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no.173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강필호 / 밥벌이 5년 차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현재]
1) 최근 퇴사를 결정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왔던 다양한 경험들을 맘껏 즐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서적,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상 콘텐츠들, 방문하고 싶었지만 방문하지 못했던 장소들을 원 없이 보고, 듣고, 느끼고 있네요.
2) 아울러 취향을 더욱 깊고 넓게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음악 감상과 클러빙을 좋아하는 편이라 지난여름에는 짬을 내서 디제잉을 배웠는데요. 이게 굉장히 재밌어서 코로나가 잠잠했던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몇몇 바와 클럽에서 직접 플레잉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믹스테이프를 만들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이닐 수집에도 재미를 붙여서 서울 곳곳의 레코드숍을 오가며 디깅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3) 물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밥벌이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년간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몇몇 기관지와 매거진에 칼럼을 기고해왔고요. 최근에는 자영업이나 소규모 사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홍보, 운영 관련 이슈 등을 원 포인트로 돕는 일, 그리고 스타트업 IR 자료 편집 등을 하고 있어요.
[과거]
학부에서 언어학을 전공했고, 엔터테인먼트와 무대 프로덕션 관련 분야에 느슨한 흥미를 갖고 있던 와중에 우연한 계기로 로컬 매니지먼트 기업인 ‘어반플레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창업 초기에 합류했고 5년을 꽉 채워 일했으니 사실상 제 밥벌이의 역사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죠. 올 한 해 많이 회자되었던 ‘로컬’이란 개념이 입사 시점에는 모호했거든요. 그래서 회사의 성장 과정에 따라 좌충우돌하며 로컬 비즈니스를 구체화하고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담당했어요. 입사 초기에는 기획자로서 주로 전시, 로컬 페스티벌, 홍보물 등의 기획/운영/제작을 맡았죠. 이때 사내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아는동네>란 매거진의 기획을 담당했던 걸 계기로 3년 차 이후로는 팔자에 없던 에디터가 되었고요. 어반플레이 명의로 선보인 공간, 전시, 브로셔, 서적 등의 콘텐츠에 포함된 명칭, 카피, 문장 중 많은 수를 편집했습니다. 이후에는 클래스101에서 잠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업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다양한 유형의 경험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써왔습니다. 필요에 의한 건 아니었고, 얕고 넓은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1) 역마살 – 목적 없이 걷고 관찰하고 생각하기 뚜렷한 목적이 없더라도 특정 동네를 방문하여 골목 이곳저곳을 살피곤 하는데요. 할머니들께서 놀이터에 둘러앉아 주고받는 이야기, 언덕 위 주택가의 지형 극복 방식, 이름난 식당의 접객 프로세스 등에서 흥미로운 영감을 얻곤 합니다. 그런 경험이 당장 어떠한 형태의 결과물로 구체화하지 않더라도, 직업인 또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품게 되는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일종의 경험 아카이브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2) 영상 – 유튜브, 넷플릭스. 집에 스마트 빔프로젝터를 들인 이후로 하루 최소 2시간 이상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어요. 유튜브의 경우 스포츠, 게임, 반려묘, 요리, 음악, 자동차 등 두서없을 정도로 방대한 주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데요. 얇고 넓은 지적 욕구를 채워주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잠재우는데 그야말로 특효약입니다. 직업적으로는 요즘 세상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그런 관심사에 대한 대중의 생각 또는 감정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창이 되어주곤 합니다. 한편 저는 스스로를 ‘에디터’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아직도 어색함을 느껴요.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제가 해온 일, 그리고 앞으로 해나갈 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어왔고 또 되어 나갈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는 바로 그 스토리텔링의 한계와 지평을 가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척도이자 자극이 되어줍니다. 영상 연출의 완성도나 소재의 신선함 등에 항상 감탄하고 있죠.
3) 수집 – 가전 집기, 음반. 가전 집기를 구매하고 사용하며 ‘물건 또는 도구의 쓰임새’를 몸소 경험하는 걸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디자인과 가공 방식을 경험하고 곱씹다 보면 창작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되돌아보게 돼요. 그리고 요즘은 음악, 영상, 글 등의 콘텐츠가 모바일 환경에 맞춰 파편화되는 경향이 짙잖아요. 음반, 특히 LP를 수집하고 들으면서 긴 호흡의 내러티브가 갖는 고유의 매력을 다시 되짚어보곤 합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부모님
어려서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전국 각지의 유명한 산을 올랐습니다. 덕분에 길 위에서 사고하고 깨달음을 얻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2) 일본 뮤지션 hide
파격적인 비주얼과 시대를 앞서간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뮤지션입니다. 실존과 우주에 대한 철학적인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3)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당시 출시된 PMP에 일본 아이돌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영상 파일을 잔뜩 담아 시청했고, 덕분에 일본어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생활 회화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울러 CD 음반을 수집하는 유행이 생긴 덕분에 장르 불문 폭넓은 음악적 취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4) 펜타포트 페스티벌
락부심의 끝을 잡고 고막으로만 동경하던 수많은 밴드들을 실제로 영접하며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5) 안암동 ‘PIKA COFFEE’
10년 전만 해도 안암동은 소주와 막걸리의 투박함만이 가득했습니다. ‘감성’, ‘디자인’ 등에 있어 문외한이었던 제게 피카 커피는 그런 가치의 매력을 알려준 공간입니다.
6) 2013년 샌프란시스코 & UC 버클리
히피적인 자유분방함이 가득한 도시인 동시에 나파 밸리, 소살리토의 우아함과 오클랜드의 거친 슬럼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곳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렀습니다. 도시 전역에서 다양성과 생동감이 넘실거립니다.
