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인살롱 기고 12 (20210708)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죠?
인간이 되고 싶은 곰이 아닌 이상, 100일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걸 또 매니징 한다는 건 더 만만치 않은 일이라 100일 프로젝트는 딱 한 번만 하려했습니다.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를 할까? 고민하다, 참여한 이들의 피드백을 들으면 좋겠다 싶어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어떤 게 좋았고, 아쉬웠는지 묻는 건 당연한 것이고. 또 어떤 걸 설문에 더할까? 고민하다, 만약에 시즌2를 한다면 참여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걸 도전해 보고 싶은지도 물었습니다. 시즌2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싶었죠. 그때까지 만해도 시즌2 진행을 염두해 두진 않았거든요. 일주일이 지나 설문 응답이 차곡 쌓였고, 그 의견을 찬찬히 읽다가 울컥해지는 마음은 또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고생한 보람이 팍팍 느껴지는 피드백들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더 감동이었던 건, 시즌2에 대한 기대가 하나같이 충만했습니다. 100일 동안 글쓰기에 자주 참여하지 못한 이들도 다시 의지를 불태우며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내비췄습니다. 그렇게 된 이상 이것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하는 것과 고생의 시간을 또 경험해야 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 느낌. 그게 가깝고도 먼 동료다 보니, 더 멋진 경험이었죠.
문을 닫으니 다른 문이 열리더라
시즌1을 정리하다보니, 시즌2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네. 문을 닫으니, 문이 열리는 느낌이 이런 걸까요?
우리 당장 만나요
설문 반응도 좋겠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야길 나누는 리뷰 행사도 기획했습니다. 100일 시작할 때 인사 나눈다고 살짝 만났고, 정작 100일 동안은 한 번도 만남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랜선으로만 만났죠. 그냥 모이면 섭섭할까봐, 작은 선물을 가져와 나누면 어떻겠냐?란 제안드렸더니 다들 좋아했습니다. 서로 돌아가며 100일간의 여정에 대해 이야길 나눴습니다. 원래 저의 의도는 꾸준하게 글을 써서 ‘글잘러’가 되게 하는게 꿈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글잘러가 되었다는 리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행사 마지막에는 설문을 통해 취합된 시즌2 100일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우리! 다시! 느슨하게 뭉칩시다~라고 두 손 모아 힘차게 외쳤죠.
100일 시즌1, 참여자 피드백입니다.
1) 감정을 기록하고, 들여다 보고, 스스로 위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 매일 꾸준히 하는게 있었다는 게 좋았다. 운동도 매일 안하는데 ㅎㅎ
3) 꾸준함을 훈련, 아이디어 구체화 능력, 글쓰기의 심리적 허들을 낮춤!
4) 틈틈히 글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5) 마라톤 완주한 기분이어서 좋습니다.
6) 인생에 있어 100일 이상 유지해 본 게 없는데 하나 생김
7)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글쓰는 습관을 만들었어요.
8) 하루에 한번씩 뭔가 꾸준히 하면서 습관이 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블라인드에 칭찬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즌1이 1개의 프로젝트(글쓰기)로 진행 되었다면, 시즌2는 무려 9개의 프로젝트를 오픈했습니다. 회사 게시판에 각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참여자를 모집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혼자 하냐구요? 물론 혼자 할 수 없죠. 시즌1도 참여자 중에 의욕이 차고 넘치는 분들(그때는 도움을 요청했었어요)에게 스텝 제안을 했습니다. 시즌2의 경우에는 각 프로젝트마다 매니저가 있었어요. 모두 시즌1에 참여했던 분들이라,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들 알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서포터가 되어,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왔습니다.
1) 글쓰기 – 시즌1에 이어, 100일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2) 그림그리기 – 혹여나 참여자들이 없을까 싶어, 프로젝트 소개엔 ‘낙서하기’도 좋다고 안내했어요.
3) 칭찬감사 – 매일 칭찬과 감사를 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4) 시필사 – 이 프로젝트는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의 시그니쳐가 됩니다.
5) 5분 운동 – 이게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매일 5분만 해도. 몸은 변하더라구요.
6) 책읽기 – 짧은 분량이라도, 꾸준하게 읽을 수 있도록.
7) 주크박스 – 매일 다양한 테마별로 음악을 모았어요.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어요.
8) 영어회화 –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책을 가지고, 매일 주어지는 문장을 3번 필사했어요.
9) 사진일기 – 그날 그날의 갬성을 인스타에 올리며, 사진일기를 함께 썼죠.
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있었던 에피소드가 하나를 소개해 드릴께요. 주크박스는 간단 소개처럼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보물같은 음악을 나누는 프로젝트였는데요, 매일 어떤 테마가 주어지면 그것에 대한 음악을 서로 추천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멋진 음악들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참여자 중에 오피스 운영 담당자가 있었고, 그가 화장실에 이렇게 모은 음악을 플레이 한 거 예요. 그랬더니, 매일같이 쓴소리(?)만 올라오던 ‘블라인드’에 ‘화장실 음악 선곡’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오늘 그 음악 뭐냐, 화장실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이다. 나의 최애곡이다! 화장실이 이렇게 즐거운 곳이었구나~ 등등”
이렇게 두 번째 100일이 구체적으로 흘러 갔습니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종료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약간 설레기도 했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즌1에는 제가 전체를 매니징 하면서 분위기 파악을 수시로 했는데 시즌2는 매니저들만 챙겼거든요. 매니저들이 지치지 않도록, 으쌰으쌰했죠. 다행히 매니저들의 빼어난 리드로 설문 결과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온천수마냥 뜨거운 기운을 품은 반응이 콸콸 넘쳐났습니다. 이러니 또 다른 시즌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죠. 시즌3!
시즌3에는 12개의 프로젝트를 오픈하게 됩니다. 시즌2까진 ‘라이프’ 관련 프로젝트만 있었는데, 시즌3부터는 ‘일’과 관련한 프로젝트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뭔가 판이 커지고 있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만 커진 게 아닙니다. 많은 동료들이 함께 하다보니, 영향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미라클 100일 프로젝트! 가 되 버린거죠.
시즌3에서 일어난 일은 다음 달 연재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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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글(20210708)입니다.
록담(백영선) Flying Whale 대표 rockdamf@gmail.com
축제와 공연기획사에서 열일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63빌딩 문화사업부)를 거쳐 Daum(문화마케팅)에 입사했다. 곧이어 카카오 행성을 돌다(조직문화, 교육, 스토리펀딩, 브런치, 소셜임팩트 등) 궤도를 이탈합니다(퇴사했단 얘기죠^^). 지금은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독립노동자’이자 '프리워커'입니다(딴짓 덕분이죠!). 여러 일을 하지만 ‘기울기’가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사는 걸 의도합니다. 백영선이라 쓰고, 록담이라 부릅니다. 어색어색하지만 플라잉웨일 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