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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황선우

읽은 책 문장채집 no.96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일이 흔들릴 때 읽어보면 좋을 책들이 있다.

제현주의 [일하는 마음]이 그랬고, 만화책 [중쇄를 찍자]가 그랬다. 이다혜 기자의 [출근길의 주문]도 포함된다. 2021년 12월에 발견한 '일에 대한 마음'을 다독이는 책이 바로 황선우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다. 작가님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김하나 작가와 함께 (내게) 등장했고, 이번에 이 책으로 만났다. (김하나 작가는 [힘빼기의 기술]로 만났다) 그는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다 퇴사를 했다. 최근 2년 프리워커로 살아가며 보고 듣고 느낀 일하는 마음에 대해 풀었다.



1. 메이크업 인플루언서로 스타가 된 a에게 발 빠르게 새로운 미디어에 적응해온 비결을 묻자

"일단 해요. 그러고 망하면 다른 걸 하면 되니까요" 

*성공한 사람들, 운이 좋은 이들의 공통점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실패에 멈추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한다는 거였다. (p. 25)


2. 행운은 많은 순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우리에게 있어 운을 좋게 만드는 건,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충실하게 대하는 일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의 상태로 나를 유지하는 일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받을 것을 계산하기 전에 먼저 주는 일, 정확한 타이밍에 성실하게 피드백하는 행위가 운을 좋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먼저 복을 만드는 마음을 가지면 누가 주려고 할 때 잘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p. 27-28)


3.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시작해야 하는데 부담감 때문에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이경미 감독이 쓴 [잘 돼가? 무엇이든]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p. 31)

쓰레기를 쓰겠어. 라고 결심하니 써지긴 써진다. 매일 다짐해야겠다. 쓰레기를 쓰겠다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약간 내려놓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큰 완벽함을 이루는 길이다.


4. 변화가 거의 없는 농경사회에서 노인들을 살아 있는 빅데이트로 활용할 때는 늙음이 지혜와 동일시. 요즘 같은 전무후무한 혼란의 시대. 나이 든 사람들이라고 이런 저성장, 경기 침체, 팬데믹, 양극화, 기후 위기를 겪어봐서 해법을 알까? 오히려 살아온 세월로 인해 관성에 젖어 대응을 못해 망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런 시기에 적응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어린 사람들을 다양한 레퍼런스로 삼아 참조하는 게 맞을 듯하다. 충고 대신 어린 사람들에게 자주 묻거나 그들의 방식을 관찰하는 건 헛발질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p. 36)


5.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거기에 나를 맞추는 길밖에 몰랐던 나에게는 자기 이름을 걸고 일간 구독 메일링을 시작한 그(이슬아)의 사례가 놀랍도록 용감하고 능동적으로 다가온다.(p.37)


6. 외부 권위나 평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발성, 환경이 완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해보는 실행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수정하는 유연함과 회복 탄력성을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한 방향을 보고 받아쓰는 식으로 학습하기보다 전후좌우를 살피며 서로 새로운 정보와 노멀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이 시대에 어울리는 배움이 아닐까?(p 38)


7. 80년대 이전 생들이 일도 성공도 일단 '회사 안에서의 나'라는 서사로 그려간다면 90년대 이후 생들이 그리는 나의 일과 성공 스토리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다. 실존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주고, 욕구와 불안을 존중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하라. 말은 아끼고 지갑을 더 열어라.(p. 41)


8. 드라마 스토브리그 중에서, 단장은 투수 장진우에 대해 평가하면서 장점을 얘기하지만, 연봉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논리는 이렇다. "자기도 모르는 자기 가치를 우리가 왜 인정해줍니까?"(p. 52)


9. 내가 나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믿는 것과 별개로, 세상의 많은 일은 정해진 팩트와 데이터를 놓고 어떻게 해석하고 드러내는가 하는 '프레이밍'의 문제라는 걸 나는 알지 못했다. 구성원이 다수인 조직에서는 더더욱 '열심히 했으니까 알아주겠지'하는 마음만으로 부족하다. 같은 성과를 가지고도 내 능력에 주목하게 만드는 프레임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조직이 아쉬워하는 부분과 내가 채워주고 있는 몫을 꿰어서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나의 상사가 회사에 나를 어필할 때 필요한 근거를 챙겨줘야 한다. 리더의 시간을 아껴줘라)(p. 53)


10. 실무자의 자아를 내려놓고 위임의 기술을 연마하는 게 관리자 커리어의 중요한 시작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장류진 작가가 어느 강연회에서 이런 얘길 했다.