7) 용두동 ‘어머니대성집’
노포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려준 식당입니다. 저녁 6시에 문을 연 뒤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21시간 영업을 이어가는 이곳에서는 가히 전국 제일의 해장국과 수육을 맛볼 수 있습니다.
8) 어반플레이
쿨한 대표님을 비롯하여 저마다 뚜렷한 취향을 지닌 멋진 동료분들에게서 업무적으로나 업무 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평생 동경할 동네인 연희동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공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9) 2015 제주도
출장차 3개월 동안 머문 제주도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4.3평화공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전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10) 낯선대학y
각양각색 삶의 방식과 고민, 견해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꽤 뻣뻣했던 저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연마해준 그런 고마운 모임입니다.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무라카미 하루키 – 언더그라운드>
1995년, 일본 도쿄 도심을 관통하는 지하철 객차에 사린 가스를 살포한 옴진리교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이를 건조한 문체로 서술한 르포르타주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위협받을 때, 그리고 특정 이데올로기가 세뇌되는 수준으로 내면에 스며들 때, 인간은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깨어질 수 있는지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당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회적 직위나 지위 넘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내야 할지를 고심하게 만든 아주 문제적인 서적입니다.
2) <실마릴리온 & 호빗 & 반지의 제왕 – J.R.R 톨킨>
언어학 전공자로서나 스토리텔러로서나 경외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북유럽의 신화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의 창조부터 그 뒤로 이어지는 수많은 종족들의 설화를 창작했고요. 심지어 장편 소설을 위해 고유의 언어 체계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마블, 넷플릭스 시대에 흔히 회자되는 ‘유니버스’의 개념을 사실상 정립했다고도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그 속에 담긴 방대한 지식과 창작의 치밀함에 감탄하고 또 감탄합니다.
3) <아임 낫 데어>
밥 딜런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서로 다른 등장인물과 그에 얽힌 스토리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저는 ‘페르소나’란 주제에 관심이 많은데요. 내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성격과 자아를 느끼면서도, 정작 일상에서는 나 자신을 단순화하여 사고하고 행동하는 게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평범한 모습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아티스트들이 제 속을 긁어주는 것만 같아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밥 딜런은 물론이고 데이빗 보위, 김윤아 등이 그렇죠.
4) <사카모토 류이치 – YMO 시절부터 지금까지 디스코그래피 전체>
아임 낫 데어를 추천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에서, 사카모토 류이치에게는 소리의 본질에 집중하며 시대와 장르를 관통해온 도인의 풍모가 엿보입니다. 전위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전자 음악으로 충격을 던진 밴드의 키보디스트가 감성적인 영화 음악을 거쳐 환경 음악을 작곡하기까지, 그의 행보는 늘 변화무쌍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스스로의 한계를 재단하지 말아야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지만, 그와 더불어 천재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도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결국은 그 모든 감정이 어쩔 수 없는 팬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5) <르네 마그리트의 모든 작품>
당면한 현실이 진정한 현실이 맞는지, 나는 현실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게 해주는 미술가입니다.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1) 주말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반드시 축구나 포뮬러 1 경기를 챙겨 봅니다. 이탈리아 축구 클럽 AC 밀란의 오랜 팬이고, 최근 국내에서 주로 방영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클럽 중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합니다.
2) 유독 피곤한 날에는 인센스 스틱을 태웁니다. 곤두선 정신이 편안하게 이완되면서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3) 가끔 생각이 많아지면 모두가 잠든 새벽에 거주 중인 은평구 일대를 정처 없이 배회하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골목에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면 기억해뒀다가 낮 시간대에 방문하곤 합니다.
4) 부실한 집밥으로 인한 허기가 누적될 때면 노포 식당을 방문합니다. 우래옥, 이남장, 동원집, 평래옥 등 을지로 일대의 식당들을 좋아합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대한민국 동네 도슨트 – 핫플 소개를 넘어 지역의 특성과 역사, 맥락까지
2) 노포 식당 사용 설명서
3) 새로운 대중음악 장르 입문을 위한 (얕은) 길잡이
4) 인간 네비게이션 – 한번 방문한 길이나 동네의 지형 구조를 절대 잊지 않습니다.
5) 식상한 유튜브 구독 리스트 리뉴얼 컨설팅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어른들께서 흔히 기술을 배우라는 말씀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저는 21세기형 기술의 보유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는 제품이나 공간, UI를 실질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이 바로 그런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무언가를 만들거나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말입니다.
저 역시도 모종의 기술을 갖고 싶어 노력 중이거든요. 목적 없는 액션을 지양한다거나, 지치지 않고 소통에 임하는 등의 인간적인 덕목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결국 특정한 성취를 이뤄내기 위한 목적으로 의기투합한다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실전적인 역량만큼 절실한 게 또 있을까 싶네요.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자신을 온전하게 탐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타인, 나아가 대중과의 접점을 열심히 모색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여기에서 자신이 지닌 능력과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예요. 탐구되고 정돈되지 않은 개인의 아이덴티티는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퍼스널’에 해당하는 이런 역량이 ‘브랜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누군가의 니즈나 생각에 부합해야 하고 결과적으로는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나를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어필해야 할지에 대해서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 역시 중요하겠죠.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1) 인스타그램(메인 계정) https://www.instagram.com/flowin_water
2) 인스타그램(풍경 스냅 아카이브 계정) https://www.instagram.com/flowin_alley
3)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flowin_water
4) 브런치 https://brunch.co.kr/@stopkang
[질문 더하기]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삶, 어떻게 오늘을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