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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꼭 알아줘야만 계속 쓸 수 있을까요?

글 쓰는 한량의 다정한 글쓰기 상담소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1년 넘게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평범한 30대의 회사원입니다.

처음에 글을 쓸 때는 참 좋았습니다. 특히 회사를 다니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나만의 부캐가
생긴 것처럼 은근히 내심 제 자신이 너무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피곤한 회사생활 속에서도 밤에 나 혼자 글을 쓸 생각에 혼자 피식피식 웃게도 되더라고요.

근데 얼마 전부터 이렇게 계속 글을 쓰는 것이 과연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이 글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책을 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 살짝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글쓰기가 별로 신나고 재미있지 않아요.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을 이렇게 계속 쓰는 게 맞을까 고민이 되어 글 남깁니다.

- 2021년 10월의 어느 날



나는 몇년 째 이 질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만인저자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다양한 플랫폼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차고 넘치며 2,3주 간격으로 책을 한권씩 뽑아내는 작가도 있다. 밥 먹고 모두 글만 쓰는가보다.
 

한번은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글을 쓰려면 최소한 결혼은 해서는 안되고, 고양이 한마리쯤은 키워야 하며글, 어딘가에서 한달 살기는 필수야.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 노릇 정도는 해야 글감이 될 듯 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로는 이제 슬쩍 답이 없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이제는 '소재' 전쟁이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쓴 소소한 이야기는 읽히기도 힘들고 출간이 되기란 더더욱 힘들다. 글쓰기 수업에 한참 참여하던 분들도 이런 이유로 계속 쓰는 것에 염증을 느끼곤 이내 부동산이나 주식, 재테크로 글쓰는 열정을 돌리는 분들도 많다. 


"이 열정으로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해서요. 이렇게 열심히 하면 자격증이라도 딸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글쓰기 수업에 참석했던 글벗님이 나에게 남긴 말이다.  


SNS의 폭발적인 증가와 다양한 플랫폼의 탄생으로 이제는 글을 쓰면 다양한 방식으로 남에게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고전적인 출판사 투고 외에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은 수두룩 하다. 


그러다 보니 글 쓴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팔로워 수를 기반으로 여러 기회를 얻게 되는 분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나는 좋아요와 구독자수, 이웃 수도 진짜 천천히 늘고, 그들은 조금 있으면 책을 내고, 조금 있으면 0000명 이벤트도 척척 하는데 나만 왜 그대로인지 답답하고 속상하다. 


그리고 다들 어쩌면 글을 그리 잘 쓰시는지 (특히 이 플랫폼인 브런치의 경우도 엄청나지요!) 읽고만 있어도 자괴감이 든다. 남과의 비교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게 맘처럼 또 안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sns 사용 시간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나름 효과가 있다.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어떤 식의 보상이 없다면 기운이 정말 빠진다. 


이걸 왜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정말 내 글을 읽어주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을까? 이 질문에는 아마도 답을 명확하게 못 할 것이다. 하다못해 자기 자신이라도 읽으니 말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를 알리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다양한 이유때문에 우리는 글을 쓴다. 


나 역시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정말 우연히 기록을 위해 아카이빙 할 목적으로 비공개로 글을 쓰다가 어떤 날 실수로 공개를 해버리게 되면서 지금껏 약 4년 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아카이빙의 목적이었기에 비공개를 꽤 오랫동안 했다. 내 기록이 목적이자 이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한 실수로 인해 공개를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구독자수, 조회수, 좋아요가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사람이니까 말이다. 조회수가 적으면 내 글이 별로인가, 뭐가 문제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한 며칠 글을 안 올리게 되었다. 


에라 그냥 하지 말자


나 좋자고 한 일인데 괜히 그런 것에 신경 쓰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한 이틀인가 글을 쓰지 않았더니 비밀 댓글로 어떤 분이 '글 쓰는 한량님 요즘 왜 글 안 쓰세요? 항상 글 쓰라고 잔소리하시는 글이 안 올라오니 안 쓰게 되네요!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라고 글이 올라왔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무도 안 읽고, 아무도 안 보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티 내지 않고 말이다. 




조회수가 많고 팔로워 수가 엄청나게 많으면 좋다. 물론 좋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글 쓰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만나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글 쓰는 과정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도 알게 되고,

글 쓰는 과정에서 쪼잔했던 나의 감정들도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이런 이유들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맘이 한결 편해졌다.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쓴 글을 보면 작년의 나, 지난달의 내가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쓰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나뿐만 아니라 그 수가 아주 작고 미약하지만 독자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수가 많다고 해서 그 사람 모두가 진정한 '독자'가 아닐 수가 있다. 


위로를 하려고 하는 그런 흔해 빠진 말이 아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글쓰기를 티나지 않게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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