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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GQ 에디터 출신, 포토그래퍼 장우철에 관해

롱블랙 4월 9일, 문장채집 no.86

롱블랙 4월 9일, 문장채집 no.86

장우철 : 완전한 걸 보고 싶다는 욕망, 꽃을 카메라 앞에 불러오다

원문 - https://www.longblack.co/note/253 


1. 1990년대는 잡지가 쏟아지던 때. 논산 소년 장우철의 문화적 자양분. 그걸 탐독하던 그는 대학생이 직접 잡지를 만듭니다. 그립백. 독립출판이죠. 3호까지 냈고 매호 300부가 매진. A4에 글과 사진을 오려 붙여 원본을 만들고 학생회관 복사집에서 스테이플러오 찍었죠. 한 부 만드는데 1,500원. 창피해서 1,000에 판매. 뭐라도 쏟아내야만, 표현해야만 했던 거였나봐요.


2. 그런 그를 알아 본 사람은 GQ 초대 편집장 이충걸. GQ 창간 전 보그 에디터였던 이 편집장이 스무 살 장우철의 독자 엽서를 읽고 연락. 엽서에서 그는 보그 기자 한 명, 한 명을 혹평. 이 편집장은 그를 기특하게 봤고 GQ 창간 1년 뒤, 토익 점수도 없던 대학생 장우철을 인턴 에디터로 채용.


장우철 작가는 GQ 에디터 재직 당시 패션 화보에 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목을 받았다. ⓒ롱블랙 / 롱블랙에서 모셔 왔어요


3. 잡지의 전성기, 장우철은 팬덤을 가진 에디터. '팬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톱스타에게 '아니, 그런데 진짜로 사랑하세요?'라고 반문하고. '알아서 잘 써주세요'하는 배우에게 '그럼 말을 제대로 하셨어야죠'라고 했다. 인터뷰는 하필 그날 상대가 내미는 생생하고 뚜렷한 한 조각을 갑자기 받는 것. 장우철이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 그래서 미리 질문을 보내달란 매니저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4. 무엇보다 그가 남달랐던 건. 사진까지 직접 디렉팅하는 에디터. 이충걸 당시 편집장은 그를 두고 '대한민국 잡지 역사상 기사와 사진과 레이아웃까지 통치할 수 있는 초유의 피처 에디터'라 했죠. 그는 직접 촬영도 했는데, 기존 사진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감성이 있었습니다.


5. 그때는 최전방의 스타 플레이어 같은 에디터, 사진작가들이 있었어요. 그게 저를 긴장시켰죠. '네가 그걸 했으면, 나는 이걸 해내겠다'라는 호전적인 분위기가 그때의 잡지들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6. (10년 훨씬 전부터 그는 한국 패션지에 꽃과 식물을 적극 도입) 꽃이나 식물은 인물에 어떤 떨림이나 고요를 더해주거든요. 제가 원하는 분위기는 어떤 사건의 절정이 아니라, 그 전후의 표정. 완벽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마치 파티에서 돌아와 귀걸이 한 짝을 빼는 장면 같은 거 말이에요. 인물이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길 바랐던 것 같아요.  


7. 2017년 그는 잡지사를 그만둡니다. 그는 사진작가 되었어요. 주로 꽃을 찍지만 인물과 풍경 정물도 찍어요. 각 도시의 꽃을 찍은 [플라워스, 시티] 시리즈, 꽃들끼리 균형을 주제로 [플라워스, 웰 템퍼드], 정오의 빛을 받은 꽃을 찍은 [플라워스, 눈] 시리즈 등. 김나영씨 집에 걸린 [플라워스, 시칠리아]가 대표작. 바깥에서 우연히 마주친 꽃만 찍는 건 아닙니다. 꽃시장에서 사온 꽃들로 작업한 사진들도 찍어요.


8. (사온 꽃들을 2~3일 두면) 꽃들끼리 힘겨루기에서 저희들끼리 어떤 균형을 획득해낸다고 할까요. 그 모습이 제가 꿈꾸던 이미지와 어우러질 때 카메라를 듭니다. 저는 꽃으로부터 동물보다 더한 힘을 보고 싶거든요. 싸우거나, 머뭇대거나, 죽어버리거나. 그들만의 충만한 에너지를 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꽃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해요. 줄기가 잘린 꽃들이 얼마나 안간힘을 다하고 있겠어요. 귀엽고 무섭고 아름답습니다.


9. 에디터 시절 인터뷰한 권부문 선생은 그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대해 '사진가는 필연적으로 사냥꾼처럼 되기 쉽지만 절대 경계해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다해 원하는 그림을 꿈꾸면 반드시 그게 온다' 꽃에 기다림을 주는 장작가의 작업 방식은 사냥꾼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10. '강렬한 꿈을 꾸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새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언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는 취향과 트렌드를 넘어, 과연 무엇이 여기에 어울리고 맞고 옳은 것인지 따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에디터나 작가에게 필요한 건 취향이 아니라 관점.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그 배우에게 너무 잘 어울리면 그걸 선택해야 합니다. 그게 관점이죠'


장우철 작가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angwoo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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