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높이 올라가는지 아세요? 능력이 뛰어난 사람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높이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높이 올라가요. 그런 사람일수록 필요한 일이 아니라 티 나는 일을 주로 하죠.

자기 자신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자. 높은 자리까지 한 번 가보자고 독려하자. 임원이 목표라고 말하고 그렇게 되어보자. 큰 예산을 집행하고 큰 결정권을 누리는 감각에 익숙해지자. 나만큼 잘하는 실무자를 여럿 키워내겠다는 꿈을 꾸자. 소진되지 말고, 티 나는 일도 욕심내고 성과를 널리 알리자. (p. 60)


11. 빡빡한 구글 캘린더는 지난해의 내가 올해의 나를, 이 달의 내가 다음 달의 나를 한껏 믿었던 낙관과 호기의 결과물이다. 바쁘고 일 많으면 좋은 거지 뭐..는 새마을 운동 세대의 반응이다(p. 67)


12. 큰 조직에서 내가 하는 기획, 내가 쓰는 글은 숱한 회의와 보고를 거치며 풍화를 겪는다. 프리는 나를 중심에 둔 업무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일과 나 사이의 괴리감을 최소화한 작업물을 세상에 내놓을지 고민한다. 대표의 입맛에 맞춰 준비하지만 대표의 스케줄에 따라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사내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라, 모르는 독자와 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북토크나 강연을 준비할 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는다. 내가 디테일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유능감'이 든다.(p. 68-69)


13. 회사 이름을 대면 내가 설명되는 소속감, 여러 역할을 조율하는 팀워크의 즐거움, 규모가 큰 예산 운용이나 시장의 반응이 주는 재미, 규칙적인 월급의 달콤함 같은 것들은 이제 나와 멀어졌다. 대신 시간을 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자유를 얻었다. 일의 성취가 고스란히 나의 성과, 내 통장 입금으로 돌아온다는 매력도 크다. 매달 받는 월급의 안정성은 강력했지만, 월급받는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하거나 너무 큰 모욕감을 견디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때가 종종 있었다.(p. 70)


14. 슬프게도 우리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상황은 독립할 준비가 충분히 되었을 때라기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서일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 옳고 그름보다는 이해관계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프리랜서에게  일한 만큼 번다는 건, 버는 만큼 몸이 축난다는 뜻. 회사의 대표로서 피고용인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계약 협상 때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p. 73)


15. 하늘 아래 모든 조건은 내가 협상하기 나름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협상 테이블에 앉는 나의 태도다. 내가 제대로 일하기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하겠다는 자세,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p. 83)


16. 명랑하게 제안하고, 감사하며 거절하고, 산뜻하게 거절을 받아들이고 납득을 표현하는 과정까지가 씨앗을 뿌리는 행위에 포함된다. 나중에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갖춰져 타이밍이 무르익을 때가 있다. 거절은 또 다른 시작이다.(p. 100)


17. <아웃사이더의 성공노트>의 저자 제니퍼 로몰리니는 구직을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셜 계정을 보수적인 시각으로 검수하고 정리하라고 충고한다.

