇴사자 & 카피라이터, 신혜선

인터뷰 프로젝트 no.169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인터뷰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신혜선. 월급쟁이로 절반, 간헐적 백수로 절반. 도합 10년을 채워가네요.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하는 일]  지금은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온에어 된 건, 기아자동차의 ‘스팅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늘 방문 앞에서 소리치던 우리 엄마 이야기로 아이디어를 낸  ‘스위첸’ 광고. 지금 하고 있는 건, 이번 주까지 뼈를 갈아 넣었던 경쟁 PT의 결과를 기다리며, 타이어 카피를 쓰는 중입니다.


[했던 일] 주로 ‘퇴사’를 해왔습니다. 첫 직장 ‘Daum’에서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다 두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아모레퍼시픽’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하다 다시 광고회사로 돌아왔네요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그만 둘 방법’을 구체적으로 궁리합니다. 언제든 당장이라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있는지, 그 순간 미련은 없을지, 그만두고 나서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하고 있는지, 망설여진다면 가장 큰 이유가 뭔지… 미련이고 뭐고 그만두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솔직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때려치울 준비를 시작해 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딴생각을 품다 보면 ‘이런 채로 그만 둘 순 없어! 좀만 더 잘해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숨어있던 애정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지요. 결국, 때려치우려다 오히려 하고 있는 일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미련조차 없을 만큼 괴로운 마음이 더 크다 싶을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만두기도 했죠.  얼른 그간 소홀했던 나에게 사과하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그러다 남편까지 꼬드겨 함께 그만두고 2년간 세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내가 좀 더 미련 가지는 일, 잘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언지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아버지 : 나는 귀한 존재라는 확신을 주신 분. ‘사랑한다’는 표현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신 분.

2) 정재욱 :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재밌는 사람’과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고 하루 종일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제 인생에서의 가장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먹성이 비슷한 건 때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3) 세계여행 : 몇 해전 남편(=2번질문의 답)과 둘 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여행 당시에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을 숱하게 경험하고 왔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두 사람만의 평생(도 모자랄) 안주거리를 벌어왔다는 것 이죠.

4) 물 : 물 공포증 심한 쫄보면서도, 물에서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깜깜한 심해에서 플래시 불빛에 반짝이는 플랑크톤 사이를 떠다닐 때면, 고요한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으로 잡념을 잊을 수 있습니다.  유독 고단한 날에도 따듯한 물에 몸 담그고 나면 금방 기분 전환을 하곤 합니다. 제법 추운 날에도 바다를 여행하는 날에는 꼭 몸을 담가 봅니다.  



5) 향수 : 내가 가진 취향 중 가장 구체적인 것. 후각으로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내는 기분을 즐깁니다 6) 샌프란시스코 : 2년간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곳. 그 작고 예쁜 도시 (작은 건가?) 가 동시에 건네준 농밀한 낭만과 고독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7) 울릉도 : 날것의 자연과 사람 사이를 누볐던 일주일간의 백패킹. 요즈음의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이벤트.

8) 코로나 : 날씨 따라 계절 따라 유랑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지난 일 년간은 집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최근 이사한 테라스와 루프탑이 있는 집. 그리고 가득 채운 와인 셀러와 냉장고.

9) 브뤼셀 : 태어나 처음 겪는 사건과 우울을 안겨준 곳. 그 우울과 상실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법을 아직도 터득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10) 낯대 : 낯가림이 지독하게 심한 지라, ‘낯선 이들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서먹하지만 생기 넘치는 에너지는 충격적 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낯대를 만날 때면 항상 은혜받고 돌아오는 느낌입니다. 낯선이들에게서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낯가림은 심합니다.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 처음엔 재치 넘치는 (더 정확하게는 ‘골때리는’) 연출을 좋아했고, 이제는 보다 보면 마음이 나른하게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어 좋아합니다

2) 서태지 : 10대 시절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음악인이지만, 추천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3) 프린스의 '퍼플레인'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퍼플레인을 들을 때나 볼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듣고 울적할 때도 듣습니다. 추천에 이유가 필요할까요?

4) 박완서 : 활자를 사랑하게 해 주신 분. 책장을 넘기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된장찌개 향이 납니다. 5) 김애란

6) 광고 카피들 : 읽을 때마다 마음이 콩닥거리는 카피들을 모아 따로 창고를 만들어 두고 자주 들춰보고 베껴 쓰곤 합니다. ‘사자가 자세를 바꾸면, 밀림이 긴장한다’라는 헤드카피의 오래전 벤츠 S클래스 신문광고를 구했을 때의 행복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유산균, 스트레칭, 일주일 식단 짜기, 필사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제철 식재료 알리미

2) 마리아주 추천

3) 지역 특산물, 특산술 알리미

4) 유행하는 이자카야 안주 재현해 주기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나보다 웃음이 많은 사람. 웃음이 오가는 사이라면 뭐든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각화하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내가 나 자신을 간파하는 것. 그런 나를 잘 돌보는 것.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__lazy_sun__/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요리하고, 대화하고, 집안 가장 깊숙이의 서랍을 정리한다.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내일 죽는 대도 괜찮겠어? 그만둘까?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어딘가. 가장 낯선 어딘가.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신혜선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글 쓰는 승무원', 장선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