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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웨일(flyingwhale), 브랜드 네임 과정

플라잉웨일이란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


1) 2016년 일이다. 당시 나는 카카오 연예부장(연예매체, 연예기획사 제휴 담당)이었다.

2) 언젠가퇴사를 생각하며, 난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꿈을 꿨다.

3) 이름하여 콘텐츠 편의점. 접근하기 좋은 도심에 작은 문화공간을 만드는 게 바람이었다.

4) 이름도 지었다. 제너럴 슈퍼마켓. 당시 읽었던 '슈퍼 제러널리스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5) 콘텐츠를 통해, 제너럴한 직장인들이 '슈퍼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를 미션을 삼았다.
*부모님은 먹는 과자를 팔았는데, 자식인 나는 습득하는 콘텐츠를 판다!라는 조금 신파적인 스토리도 있었다(실재 부모님이 슈퍼마켓을 하셨다)

6) 편의점 컨셉이라 공간은 그리 크지 않아도 되지만, 위치가 중요했다. 도심이어야 했다. 직장인들의 접근성이 좋아야 했다.

7) 1호점은 어떻게든 성공해야 하기에, 을지로면 좋겠다! 싶었다(난 늘 강남보다 강북이 좋다)

8) 한쪽 면은 책을, 한쪽 면은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한쪽 면은 바가 있다. 그곳에서 커피와 술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만든다. 바는 입장하는 문과 이어져있다.

9) 유리창 면은 작은 무대가 있다. 발표를 할 수 있고,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10) 홀 중앙에는 길고 낮은 나무로 된 탁자가 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기보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대화가 더 용이한 테이블인 것이다. 의자는 약 30~40개가 깔려있다. 

11) 이런 고민을 조금씩 구체화했고, 이걸 바탕 삼아 퇴사를 가족에게, 지인에게 어필했다.

12) 하지만 나의 퇴사는 2019년 가을이었다. 그 얘긴 그 계획을 포기했단 거다. 

13) 예산의 두려움(공간을 하려면 무엇보다, 돈이 크게 들어야 한다. 그걸 감당할 수 있냐? 란 자문에 자신이 없었다)이 가장 컸고, 사주 역시 큰 역할을 했다. 지인의 소개로 용하다는 분을 찾았고 그들은(그렇다 2분에게 찾아갔다) 한사코 퇴사를 말렸다. 연말에 회사에서 기회가 온다! 했다.

14) 회사 상황(과 나의 상태)을 봤을 때 기회가 오기 어렵다(손들고 이동제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었는데 5번이나 좌절)! 고 답했지만, 내심 그의 말이 맞길 바랐다(결론을 얘기하자면, 정말 기회가 왔다. 그렇게 나는 '스토리펀딩'팀으로 옮겨 다시 날개를 훨훨~).

15) 그렇게 고민을 쌓았던 '공간사업'을 포기하며, 내게 남겨진 것들이 몇 있었다. 그중 하나가 '플라잉'이란 단어다. 공간은 땅과 붙박이인데 나는 결국 그것이 주는 무게(비용, 능력 등)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때 든 생각이 만약에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여러 '공간'들과 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간들이 나의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나는 '플라잉'하고 있으면 되겠네? 싶었다. 붙박이를 버리고 플라잉을 받아들인 것이다.

16) '웨일'은 2019년에 붙여졌다(플라잉 후 3년이 지났다). 퇴사가 확정된 상황에서 내 회사(1인 사업자)의 이름을 짓는다면 뭘로 할까? 싶었다. 일단 '플라잉'이란 앞 단어는 가지고 있으니 뒷 단어가 필요했다.

17) 먼저 플라잉타이거가 떠올랐다. 이미 브랜드가 된 이름이다. 그래, 동물이 들어가면 좋겠다. 2019년 3월, 나는 상하이로 비즈니스 트립(내돈내여행, 만나통신사가 이끈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중국은 특이하게 브랜드에 동물이 난무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동물이 들어가니 일단 정겹고 눈길이 갔다. 한 번 더 보게 되는 묘한 힘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동물이 들어가면 좋겠다! 란 생각이 스민 게 아닐까.

