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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농담 / 이슬아

읽은 책 문장채집 no.99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이슬아 작가가 창작 동료를 인터뷰했다. 이것만으로도 흥미롭다(이웃 어른과의 인터뷰 '새 마음으로'도 참 좋다) 새소년의 황소윤, '언니 나랑 결혼할래?'의 김규진 작가, 장기하,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과 강말금 배우, 밴드혁오의 오혁이 주인공이다. 작가의 인터뷰는 조금 낯설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황소연, 장기하),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며(누가 인터뷰이?). 인터뷰이의 지난 히스토리를 쫘악 꿰고 매듭까지 지어(그냥 본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챙겨 본) 질문을 만들었다. 이슬아 짱이다.


1. 당신은 왜 그런 당신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다 그런 것을 만들게 되었는지도요.(p. 11)

2. (이슬아) 남들이 작가라고 불러주지 않더라도 일단 내가 내 깃발을 세워야 하더라고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지면을 맡겨주시면 잘 해낼 수 있습니다'라고 어필하며.. 일을 받기 위한 자기소개였지요.(p. 22)

3. (황소윤) 어떤 순간에든 보는 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던 건 앨범을 내고 나서였지요. 관객들께서 기꺼이 나를 보러 와주었으니까, 단순히 내 감정에 취해서 혹은 나만을 위해 서는 게 아니게 되었어요. 그것조차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내가 진정 즐겁지 않을 때도 즐거운 것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p. 23-24)

4. (이슬아) 더 잘게 쪼개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세요?(p. 54)

5. (이슬아) 좀 거절하기 어렵게 보내긴 했죠. 바쁘시면 편하게 거절하셔도 되지만 만약 조금만 힘을 내 주시면 이러이러한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득하면서, 보기 몇 개를 슬쩍 드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선택하게 만들고..(p. 55)

6. (황소윤) 저는 새소년의 총체적 디렉터인데, 음악가라기보다는 뭔가 재미있는 작당을 하는 사람이랄까. 하하. 약간 총체적 난국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다양한 걸 동시에 하고 있었어요.(p. 60)

7. (황소윤) 저는 아우라의 힘을 너무 믿어요. 카리스마와 아우라와 보이지 않는 힘에 관심이 많고, 그게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근데 밥 먹고 운동하듯 길러지는 게 아니잖아요. 수학 문제 풀듯이 성취되지도 않고요.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그런 게 길러지는 걸까? 어떤 에너지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걸까? 그런 갈망이 저에게도 있어요.(p. 66)

8. (이슬아) 누구에게나 호박씨 까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제각기 다른 광기와 찡찡거림이 있으니까요. 그걸 sns에 풀지 않는 건 당연하고,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푸는지 궁금해요(p. 76)
9. (김규진) 좋은 말들은 다 받아들여요. 안 좋은 말들은 "음 아니겠지" 이런 느낌으로 쳐내요.(p. 96)

10. (이슬아) 딸이 레지비언임을 알았을 때 엄마들의 클리셰 중 하나가 "내가 악마를 낳았다. 사탄을 낳았다"이런다면서요. 하지만 딸들의 반응은 "엄마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p. 137)

11. (장기하) 음원 수입이랑 공연 수입은 다 공평하게 N분의 1로 나눴어요. 행사나 음원으로 번 돈을 모두 똑같이 나눴죠. 작가, 작곡에 대한 저작권료는 제가 가졌지만 편곡에 대한 저작권료는 N분의 1 했고요. 정확히 그래야 밴드가 분란 없이 유지될 거라고 생가갷ㅆ어요. 그게 밴드를 10년 동안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p. 226)

12. (장기하)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우리가 대충 함께 있다는 느낌이었다.(p. 234)

13. (김초희) 할머니들은 늙어서도 배워요. 할매들은 잘 내려놓잖아요. 모여서 잘 배우고 잘 해 먹고 되게 잘 살아요. 근데 할배들은 보통 술 마시고 담배 피우다가 죽죠.(p. 280)

14. (김초희) 윤여정 선생님은 상대 배우가 자신보다 경험치가 떨어지는 걸 아셔도 고유한 영역을 절대 안건드려요. 배우가 둘이 있을 때 둘 중 한 명이 연기를 잘 하면 못하는 사람도 잘하는 사람을 따라가게 되어 있대요. 믿음이 있으셨던 거예요. 자신이 상대역을 충실히 해내면 강말금도 따라올 거라는(p. 284)

15. (김초희) 사실 유부남이든 아니든 간에 남자랑 정말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게 왜 어렵냐면 결국 섹스가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거든요. 섹스가 자극적이잖아요.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길이니깐요. 그 자극에 사로잡히면 홀가분한 친구가 되기가 쉽지 않죠. 근데 성적 욕망은 나이들수록 점점 더 떨어져서 편해요.(p. 293)

16. (강말금) 저는 아침에 힘을 내서 일어나게 하는 작품들을 좋아해요.(p. 304)

17. <찬실이>는 인생의 궂은 날씨에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다. 전혀 화창하지 않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마음이 배배 꼬인 그런 날에도 <찬실이>는 농담하는 능력을 나에게 되돌려준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한두 발짝 벗어날 수 있는 사람만이 스스로에 대한 농담을 지어낸다. 세상 속에 있다가도 잠깐 세상 바깥의 눈을 가질 수 있는 사람만이 세상에 대한 농담을 지어낸다. 농담이란 결국 거리를 두는 능력이다. 절망의 품에 안기는 대신 근처를 거닐며 그것의 옆모습과 뒷꽁무니를 보는 능력이다.(p. 314)

18. (오혁) 밴드는 빨리 갈 수 있는 길도 돌아가게 되는 구조인 것 같아요.(p.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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