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자기 표현력'
‘불안’ 혹은 ‘불안감’이란 특정한 대상 없이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또는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상태입니다. 불안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불안의 주된 씨앗은 다가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작은 걱정들입니다.
어느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30대 여성 A 씨는 몇 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큰 병마와 싸워야 했던 그녀는 지독한 항암치료를 견뎌냈습니다. 항암치료는 무사히 끝났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건강과 죽음에 대한 ‘불안’의 엄습이었습니다. 이전에도 항상 건강을 자신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암이라는 병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는 항암치료가 끝난 후 주변을 수색해서 각종 자기 계발 강의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라도 건강할 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서 뭐라도 성과물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또 언제 어떤 병이 자신을 엄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신을 매일 괴롭히고 있다고, 그녀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들어도 그녀의 불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배워도 배워도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부족한 부분만 보여 더 허기가 졌다고 합니다. 저는 그녀에게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감정표현 일지 쓰기를 제안했습니다. 매일 감정단어를 하나씩 꺼내고 그 감정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걱정하다’라는 감정단어를 꺼내서 지금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고, 그 걱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적는 것입니다. 감정표현일지 쓰기는 그녀의 불안을 많이 낮춰주었고, 그녀는 현재 수많은 자기 계발 강의 수강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은행나무, 2012)에서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불안의 실체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닌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집중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는데요. 풍요로움의 시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를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부재’로 결론지었습니다. 더 사랑받고 싶은 욕망,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성, 많은 돈, 자신의 영향력이 불안의 이름으로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은 누구나 크고 작은 불안을 겪습니다. 불안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당한 불안 요소는 때로 내 삶의 원동력과 윤활유가 됩니다. 하지만 A 씨처럼 불안의 요소가 너무 큰 경우에는 나의 불안의 실체를 명확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있는 ‘불안’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요즘 ‘불안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어느 틈엔가 ‘불안’은 우리 마음에 필수요소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안’을 빌미로 우리의 마음을 훔치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무엇이 불안한지 모른 채 그저‘불 안’을 달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자기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면 불안한 마음의 실체는 또 다르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불안이 아닌 다른 감정이나 상황을 ‘불안’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표현력은 그렇게 나의 불안한 감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의 진짜 실체를 아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