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87) 셰프 신계숙 그리고 계향각

롱블랙 4월 11일, 문장채집 no.87

롱블랙 4월 11일, 문장채집 no.87
신계숙 : 불과 그릇의 시간을 쌓아, 예순 살에 브랜드가 되다

원문 https://www.longblack.co/note/257 


1. 인생의 큰 결정을 하기 전에 하얀 종이에 질문을 써 보는 습관이 있어요. 주방에 들어가기 전에 가만히 생각해 봤어요. 이 일이 나에게 필요한가, 내가 잘 하고 싶은 일인가, 내가 원하는 부를 이룰 수 있을가, 내 삶이 좀 더 나아질까. 그렇게 질문을 쭉 써 내려가다 보니 전부 동그라미가 쳐지는 거예요. 요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란 걸 알았어요.


2. 향원에서 8년을 버텼습니다. 내가 비록 시다였지만 사장이라 생각했어요. 손님들 성향을 파악해 일일이 맞춰줄 정도였어요. 틀니를 하고 오시는 손님이 오면 고기를 연하게 다져서 주는 거예요. 비는 시간에는 손님들 주차도 해주고요. 그때 내가 사장처럼 일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사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3. 역사를 알고 인물을 알고 요리를 만들면, 그 요리가 더 풍성해진다는 걸 알았어요. '수원식단'을 읽으며, '요리사가 알아야 할 일, 재료에 대하여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것만큼 와닿는 한마디도 없단 생각이.


4. 강의의 핵심은 재미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불과 기름 앞에 잔뜩 긴장하고 선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요. '여러분 짜장면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아셔유?' 그는 어느새 중식계의 일타강사가 돼 있었습니다.


5. 신계숙은 예순의 나이에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모든 걸 계획한 건 아닙니다. 늘 조금씩 움직인 결과였죠. 고서를 연구하고, 그걸로 책을 내고 모임을 열고, 강사일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방송 제의가 들어온거죠.


6. 돼지 앞다리 족발은 질겨서 오랫동안 삶아야 하거든요. 짧은 시간 삶아서는 안돼요. 긴 시간 푹 고아 두면 맛이 기가 막혀요. 내 인생이 그랬던 거 같아요. 초반에는 참 질기고 맛도 없었는데 오래 삶다 보니 그래도 꽤 맛있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신계숙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shinkyesook/ 


매거진의 이전글 86) GQ 에디터 출신, 포토그래퍼 장우철에 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