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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밤은 싫다

매일 글쓰기(1119)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그 출근 길이 편하고 좋다.

셔틀버스에 타는 순간 출근한 기분이다. 셔틀버스는 광역버스와 달리 쾌적하다.

버스의 공기가 다르다.

탑승객의 밀도가 낮아 옆자린 늘 비어있다. 

장모님이 아침마다 챙겨주는 떡이나 과일을 먹어도 눈치가 안 보인다.


집에서 송내역 셔틀버스 정거장까지 40분이 걸린다.

인천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주안역까지 간다. 거기서 환승을 한다.

용산 특급 열차를 타면 동암을 패스하고 부평 다음 송내역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5분~6분 정도 걸으면, 셔틀 정거장이다.

바로 오는 셔틀은 일부러 놓친다. 거긴 밀도가 조금 높다. 뒤이어 버스가 바로 온다.


그걸 탄다. 편도 3,000원이다. 비싼 편이지만, 광역을 나면 고생고생 개고생이니 조금 비싸도 이게 낫다.

회사에 도착하면 9시 40분 정도. 약 50분을 달린다.

아침이니 온통 밝다. 뭘 해도 좋다. 피곤하면 자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다. 


퇴근길 셔틀은 일주일에 한두 번 탄다.

서울 갈 일이 있으면 한남행 셔틀을 타고, 아니면 송내행 셔틀을 탄다.


출근길 셔틀은 그야말로 출근 천국을 보증해 줬는데,

퇴근길 셔틀은 조건은 같은데 나에겐 헬이다.


밖은 어둡고, 버스는 불을 끄고 달린다.

그 시간이 힘들다. 대개 잠이 든다. 도착 장소에 즈음에 잠이 깬다.

그때부터 몸이 쳐진다. 그래서 돌아가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 코스를 택할 때도 많다. 


지하철에서 뭔가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뭔가를 할 수 있다.

버스에선 온통 어둠이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냥 음악을 들으며 잠드는 것뿐.

아침의 잠은 휴식이지만, 저녁의 잠은 뭔가 손실 같다.(곧 집에 가서 잠을 잘 건데)


버스의 밤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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