그 계정이 직업인으로서 당신을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는지 판단해보아라

밑줄을 그어야 할 부분은 '직업인으로서'다. 프리랜서가 되자 내가 나서서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뭘 하는지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업무는 일을 마칠 때가 아니라 내가 한 일을 알릴 때 끝나는 거였다. 널리 알릴수록 비슷한 일의 기회를 몰고 오는 게 일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p.103)


18. 스스로를 드러내고 보여주는 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다. 관심사와 라이프 스타일, 일한 결과물들을 엮어 '직업인으로서' 매력을 드러내는 일이 내 업무를 도와줄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하다. 호크니처럼 성공한 유명인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난 아직 멀었다 싶어 숙연해진다.(p. 106)


19. 과정 속에서 덜 외롭도록(p. 107)

-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 마이어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 건 이 다큐를 연출한 존 말루프다. 

- 평생 세상 속에서 머무르지 못하고 떠돌던 아티스트가 온라인 공간에서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다. 생전에 누리지 못한 명예와 금전적 혜택은 그 가상 공간의 아카이브를 만들어준 제3자의 몫이 된다. 다행스럽지만 쓸쓸하고, 찬란하지만 씁쓸하다.

- 벌새 gv를 진행했을 때 김보라 감독이 "작업하는 동안 정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이렇게 사랑받을 줄 미리 알았다면, 그 시간이 조금 덜 외로웠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20. 당신이 지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크런치 모드를 오래 가동할 수 있다면, 그래서 회사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 당신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돌봄이 협력하고 있다는 뜻이다(p. 134)


21.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인공의 멋진 점은 불운을 겪지만, 스스로를 내팽개치지도, 다른 이를 괴롭히지도 않는다는 것. 상황이 좋지 않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찬실이 하는 행동은 이런 것들이다.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면서 주변을 돌보기,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챙기기, 공원을 걷고 산길을 올라 산책하기, 정말 원하는 게 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골똘히 들여다보기. 찬실은 이룬 것 없이 가난한 인물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들 속에 품위를 잃지 않는다. 몸에 밴 어떤 우아함이 조력자들을 끌어당긴다. 그런 사람이 잠시 움츠린 뒤에 뭔가를 도모할 때, 틀림없이 잘될 거라 믿게 된다.(p. 143-144)


22. 강한 사람도 약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며 약함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받아 해결을 모색하고, 친절에 기대어 회복하고, 다른 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잘 돌려줄 수 있는 상태로 나를 만드는 것. 내가 알게 된 진짜 강함이란 고립이 아닌 연결의 힘이다.(p. 176)


23. sns으로 부고를 알리자 위로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좋은 데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고양이 별에서 지켜볼 거예요" 지극히 친절한 말들이 고마우면서도 어쩐지 마음 깊은 곳까지 와닿지 않았다. 이제 막 벌어진 사건의 초입에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두고 다른 사람들은 결말까지 다 내버린 것 같았다. 천국인지 무지개다리 너머 어디인지 먼 곳을 자꾸 향하는 인사말들을 멍하니 흘려듣는 동안 내 마음은 아무 데도 못 가고 고양이와 함께 집에 붙박였다... 친구들이 죽을 쑤고 과일을 설고 반찬을 포장해서 가져다주었다. 각자 고로에 대해 기억하는 부분을 떠올려 들려주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을 나눠줄 때면 국화꽃을 한 송이씩 건네받는 것 같았다. 네가 고양이를 많이 사랑했구나, 고양이는 너에게 많이 사랑받았구나 하는 말들이 어깨에 따뜻하게 담요를 둘러주었다. 멀리 어디론가 떠나보내기 전에, 아직은 생생한 기억을 붙들고 쓰다듬을 수 있었다. (p. 178-179)


24. 나는 갈수록 취향보다는 행위가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고 믿게 된다. 행동이 그 주체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무엇을 좋아하는가 보다는 매일 무엇을 살아가는가 말이다.(p. 203)


25. 내년이나 내후년이 되어도 아마 나쁜 일이 다양한 형태로 닥쳐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반면 행복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작고 소중한 반짝임 들을 떠올려보면 다른 사람이 호의로 나에게 건네주거나 내가 다른 이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애써 피워낸 빛들이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있자. 우리가 애써 좋은 순간들을 발명해내자,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되어주자.(p.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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