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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큰 커뮤니티를 만들거예요

원티드 인살롱 기고 14 (20210910)

좋아서 시작했는데 일이 되어버렸어요

시즌3가 끝나고 저는 브런치팀과 카카오임팩트팀 겸직을 하게 되었어요(2018년 여름입니다). 카카오임팩트팀에서는 약 2년 동안 카카오 크루들을 통해 증명된 100일 프로젝트의 가치를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비스로 띄우기로 했습니다. 2018년 가을, 프로젝트100의 첫 베타 버전이 나오기 전에 시즌4로 100일의 숏텀인 30일 프로젝트를 카카오 크루와 지인을 대상으로 진행 했습니다. 30일 프로젝트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100일을 먼저 경험한 분들은 30일이 생각보다 너무 짧아 놀랐다고 합니다(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니, 이건 좋은 일인거죠?). 30일로 진행하니 프로젝트들이 다채로웠습니다. 100일로는 엄두가 안나는 것들을 30일로는 해 볼 수 있었던거죠. 이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100은 착착 이륙을 준비해 나갔습니다(멋진 개발자와 기획자, 그리고 디자이너 분들이 붙으니 우와! 속도감이 엄청나게 붙는거예요)

 

좋아서 시작했고, 좋아서 계속 했던 것을 보다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로 만드는 경험.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경험이죠. 바로 그걸 ‘카카오 프로젝트100’으로 실감을 했습니다.


카카오 크루들과 시즌 4를 진행한 후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임팩트 사외 이사들과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프로젝트100'을 보고 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세상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를 만들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100일을 통한 ‘100일 학교’였던거죠. 학교가 가진 보편적인 특징(비슷한 방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인생에 의미있는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내는)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학교의 방식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학교를 생각했습니다. 여기에선 입학과 졸업까지 100일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보통의 학교와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또 매일같이 무언가를 해야하는 걸 생각하면 긴 시간이기도 합니다. 


대개의 학교가 또래들이 모이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향성과 참여 의지만 물을 뿐, 나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거죠. 일반적인 학교는 특정 지역을 연고로 합니다. 일단 넓은 땅에 비싼 건물을 우뚝 세워놓고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죠. 우리가 만들려는 학교는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0.1평의 땅도 차지하는 것 없이  ‘디지털’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니 내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등하교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야말로 취향이나 목적이 같은 다양한 나이대의 별별 지역에 있는 이들이 모입니다. 특이한 학교죠. 또 쿨한학교이기도 합니다. 참여한 이들의 반응 중에 ‘cool’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 되었습니다. 서로를 돕는 느슨한 연결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끝나는 날이 명확한 만큼 쿨하게 모여, 쿨하게 흩어지는 학교란 뜻입니다. 그렇다고 학교가 끝났다고 해서, 성장을 위한 활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원했던 변화를 위해 또 성실하게 시간을 씁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대학의 이름만 다를 뿐, 대학이란 곳에 입학합니다. 그곳에서 시간을 통해 학생에서 어른이 됩니다. 소수가 대학원과 박사, 유학 과정에 들어가고, 대개는 사회로 나옵니다. 그 후엔 ‘학교’를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먹고 사는데만 온 신경과 힘을 쏟습니다. 전진만 할 뿐이죠. 학교에선 옆을 보기도 하고, 뒤를 보기도 했지만 사회에선 녹록치 않습니다. 돌아보면 이 100일 프로젝트는 그런 학교의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옆을 혹은 뒤를 찬찬히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거죠. 더군다나 느슨한 네트워킹이라뇨. 베프를 만날 순 없지만, 나와 통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광장’의 역할도 했습니다. 


얼마나 따뜻한 공생인가 

100일, 10만원 참가비(라 쓰고, 등록금이라 읽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 돌려 받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빠진 날만큼 1,000원을 곱해 참가비에서 뺍니다. 그 돈으로 ‘기부’를 합니다. 그러니까 그날 미션에 성공하면 나를 돕고, 미션에 실패하면 사회를 돕습니다. 그러니 실패란 없습니다. 하든 안하든 성공입니다. 마음이 흐뭇해 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게 100일 지나고, 참가비를 돌려 받는 찰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지난 달에 살짝 얘길했던 부분입니다. 바로 ‘참가비’를 받지 않겠다는 분들이 등장합니다. 충분히 좋은 경험 했으니, 그 돈을 고스란히 기부에 써 달라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얼마나 따뜻한 존재들이고 멋진 공생인가요. 이게 학교의 진짜 모습 아니던가요. 100일 프로젝트를 하며, 잃어버린 삶의 감각을 조금씩 회복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 번의 100일이 모든 걸 다 바꾸진 못하죠. 저는 2017년부터 시작한 100일을 매해 이어오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했고(언제까지 해야 글을 잘 쓸까요), 매일 질문하기를 했고(제가 매일 질문하면 참여자들이 그것에 답을 합니다), 그림그리기를 했고(저는 낙서 수준 이었지만 다른 분들이 예술을 했죠), 문화예술계 소식을 매일 1개씩 뽀갰고(널위한문화예술이란 스타트업의 리더가 매일 뉴스를 전했고 참여자는 그것에 의견을 달았죠), 매일 소극적 거짓말을 하나씩 지어내는 아주 머리 아픈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결국엔 덕업일치

결국에 저는 이 100일 프로젝트로 덕업일치를 이뤘고, 그 성취감을 계속 이어 왔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인생을 또 다른 길로 인도했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두번은 한다는 바로 ‘퇴사’. 요즘은 퇴사 대신 ‘졸업’이란 표현을 많이 쓰더라구요. 회사졸업. 졸업은 문을 닫는 다는 것이고,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디뎌, 오늘까지 왔네요. 여러분도 그렇게 온거죠? 


ㅡㅡ

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글(20210910)입니다. 


록담(백영선) Flying Whale 대표 rockdamf@gmail.com

축제와 공연기획사에서 열일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63빌딩 문화사업부)를 거쳐 Daum(문화마케팅)에 입사했다. 곧이어 카카오 행성을 돌다(조직문화, 교육, 스토리펀딩, 브런치, 소셜임팩트 등) 궤도를 이탈합니다(퇴사했단 얘기죠^^). 지금은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독립노동자’이자 '프리워커'입니다(딴짓 덕분이죠!). 여러 일을 하지만 ‘기울기’가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사는 걸 의도합니다. 백영선이라 쓰고, 록담이라 부릅니다. 어색어색하지만 플라잉웨일 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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