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no.191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이름은 이성규입니다. 첫 밥벌이 기준으로 13년차, 다시 밥벌이를 시작한걸 기준으론 6년전, 지금의 직장에서는 2년차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예전에는]
생물학 전공 석사과정 대학원생, 제약회사 영업사원, 변호사로 살았고.
[지금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에서 법무, 특허,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양질의 지식재산권을 만들고 여기에 기업 법무를 결합해 다 해먹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가지고 지금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하루하루 여기저기 구멍난데 메우는 정신없는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바이오가 이만큼이나 성장해서 의미있는 마일스톤을 달성해 나가고, 가치를 창출해나가는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에 좀 더 기여하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아무래도 공부가 우선이겠죠. 제 업무는 과학기술, 지식재산권, 각종 규제 법규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고, 여기에 비즈니스 동향에 대한 이해 또는 감각을 갖출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해도 공부할게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많아지는 것 같네요. 그래서 일단 책과 논문을 꾸준히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런 저런 강의를 찾아듣습니다. 지금은 충남대 특허법무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고 지식재산권 전반에 대한 기본기를 다시 다지고 넘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생기는 아쉬움 중 하나는 '영어 공부 좀 진작 할걸..'하는 것인데요, 한국어 자료와 영어 자료의 범위와 질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영어에 조금 더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아 나중에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전 한국어 보급 사업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른다섯 즈음부터 느끼기 시작한건데 공부를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더라구요(그 전엔 몰랐음..).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꾸준하게 운동하는건 참 쉽지 않네요.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아내. 저에겐 "당연히 1번이지!"를 넘어선 존재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2) KAIST 합창단. 객기와 중이병이 절정을 이루던 20대 초반, 진짜 치열하게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그 대화들이 지금 저의 50% 이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세계 최초로) 오케스트라를 신디사이저로 편곡한 베토벤 합창교향곡 4악장 연주, 외부 연주회 다니던 아카펠라팀 활동, 그리고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쉬지만 8년째 매년 쉬지 않고 개최하던 송년 연주회 등등,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 인생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똘끼, 영혼에 안식이 되어주는 휴식, 이 모든 것들이 공존하던 시공간이었습니다.
3) 졸업연주회 및 송년연주회. 2번에서 스핀오프를 하자면, 학부 졸업하던 해에 합창단에서 제일 존경하던 선배와 인생의 절친과 함께 졸업연주회를 개최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던 해에는 다시 합창단 사람들을 모아서 소규모 연주회를 1년에 1~2번 개최했었고, 3~4년 전부터 송년연주회 및 송년파티로 정착시켰습니다. 주된 레퍼토리는 클래식 음악이지만, 미취학 아동 입장 가능하고, 다과와 술과 함께 감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삶과 분리된 음악이 아닌, '곧 삶'인 음악을 추구하는 모임입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또 시작해야죠. 음악은 삶에 좋은 양분이 됩니다.
4) Unidroit 인턴. 2달간 이탈리아 로마 Unidroit(사법국제통일위원회)에서 인턴을 했던 경험도 매우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해 아마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고, 그 기간 동안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던 추억도 삶에 충전소가 되는 훌륭한 에너지원인 것 같습니다.
5) KAIST 생명과학과 분자유전체학 실험실. 가장 밝게 불타는 인생을 살았던 시절입니다. 많은 것을 배웠고 심한 번아웃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예상수명을 측정해준다는 어떤 웹사이트(아마 보험사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에서 설문을 했더니 40세 정도가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밝게 빛나는 것만큼 오래 빛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배웠던 시기입니다.
6) 신림동 고시촌/사법연수원. 하아...
7) 트레바리. 현재 진행 중인 삶을 실시간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트레바리에서 알게된 분들인 것 같네요. 제 인생경로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오신,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인식의 지평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8) 낯선대학.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이 좀 뜸해진 바람에 너무 아쉽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제 인생경로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오신,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습니다.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쇼팽 연습곡 op.10 no. 12. "혁명"
어릴 때 시공간이 멈추는 것 같은 경험을 처음하게 했던 곡입니다. 그 이후로 음악의 힘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한때는 쇼팽 연습곡 전곡 연주를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있기도 했는데, 세상에 안되는 것도 있다는걸 깨우치는 나이가 될 무렵 조용히 정리해두었습니다.
