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인살롱 기고 17 (20211213)
무시무시한 윈터이즈커밍
달리는 자에게 마라톤 완주는 꿈입니다. 그런데 그 거리는 쉽게 다다르기 어렵죠. 하지만 단번에 마라톤 거리를 뛸 순 없지만, 매달 누적 거리로 마라톤을 뛸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월간마라톤. 그렇게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하게 매달 42km를 뛰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겨울이 오고 있었죠. 가을밤 러닝은 참 상쾌한데, 겨울이면 그 추위를 어떻게 견디지? 하며 걱정이 더 빨리 뛰었습니다. 10월 한 달 반짝하고 그만 뛰는 거, 아닌가? 싶어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때 떠오른 게 ‘각뛰함뛰’였어요. 혼자선 못하지만 함께 뛰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죠. 물론 코로나라 함께 뛰지 못하겠죠. 그래서 각자 뛰지만, 함께 뛰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자! 월간마라톤을 커뮤니티로 만들어 보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월간마라톤 소개와 함께 멤버 모집글을 올렸죠.
다행히 달리고 싶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월간마라톤은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각자의 목표를 설정하고 뛰는 모임이 되었습니다(2022년 2월 현재, 100명이 넘는 멤버들이 각뛰함뛰 중입니다). 저는 이들 덕분에 겨우내 매달 42km를 거뜬히 넘겼습니다. 의지박약의 초초초초초보 러너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해 이제까지 약 500km를 달렸더라구요. 놀라운 일이죠. 서로 달리는 마음을 응원해 준 월간마라톤(멤버) 덕분입니다.
월간마라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그걸 소개를 해 드릴게요. 여러분도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초대로만 참여가 가능한 월간마라톤
우선 매달 마지막 주에 함께 할 멤버를 모집해요. 이미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연장이 되고, 새로운 멤버에겐 매월 말에 문이 열리는 방식입니다(아, 탈퇴는 자율입니다). 멤버는 참여자의 지인으로만 한정해요. 들어왔을 때, 최소한 알고 있는 사람이 1명은 있어야 안심이 되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미미하게라도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신청서에는 누구 초대로 신청을 하는지 질문이 있습니다. 그에 답해야 합니다. 사실 판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판을 키우고 싶은 바람이 있죠. 그냥 문을 활짝 열어두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운영이 만만치 않았을 거예요. 사이드프로젝트로 하는 것이니, 저 역시 큰 힘과 많은 시간을 쏟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멤버 지인만 초대!로 진행중입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물론 멤버의 지인이겠죠)은 간단한 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오픈채팅방 안내 문자를 드립니다.
한 달간 월간마라톤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소개해 드릴께요.
1) 매달 초, 오픈채팅방에 공지가 나갑니다. 참여자들은 공지 댓글에 지난달 목표와 결과 그리고 이번 달 목표를 올립니다.
2) 매달 첫 번째 수요일 밤 10시에는 카카오 ‘음’에서 달리기 리뷰/프리뷰를 합니다. 바로 '음랏차차' 행사입니다.
3) 매달 10일에는 아무말 대잔치를 해요.
4) 매달 20일에는 달리기 인증샷을 공유해요.
이것이 매달의 루틴입니다.
하나씩 부연하자면, 먼저 첫 번째. 달리기 모임이니 달리기에 진심 이어야죠. 그래서 매달 초 채팅방에 공지가 하나 뜹니다. 지난달 목표와 결과 그리고 이번 달 목표를 올려달라는 글이죠. 멤버들은 공지 댓글로 응답합니다. 목표 거리는 꼭 42km가 아니어도 됩니다. 42km는 상징이죠. 하프(21km)가 목표인 분도 있고 10km, 5km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200km 올리죠(아니 퀵보드 타도 달리는 거 아냐? 싶지만, 진짜 달리더라구요. 대단하죠!) 이곳에선 달리기 실력을 겨루지 않아요. 단지 달리는 마음을 응원한다! 는 걸 계속 이야기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본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 보란 얘길 하죠.
