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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느리게 자라야 단단해진다, 나무에 관하여

롱블랙 4월 8일, 문장채집 no.85

롱블랙 4월 8일, 문장채집 no.85

나무에 관하여 : 체리 씨앗은 100년을 기다려 싹을 틔운다


1. 왜 나무들은 그런 사회적 존재가 되었을까? 왜 자신의 영양분을 다른 동료들과 나이가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개체들과 나누는 것일까? 이유는 인간 사회와 똑같다. 함께하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나무수업, 우정 중)


2. 숲 속 나무는 엄마 나무 옆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랍니다. 교육의 수단은 빛의 조절이고 교육의 목표는 절제와 느림입니다. 엄마 나무는 다른 어른 나무와 힘을 합쳐 숲 전체에 두꺼운 지붕을 씌우죠. 그러면 숲의 바닥까지 도달하는 빛이 3%밖에 되지 않아요. 겨우 죽지 않고 목숨만 부지할 정도의 광합성을 하죠. 왜 이러는 걸까요. 그건 어릴 때 느리게 자라야 오래 살 수 있기 때문. 천천히 자라면 나무가 단단해져요. 절제와 느림의 철학으로 수백 년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겁니다.


3. 공원에서 혼자 크는 나무는 달라요. 옆에서 절제를 가르쳐주는 엄마가 없어 어렸을 때부터 제멋대로 빨리 자라죠. 공원의 나무는 대부분 숲 속 나무에 비해 일찍 죽습니다. 


4. 기다림의 시간이 혹독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엄마는 뿌리를 통해 아기 나무에게 당과 영양소를 줍니다. 


5. 엄마 나무의 죽음은 숲에 새로운 환경을 조성합니다. 엄마 나무가 있던 빈자리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니까요. 남은 자식들은 이 순간을 출발의 신호탄으로 삼습니다. 이제 내키는 대로 광합성을 하면서 자랄 수 있어요. 나무들의 세대교체인 셈이죠.


김선우 작가는 산림학 수업에서 "죽은 나무도 숲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 요소"라는 것을 배웠다. 나무는 나무의 방식대로 세대교체를 하며 숲을 이룬다. ⓒ김선우 / 롱블랙에서 당겨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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