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은 나를 씩씩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침묵하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자기 표현력'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정숙 씨는 지난 2년 동안 이른바 독박육아를 감행해야만 했습니다. 영유아도 아닌데 무슨 독박육아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면역력이 낮아 고열에 취약한 아이 때문에 정숙 씨는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코로나 시기에 두 아이를 모두, 오롯이, 혼자 힘으로 돌봤습니다. 주말에는 그나마 남편이 있어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의 건장한 두 아들을 24시간 돌보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숙 씨는 때로는 교과목을 봐주는 담임 선생님이 되어야 했고, 때로는 삼시 세 끼와 수많은 간식을 챙기는 급식 교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정숙 씨는 몸집이 작습니다. 그녀 스스로 자기는 키도 작고, 목소리도 작다고 말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기 의견과 주장, 생각을 열심히 외쳐본 일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능하면 꾹꾹 참아왔다고요.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그 과정에서 받는 정신적인 피로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 부러 그런 일은 만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냥 한 발짝 물러나서 ‘가능하면 상황을 좋게’ 해결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지쳐갔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찾던 중 우연히 제가 하는 ‘초등글쓰기 수업’을 알게 되었고, 내친김에 어른들을 위한 ‘자신을 표현하는 에세이 쓰기’ 수업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매일 밤 무엇에 홀린 듯 꼬박 2년 동안 글을 썼습니다.





첫 에세이 수업에서 그녀는 무엇을 써야 할지 난감해했습니다. 자신은 특출한 사회 경험도, 비범한 능력도 없는 평범한 주부라는 것이 그녀의 ‘항변’이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매일 아침 단톡방에 올리는 글감과 주제로 메모부터 차근차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녀는 자신이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숙 씨는 20대, 30대 때 해외 여러 나라에서 머무른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만났던 다양하고 소중한 인연들과 지금까지 연락을 지속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들과의 이야기를 하나씩 차곡차곡 꺼냈고 그 이야기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고스란히 간직되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자신처럼 아

이들도 타국에서 ‘이방인’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내서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그녀는 최소 2년 동안 미국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출국 전, 미국 선생님과 미국 엄마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첫 글감으로 주셨던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주제부터
글을 쓰기 망설였어요.
저는 책을 쓰고 싶다는 목적도,
유명 블로거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거든요.
그저 코로나 시국에 아이들과 씨름하는 상황이
너무 싫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을 쓰니
저의 목소리로 세상에 외칠 수 있게 되었어요.
얼마나 씩씩해졌는지,
브런치라는,
글을 공개하는 플랫폼에
글도 쓰고 말이에요.
생각만 했던 미국행도 결정했잖아요.
이렇게 작은 사람이
이토록 큰 마음을 먹게 되다니
이게 바로
글쓰기의 가장 큰 효과가 아닌가 싶어요.
너무 신기해요.”



표현은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자기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준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특히 ‘표현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덧 당신은 씩씩한 사람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릅니다.


각종 SNS 플랫폼을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되찾은 이들이 많습니다. 꼭 플랫폼에 글을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내 생각과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사람은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이 됩니다. 없던 용기가 막 생기고, 무엇보다 씩씩해집니다. 정숙 씨처럼요.



자기 표현력 이윤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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