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수업을 하다 보면 꼭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다. 특히 에세이 작가 과정 수업에서는 이 질문은 마치 잘 차려진 코스요리의 에피타이저처럼 1차시 수업에 꼭 나온다.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나도 그랬다.
방송국의 일이라는 것, 방송작가의 일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주어진 시간대와 요일이 먼저 편성되면 기획팀이 꾸려지고 그 팀이 각자의 의견을 내고 조율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이 탄생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대, 요일이 정해졌기에 적당한 시청자층이 이미 확보된 것이다.
평일 오후 6~7 시대 프로그램은 주말 6~7시 프로그램과 같이 만들 수는 없다. 비교 설명이 명확하게 되었으리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기획자'의 스킬을 조금 타고 난 듯하다. 성당이나 각종 행사 때에 비슷하게 다른 이들과 같은 무언가를 하는 것은 못내 싫어했다. 따라 하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보는 아이들이 싫증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주 뛰어난 미모와 현란한 말솜씨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할 만한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그런 행위들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저 조금은 다른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어렴풋이 내 속에 있는 '기획자'의 씨앗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겠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기에 내 이야기가, 나의 일상 얘기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무슨 값어치가 있을까 자문했다. 그런 생각으로 인해 내 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이야기를 했고, 내 이야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등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쓴 글을 보니 어느새 드라마 얘기보다는 내 이야기가 더 많고, 영화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가 더 길게 늘어져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렸을 때 배웠어야 했는데 우리에게는 그럴 기회도 용기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많이 부럽다, 근데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때로는 ㅎㅎㅎㅎ 과하다 싶을 정도다)
만약 내 이야기를 꺼내기에 아직도 힘든 이들이 있다면 난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나처럼 좋아하는 드라마 이야기에, 책 이야기에, 영화 이야기, 내가 갔던 카페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덧대어 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