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자기표현력'
한 도서관에서 ‘표현력’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총 4차시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글쓰기 과정이었습니다. 감정과 생각, 단어와 문장, 질문과 영감 등을 통해 자신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이를 글로 표현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라는 거창한 학습 목표로 수업은 진행되었어요.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첫 시간부터 모두 직장, 가정, 일상에서 ‘표현력 부재’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고,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좌절과 실패, 자존감 하락, 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쏟아냈습니다.
수업 마지막 날, 한 참가자는 마지막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이렇게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싶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내 감정과 생각을 알게 되었네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기 감정과 생각을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냈습니다. 벽에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수많은 기호와 문자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표현해놓은 말과 글을 통해 당시의 상황과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감정 등을 유추합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봅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의 효용가치는 무엇일까요?
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동생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돈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자주 썼습니다. 화가는 그림을 파는 화상이었던 동생에게 그림과 함께 보낸 편지에 그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 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한 생각과 감정을 아주 상세하게 남겼습니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입니다. 빈센트 반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이토록 오래, 많이 사랑받을 것을 알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이 팔렸기 때문인데요. 그는 지금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정말 아끼고 사랑합니다. 그의 그림은 전 세계적으로, 세기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그의 그림을 사랑할까요?
우리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가 상세하게 남겨놓은, 그림 한 점 한 점에 대한 그의 생각과 감정이 가득 담긴 그 편지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은 화가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표현입니다. 하지만 그림만 보고 화가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추상화의 경우 그림 앞에서 하루 종일 서 있어 보아도 화가가 도통 어떤 마음을 표현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난감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물론 그림을 감상할 때 반드시 화가의 생각과 감정선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을 해석하고 향유하면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합니다.
‘도대체 화가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렸을까?’
‘그림을 통해서 우리에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대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돕니다. 이 물음에 빈센트 반 고흐는 상세하게 하나하나 답변해주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동생 테오와의 수많은 편지를 통해서 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그가 남긴 글을 읽고, 그림을 다시보면 잘 보입니다. 고흐가 왜 그토록 간절히 고갱을 기다렸고, 두 사람이 어쩌다 한 장의 그림으로 싸우게 됐는지, 그가 해바라기를 좋아했던 이유까지 상세하게 말입니다. 그가 남겨놓은 생각과 감정을 담은 표현, 즉‘,글 ’ 덕분입니다.
표현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들 말하기도 합니다.
“표현해봤더니 내 마음에도 차지 않고, 잘못된 표현으로 오히려 상대와의 관계만 나빠졌어요. 그냥 하던 대로 표현하지 않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물론 표현하지 않고 살아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수백 통의 편지글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의 그림에 새겨진 숨은 의미를 모른 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만약 표현하지 않고 산다면 나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은 물론 나 자신조차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을 꼭 하고 살아야 합니다.
이윤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