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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이 가져다 준 3감, 성취감 연결감 공헌감

원티드 인살롱 기고 13 (20210809)

동료들 사이,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내다

회사일도 아니고, 회사 동호회도 아닌데. 동료들과 함께하는 100일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시즌3에는 무려 12개를 오픈했어요.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반응도 좋고, 결과도 좋고, 무엇보다 회사 동료들과 느슨하게 이어진다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러니 조금 힘들어도, 충분히 할 이유와 힘이 있었죠. 


12개 프로젝트는 시즌2와 마찬가지로 앞선 시즌 참여자 대상, 설문지를 돌렸고 추천받은 프로젝트 중에서 오픈한 거죠. 무려 240명이 참여 신청을 했어요. 이 프로젝트에는 같은 팀, 같은 직군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성별, 비슷한 연령대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주니어냐 시니어냐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젝트를 신청하는 것이니, 동료들이 마구 섞였습니다. 마구와 같이 다양한 곡선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100일 프로젝트에 워크 프로젝트가 더해졌다.

시즌3 프로젝트 12개 중에는 시즌2에 없었던 업무 관련 프로젝트가 더해 졌는데요. 개발자를 중심으로(네, 개발자가 아닌 분도 참여했더랬죠) 개발코드를 스터디하는 <1일 1 커밋> 프로젝트, 트렌드 변화를 챙기고 싶은 프로젝트(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직군의 동료들이 함께했어요), 특정 이슈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프로젝트 가 바로 그것입니다.


라이프 프로젝트 중에서 새롭게 등장한 건,  <좋은 소비 나누기> 프로젝트였어요. 사기만 하고, 제대로 쓰지 않는 것들이 많잖아요. 특히 광고에 마음이 끌려 결제를 해버린 것들. 지인의 얘기만 듣고 무심결에 구매했던 것들. 당장 필요할 것처럼 생각되어 주문했는데, 정작 쓰려니 활용도가 많이 떨어진 것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그런 것들을 서로 소개하면서, 소비를 향한 대단했던 열정을 조금씩 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특정 제품군에 대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소비에 대한 기준을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했죠.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회사 휴게공간에서 작은 장터를 열었습니다. 장터라고 하지만, 거의 베푸는 느낌의 배포였죠. 그리고 남은 건 미련 없이 기증했다고 하네요. 


100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료가 만든 스티커를 얻어 라이언 위에 붙였다.


100일 프로젝트, 무엇이 매력인가?

이렇게 시즌을 거듭할수록 프로젝트들이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동료들이 참여를 했죠. 시필사와 글쓰기 프로젝트는 매번 대기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게 어떤 맛이 있길래 이렇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요? 설문을 통하니 3가지 정도가 나왔습니다.


1) 무언가 매일 성취 기분도 좋고,

2) 그걸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것도 좋고(물론 그걸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만..),

3) 작으나마 기부를 하는 경험도 좋다.


1)은 이 프로젝트가 원래 지향하는 바이니, 설명이 필요 없고. 2)는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걸 통해 많은 분들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끈끈함과는 다른 느슨한 연결인 거죠. 동료가 복지다! 란 얘길 실감하게 되었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같은 팀 멤버들만 알고 지내다, 이걸 계기로 다른 부서 동료들과도 이어지게 된 게 너무 좋다란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그들 중에는 새롭게 들어온 경력자들이 많았습니다. 


1)2) 결과는 다른 회사에서 진행한 30일 프로젝트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카카오에 다른 회사(역시나 IT회사)로 이직한 분이 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그 회사에서 30일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시간이 지나 그분이 연락이 왔어요. 직원들 반응이 너무 좋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좀 더 얘길 들어보니, 이걸 회사 공식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구요. 역시나 이들도 참여한 이들이 가지는 성취감과 참여한 이들끼리 이어지는 연결감을 성과로 꼽더라구요. 


이렇게 톡이 왔고, 좀 더 얘길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3)은 이 프로젝트의 매력을 높인 포인트입니다. 100일 프로젝트 참가비는 무료가 아닙니다. 무려 10만 원입니다. 100명이 모이면, 무려 1,000만 원이 모이는 거죠. 이걸 저의 수익으로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이건 프로젝트 후 돌려주는 ‘디파짓’ 개념의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순순히 돌려주진 않았어요. 매일 미션 달성 여부를 체크했고, 하루 빠지면 1,000원을 뺐어요. 그렇게 100일이 지나고 정산을 했죠. 그렇게 빠진 날만큼 쌓인 돈은 수북했고, 그걸 모아 ‘사회공헌’ 팀에 전달했습니다. 100일 프로젝트 이름으로 기부를 한 거죠.


회사에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회사에 돈을 주는 이상한 프로젝트

시즌3까지 마치고, 사회공헌팀에 전달한 돈은 총 얼마였을까요? 자그마치 1,000만 원이 넘었습니다. 아니, 다들 미션 달성을 어마하게 실패했단 말인가? 싶은데. 그건 아닙니다. 참여한 많은 분들이 80% 이상 성공을 했어요. 이렇게 큰돈이 모아진 데에는, 프로젝트 종료 후 돌려받지 않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100일 프로젝트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경험을 했고, 그 돈은 기부에 써 달라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런 마음이 모아져 그렇게 큰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게 계기가 되었을까요? 어느 날, 회사 사회공헌 분야를 담당하던 팀장님이 한 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뭔가 느낌이 오시죠? 네. 덕업 일치 월드에 발을 디디게 된 것입니다. 


다음 화에 그 얘길 들려드릴께요.


ㅡㅡ

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글(20210809)입니다. 


록담(백영선) Flying Whale 대표 rockdamf@gmail.com

축제와 공연기획사에서 열일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63빌딩 문화사업부)를 거쳐 Daum(문화마케팅)에 입사했다. 곧이어 카카오 행성을 돌다(조직문화, 교육, 스토리펀딩, 브런치, 소셜임팩트 등) 궤도를 이탈합니다(퇴사했단 얘기죠^^). 지금은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독립노동자’이자 '프리워커'입니다(딴짓 덕분이죠!). 여러 일을 하지만 ‘기울기’가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사는 걸 의도합니다. 백영선이라 쓰고, 록담이라 부릅니다. 어색어색하지만 플라잉웨일 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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