두번째, 음랏차차. ‘음’에서 진행하는 리뷰/프리뷰 이벤트는 그렇게 부릅니다. 음성으로 만나, 지난달 달리기 결과와 이번 달 목표에 대해 이야길 나눕니다. 새롭게 들어온 분들은 인사와 함께 왜 참여하게 되었는지 살짝 소개를 하죠. 더불어 달리기와 관련한 궁금한 것이나 고민을 나눕니다. 또한 음랏차차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서로 응원을 합니다. 다치지 않고 건강히 잘 달리길 기원하고 응원하는거죠. 참여 인원에 따라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40분 정도 진행이 되어요.
세번째 아무말 대잔치. 보통 채팅방의 대화는 말하는 분들이 주로 주도합니다. 대개가 아무말을 안 하죠. 어디서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지 모르거나, 그냥 귀찮거나.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이 이벤트는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입니다. 한 마디씩은 하라는 거죠. 말을 하기 힘들면, 이모티콘 하나~ 툭 던지라고 제안합니다. 이렇게 한마디라도 거드는 경험을 해야, 언젠가 말문이 열리겠죠.
네번째 달리기 인증샷. 각자가 올리는 사진들은 정말 흥미진진해요. 각자 다른 코스를 뛰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월간마라톤 멤버들은 전국 각지에 있어요. 서울에서도 다양한 지역에서 달리고, 부천, 인천, 분당, 판교, 안양, 대전, 광주, 부산, 세종, 강릉, 제주 등 그야말로 전국구죠. 작년엔 홍콩에 계신 분도 함께 했어요(그분은 이제 입국을 해서, 더 이상 홍콩 거리 풍경을 못 보네요)
이렇게 월간마라톤이 진행되고 시즌2에 이어 시즌3(2022.3)가 준비되고 있어요. 시즌2에는 스텝 3명이 함께 해요. 위 루틴도 사실 시즌2에 거의 갖춰졌어요. 시즌1은 그야말로 엉성했죠. 멋진 스텝들 덕분에 판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시즌2에 의미 있었던 일이 있는데 그걸 잠깐 소개해 드릴게요.
매달 달리다 보니, 이제 목표 달성이 조금 수월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약간 느슨해지는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매달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1km에 1,000원. 42km면 4만2천 원이죠. 회사 다닐 때는 사회공헌팀 덕분에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밖으로 나오니 기부가 쉽지 않았죠. 이거다! 싶었어요. 기부처는 네이버 해피빈과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선정했어요. 저는 주로 어린이 청소년 단체에 기부를 했습니다. 이건 저만의 프로젝트였는데, 스텝으로 참여한 분이 이걸 이어받았어요. 본인도 함께 하겠다고. 그리고 이제는 이걸 월간마라톤 공식 프로그램으로 채택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물론 강제가 아닌, 선택이죠.
월간마라톤 하면서 가장 큰 바람은 마라톤 대회에 월간마라톤 깃발 들고 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이렇게나 길게 이어지니, 여전히 각뛰함뛰입니다. 그런데 2021년 11월에 드디어 달리기 번개를 했어요. 마라톤은 아니었지만, 한강변을 함께 뛰었어요. 아. 어찌나. 어찌나.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이제 월간마라톤 시즌2도 막바지입니다. 곧 시즌3가 이어집니다. 당신의 달리는 마음을 응원합니다. 그게 쌓이면, 언젠가는 달리게 되더라구요. 우리 함께, 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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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글(20211213)입니다. 이것이 마지막 연재글입니다. 총 17개월, 이 진귀한 기회를 준 원티드 윤용운님에게 정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록담(백영선) Flying Whale 대표 rockdamf@gmail.com
축제와 공연기획사에서 열일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63빌딩 문화사업부)를 거쳐 Daum(문화마케팅)에 입사했다. 곧이어 카카오 행성을 돌다(조직문화, 교육, 스토리펀딩, 브런치, 소셜임팩트 등) 궤도를 이탈합니다(퇴사했단 얘기죠^^). 지금은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독립노동자’이자 '프리워커'입니다(딴짓 덕분이죠!). 여러 일을 하지만 ‘기울기’가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사는 걸 의도합니다. 백영선이라 쓰고, 록담이라 부릅니다. 어색어색하지만 플라잉웨일 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