18) 그렇다면 날고 있는 어떤 동물? 처음에 코끼리를 생각했다. 땅 위에서 가장 거대하고, 그러니 영험하고 때론 귀엽기도 하다. 큰 귀가 날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런데 말(발음)이 착착 안 감겼다. 플라잉엘리펀트. 뒷 단어 길이가 기니, 호흡이/발음이 엉키는 느낌이었다. 플라잉 다음에 같은 길이의 단어나 그보다 짧은 단어가 들어가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이어진 것이 '바다'에서 제일 큰 '웨일(고래)'이었다. 플라잉웨일. 나는고래, 나는고래. 오~ 딱인데. 얘는 지느러미가 진짜 날개같잖아.

19) '고래'로 정했는데, 왜 고래여야 하는지 정리를 못했다. 이름 짓고, 의미를 생각해 보는 상황이었다.

20) 내가 잘 하고 싶은 건 뭐지? 그것과 플라잉웨일이 어떻게 이어질지 고민했다. 내가 관심있는 건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성장이다. 왜냐면 우리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랐다. 그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이게 중요했다). 어른들의 안목을 높이기(이 안목이 좋은 결정, 좋은 실행을 만든다고 믿는다) 위해 뭘 할 수 있지? 당시 내가 자주 인용한 문장이 하나 있다. '나는 내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다.'

21) 당시(2016~2019) 사이드 프로젝트가 한창이었다. 스토리펀딩 이후 회사와 궁합이 잘 맞았지만, 뭔가 욕구불만. 회사에서 시키지 않은 내가 좋아서 하는 내 맘대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대개가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각을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걸 통해 내 주변 풍경을 바꿀 수 있었다. 바로 낯선대학, 낯선컨퍼런스, 경험공유살롱 리뷰빙자리뷰, 30일/100일 프로젝트 등. 

22)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할 일은 내 주변 풍경을 좋게/선명하게 바꾼 경험을 살펴, 그런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 여러 명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혼자 힘으론 불가능하지만, 그간 해 왔던 프로젝트들의 성공을 생각하면! 또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3) 고래는 새끼를 낳는 포유류다. 오오오오오래전엔 육상동물이었다. 어느 순간 더 넓은 세계이자, 더 깊은 세계의 꿈을 품고(생존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바다로 갔다. (결과를 알 수 없는)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결국엔 바다에서 살아남아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로 살아 남았다. 그에겐 성공DNA가 존재한다.

24) 고래는 계속해서 꿈을 꾼다. 바다를 품고, 다시 하늘을 나는 꿈.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경험이 존재한다. 그래서 매일 매번 물 밖으로 힘차게 몸을 내밀어 용솟음친다. 나는 훈련을 하는 것. 지느러미도 그런 노력의 결과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고래는 날 수 있을까?

25) 이 지점에서 플라잉웨일이 등장한다. 고래가 나는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날고, 또 하나는 무수한 힘들이 모여, 그를 띄워 날게 하는 것이다(이 지점에서 세월호가 생각났다. 그 거대한 배를 여러 작은 새들이 작은 줄 수백수천 개를 엮어 하늘로 띄우는 장면). 교육이 그런 거 아닌가? 연결하고 변화와 성장을 돕는 것. 사람들이 이어지고, 높아진 안목으로 더 나은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일련의 노력들.

26) 그래서 플라잉웨일. 불가능한 꿈을 꾸지만, 불가능은 가능으로 바꾼 DNA가 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변화와 성장을 위한 '교육'이다. 내 주변 다섯 명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렇게 조금씩 영향을 미치며 각자가 성장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결국엔 이 사회의 높이(격/퀄러티)를 높인다. 그 높이가 고래도 띄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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