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나이를 망각하며 산다. 29살, 마지막 20대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나이를 기념한 적이 없다. 20대의 마지막을 잘 보내고 싶어서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30대를 축하하며 새해를 시작할 때 친구들과 1박2일로 여행가서 '서른이 파티'를 했다. 나이를 기념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그 이후로 더이상 나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사실을 회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현재를 잘 살아내면 나이는 상관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그동안은 나이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좋고, 결혼하기에도 좋고, 아이를 낳기에도 좋은 나이였기 때문에.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던 내가 요즘 드는 생각은 '이 나이에'라는 생각이다. '이 나이에 시작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정말 이 나이에 시작해도 될까.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다. 3년을 쉬고 다시 시작한 스윙댄스. 그동안 자기계발을 하며 바뀐 마음가짐 덕분에 춤을 즐기기 시작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삶을 즐기기 위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예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해서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마음에 들었다. 기억의 왜곡때문일까? 나는 예전보다 훨씬 잘 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예전에 같이 춤을 췄던 한 친구는 "예전에 청하가 춤추는게 예뻤다. 지금처럼 헐렁거리며 춤추지 않는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또 우연히 본 7년 전 공연 연습 영상을 보고, 공연 영상을 보고도 느꼈다. 나는 예전에 훨씬 춤을 잘 췄다.
열심히 춤을 췄을 때도 특출나게 잘 추지 못했다. 그런데 기술도, 체력도, 열정도 떨어진 지금 다시 시작해도 될까? 그때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렇다. 나는 27살의 나를 넘어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내 성격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뇌 심리학에 의하면 35살까지의 쌓인 경험과 지식, 습관으로 평생을 만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전부 만 35세 그 이전에 정상에 도달했단다. 만 35세 이전에 큰 도전을 하고, 큰 성공을 했던 사람들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그 습관을 갖고 나머지 인생의 성공을 만들어간다. 그러니 그 이전에 정상에 올라야 한다고.
이 글을 쓰는 와중에 35세가 '만 나이'일까를 걱정했다. 아무튼, 그렇다면 만 35세 이후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불가능하다는 말일까, 아니면 습관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노력의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든다는 이야기일까. 아마 후자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읽어온 책에서는 뇌세포는 죽을 때까지 생성한다고 했다.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드는 일은 죽을 때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10대, 20대처럼 빠르진 않겠지. 아무리 나이를 신경 안 쓴다고 해도 '신체의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렇다. 35세 이후로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 수는 있으니 가능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뇌의 관점으로도 맞는 말이지만, 생애 주기에서도 힘들다. 35세 이후로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시간와 에너지를 쓰기엔 어려우니까.
사람은 기회를 놓쳤을 때 더 많이 후회한다. 그리고 개선의 여지가 있을 때 후회를 한다.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더이상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70대의 사람들이 후회할 때 '더 많은 돈을 모으지 못한 것',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가족들과 유대관계를 맺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 이유는 가족들과의 유대관계를 회복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코로나 기간 3년동안 스윙댄스를 쉰 것을 후회한다. '차라리 그때 서울에 가서 스윙강습을 받을걸', '남들 스윙댄스 쉴 때 연습할걸'하는 후회를 했다. 왜냐하면 시작한지 3년밖에 안된 스윙댄서의 성장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춤을 춘지 8년차였을 때에도 스윙댄스를 추지않았던 외부인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모두 중단된 3년동안 스윙댄스를 배우더니 3년만에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사람들이 주목하는 스윙댄서가 되어있었다.
사실, 내가 한 후회는 예전에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다. 나를 내던질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 대회에 나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시간들을 후회했다. 남들 시선 신경쓰며 즐기지도 못하고, 잘하지도 못했던 내 자신을 후회한다.
남들 경제공부를 할 때, 남들 제2의 인생을 준비할 때, 남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키울 시기에 나는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했다. 더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나이는 장애물이 될 순 있으나, 못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스윙댄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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