2) 슈만 연가곡집 op. 48 "시인의 사랑"
스무살에 처음 듣고 빠져들어 20대 전부를 바치게 했던 음악입니다. 여기에서 시작해서 슈만, 슈베르트, 브람스의 가곡을 공부했습니다. 학부 졸업연주회를 했던 그 곡이기도 하고, 은퇴한 다음에 다시 한 번 연주회를 열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3) 크라잉넛
고시생때 독일가곡을 들으면 너무 우울해져서 일부러 생각없이 에너제틱한 곡을 들으려다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을 받은 그룹입니다. 연수원 1년차 봄 문화행사때 마침 크라잉넛이 왔었는데, 무대 뒤 대기실에서 만나 악수를 청하자 "나는 여자하고만 악수해요"라며 악수를 거절하던 형님. 사랑합니다.
4) 영화 "레옹"
고등학교 때 집에서 컴퓨터로 처음으로 본 영화입니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너무 좋아서 핸드폰 컬러링이라는게 생겼을때부터 지금까지 약 20여년간 제 컬러링은 "shape of my heart"였습니다.
5) 베토벤 합창교향곡.
학부 3학년때 합창단 회장이 되고 나서 "우리 한 번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해보지 않겠는가?"하고 동료들에게 뽐뿌를 넣었습니다. KAIST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도해봤는데 거절당하고, 피아노 반주로 해볼까도 고민해봤는데, 미친척 영창피아노에서 커즈와일 신디사이저 5대를 협찬 받아서 현1, 현2, 관1, 관2, 퍼커션의 다섯 대의 신디사이저를 위한 합창교향곡으로 편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저 말고 수석반주자였던 제 절친이..). 이 때의 경험이 삶이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이 들때마다 다시 기운을 돋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6)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등 한 때 국내에 번역된 전부를 사 모으고 읽었던 작가입니다. 만일 제2의 the Great revolution이 일어난다면 "날 좀 내버려두시오" 정신을 전세계에 퍼뜨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노래 연습을 꾸준히 하고 싶어합니다. 노래 연습은 우선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깊이 호흡하다보면 육체적인 건강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발성과 발음이 좋아져서 말에 신뢰감이 있다는 평을 듣게 되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노래하러 가고 싶네요.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가르치는 재주가 있는 편이고 가르치는걸 좋아합니다. 물론 원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가르치진 않습니다. 괴롭히고 싶은 상대에겐 가르칠 수 있습니다.
2) 이벤트를 잘 만듭니다. 각종 모임에서 번개 추진 잘합니다. 하다가 제가 못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어떤 핑계건 한 번이라도 더 만나게 되는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림 그리는걸 좋아합니다. 캐리커쳐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캐리커쳐를 선물하려고 노력합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캐리커쳐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4) 힘든일 즐겁게 하기. 힘들고 피곤한 상황에서 분위기 띄우는거 좋아합니다. 가끔 실패해서 폭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뭐. 그렇습니다.
5) 패밀리세일 정보공유. 절더러 패밀리세일의 요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1번 배려. 2번 배려. 3번 배려 입니다. 괴팍한 천재에 대한 로망은 10대에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지금까지 봐온 사람 중에 천재라고 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괴팍한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괴팍한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괴퍅'이 표준어인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괴팍'이 표준어였네요.)
"나는 짜증이 난다"와 "나는 짜증을 내도 된다"가 다른 말이라는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토론은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나의 의견도 하나의 재료가 되어 더 나은 결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도 내 의견이 한 번 고려된 다른 의견은 더 나아진 의견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작은 것이라도 '이것만큼은 내가 최고다'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눈에 띄기 위해 총천연색 치장을 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어느 뾰족한 한 구석, 반짝이는 부분이 없으면 드러나기 어렵더군요. 송곳같은 예리함을 만들고 거기에 기대어 영역을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요샌 소셜미디어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C'est la vie! 인생은 원래 개똥밭에 구르는 것 아닌가요?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이것은 객관적 사실인가 내 주관적 생각인가.", "주관적 생각이라면 사실에 적절히 근거한 생각인가."
생각이 혼자 달려나가서 딛고 있던 발이 사실에서 떨어져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면 불안과 고통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노래연습실이었는데 못 간지 너무 오래되었네요.
인터뷰에 응답해 준 이성규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