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인살롱 기고 10 (20210506)
잘 생긴 사람이 부럽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부럽나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질문 하나 드립니다. 저는 잘 생긴 사람이 부럽지 않습니다. 돈 많은 분도 그렇게 부럽지 않습니다(사실은 조금 부럽긴 합니다). 마흔 중반인데 20대의 열정과 나이도 '크게' 부럽지 않습니다. 이 무슨 마흔 패기냐구요? 글쎄요. 뭐 욕심이 많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 역시 바라는게 있고 부러워 하는게 있습니다. 바로 '글잘러'입니다.
저는 '글쓰기 잘하는 분'이 그렇게 부럽더라구요. 제가 여기(인살롱)에 글을 쓰는 건, 저도 놀라고 지인들도 놀랍니다. 용기가 필요했고,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는데 운 좋게 기회가 왔고 무턱대고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 결정을 한 날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니면 LG 트윈스에 좋은 소식이 있었던 날일 수도 있습니다(네, 저는 엘지 경기 결과에 따라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슬픈 롤러코스터가 올해는 즐거운 롤러코스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저와 비슷한 사람, 아마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엘지트윈스가 야구를 잘 해야 할텐데
아 '글쓰기' 얘길 하다, 야구로 빠졌군요. 이런. 네. 저는 얼굴, 재산, 젊은, 글쓰기. 그중에 제일은 '글쓰기'라 생각합니다. 지금 좋은(부러운) 것들은 시간의 때가 묻어 버린다면, 사라지거나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오히려 또렷해지고 날카로워지고 힘이 나는 '능력'입니다. 나이듦이 무색한 거죠. 그렇다면 이게 천부적이냐?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노래와 마찬가지로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면 좋아진다고 믿어요. 천재 빼고 대부분의 글잘러는 노력파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연마한다고 얘기했으니, 말 다한 거죠.
그럼 어떤 노력으로 나아질 것이냐. 그것이 문제인데요. 2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나는 앞서 얘기한 대로 꾸준하게 연습하기, 또 하나는 전문 작가의 도움(코칭, 멘토, 티칭 등)을 받는 것이죠. 만약 이 둘을 동시에 경험한다면, 뭔가 일취월장 할 수 있겠죠. 저는 일단 전자부터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쉽지 않아요. 안 하던 걸 갑자기 하려면, 알다시피 탈이 나요. 그래서 제가 택한 건 100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였죠. 처음엔 이것도 쉽지 않았어요. 15만원 참가비가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도 한 번 클릭해 들어가니, 광고가 시냇물처럼 졸졸졸 따라다녔어요. 마음이 약해 알면서도 광고가 내민 손을 잡고 몇 번을 들락날락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15만원이 뭐라고. 몇 번의 고민 끝에 애매한 마음을 해체하고, 결제를 했죠. 자, 이제 본격 시작입니다.
일단 그렇게 100일 글쓰기에 승선을 했는데, 이건 뭘까요? 뭔가 모를 외로움에 사무쳐, 지인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함께하자 제안... 보다 매달렸죠. 젭알. 부탁이야. 다행히 그는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죠. 더해 그도 지인을 이 프로젝트에 초대했어요. 그렇게 지인과 지인의 지인(물론 저도 알고 있던 지인입니다). 더불어 잘 모르는 분들과 섞여 100일 동안 낯선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오프 모임은 아니고, 100일 온라인 모임이었어요. 아니 이런 (숭례문학당의) 선견지명. 코로나 시기가 아니었던 거죠. 네이버카페를 통해 100일을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띄운 거예요.
곰이 마늘과 쑥을 대하듯 진지하게
100일 글쓰기 매니저가 단톡방을 열고, 매일같이 글쓰기를 독려했습니다. 함께 모인 이들은 매일 같이 글을 썼구요. 물론 쓰지 못한 날도 있었어요. 매일 밤 12시까지 써야 했는데, 이걸 또 가끔 못쓰고 넘어 가더라구요(12시가 넘어서 글을 쓰면 결석 처리가 됩니다. 네. 엄격하죠. 그래도 이 룰이 있어 글을 쓰게 되더라구요. 마감이 기사를 쓰게 한다는 어떤 기자님의 띵언이 생각나네요).
맨 정신에 잊는 경우도 있고, 약간 취해서 잊은 날도 있고, 딴 일 하다가 깜빡한 경우도 있고. 하지만 저처럼 이렇게 일용할 글쓰기를 패스한 참가자는 드물었어요. 다들 곰처럼 진지하고 차분하게 하루하루의 글을 채워나갔습니다. 그들은 노련했고, 또 노력했습니다. 그런 분들의 분투를 옆에서 보고 있으니, 연일 감동이었죠. 100일이 지나고, 저는 총 82일을 썼더라구요. 이것도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요. 80%를 했단 말입니다(스스로 쓰담쓰담).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도전한 100일. 물론 100의 시간을 촘촘하게 빼곡하게 채운진 못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안간힘을 썼던 82일. 그 시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생각하실 거예요. 고작 이런 글을 쓴단 말이야? 네네. 맞아요. 정말 그 터널을 지나면, 광명 찾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흑. 15만원. 그래서 다시 고심에 고심을 했죠. 어떻게 하지? 그러다 다시 해 볼까? 까지 이르렀고. 다시 15만원의 장벽 앞에 흐느끼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러다 이른 생각이 이걸 회사 동료랑 해 보면 어떨까? 였습니다. 내가 매니저가 되어 함께 할 분들을 서포팅하면 참여할 동료는 있을까? 5명이라도 모이면, 그래도 혼자 하는 거 보다는 덜 지치고 외롭지 않을 텐데. 텐데. 텐데. 텐데.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 결론에 이릅니다. 일단 해 보자.
모객에 실패해도 까지껏! 혼자해도 될 일이니, 떨리는 마음 일단 진정시키고. 점심시간을 틈 타(일하는 시간에 사이드 프로젝트 얘길 올리면 또 말이 많아지니), 회사 게시판에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띄웠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아!는 개뿔, 글을 올리면서 부디 5명이라도 손 들어주길 바람을 듬뿍 비벼 넣었습니다(사람 마음이 이러네요). 무엇보다 모집 대상을 '글쓰기'를 잘 하고 싶은 분들에게만 두지 않았어요. 그때 쓴 글 일부를 아래에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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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집대상 : 카카오 크루
1) 뭔가 생각 정리를 하고 싶은 분
2) 100일 동안 작은 성취를 만들고 싶은 분
3) 글쓰기를 조금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분
* 글쓰기 실력은 전혀. 상관없습니다.
* 글쓰기 코칭도 없습니다. 단지. 옆에서 같이 달리는 동료가 있습니다. 그런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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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엔 그 이후 이어진 일에 대해 소개를 해 드릴게요. 다음 달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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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글(20210506)입니다.
록담(백영선) Flying Whale 대표 rockdamf@gmail.com
축제와 공연기획사에서 열일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63빌딩 문화사업부)를 거쳐 Daum(문화마케팅)에 입사했다. 곧이어 카카오 행성을 돌다(조직문화, 교육, 스토리펀딩, 브런치, 소셜임팩트 등) 궤도를 이탈합니다(퇴사했단 얘기죠^^). 지금은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독립노동자’이자 '프리워커'입니다(딴짓 덕분이죠!). 여러 일을 하지만 ‘기울기’가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사는 걸 의도합니다. 백영선이라 쓰고, 록담이라 부릅니다. 어색어색하지만 플라잉웨일 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