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7년 9권의 기록
책 제목이라는 기둥을 세웠다면 다음은 집의 내부 구조를 결 정하는 목차를 설계할 단계입니다. 목차는 단순히 원고의 순 서를 나열한 목록이 아닙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제안하는 논 리의 지도이자 책의 마지막 장까지 멈추지 않고 읽게 만드는 설계도입니다.
책 쓰기 수업에 참여한 공간기획자 G씨는 집 필 초기 단계에서 많은 시간을 목차 설계에 쏟으며 괴로워했습니다. 공간을 설계할 때는 동선 하나, 창문의 위치 하나도 자연스럽고 쉬웠는데 왜 책의 설계도 앞에서는 갈 길을 잃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공간 설계와 목차 설계를 비교하면서 멋진 인테리어 소품 같은 에피소드는 가득한 데, 정작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결정하는 복도와 방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습니다. 그와 머 리를 맞댄 끝에 ‘공간이 나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킬러 컨셉으로 총 4장의 동선을 구축했습니다.
1장 : 나를 숨 쉬게 했던 낯선 공간들(현관―정서적 환기)
2장 : 공간을 채우는 사소하고 단단한 철학(거실―관점의 정립)
3장 :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의 디테일(방―사례 분석)
4장 : 내가 머물고 싶은 미래의 공간(테라스―삶의 지향점)
G씨는 이 튼튼한 뼈대를 완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각 방의 가구 배치를 시작할 수 있겠다며 안도했습니다. 잘 설계된 목 차는 친절한 내비게이션처럼 작가가 자신의 의도대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효과적인 목차 설계는 문제 상황에서 시작해 해결책에 도달하는 서사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목차 설 계를 위한 정답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표현력》의 경우 정석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1장에서 일상의 서투른 표현을 짚어주며 문제 제기를 부각한 뒤, 2장부터 4장까지 내면 탐 색, 기술적 구현, 실전 적용으로 이어지는 해결책을 논리적으 로 연결했습니다. 독자의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안정적인 흐름입니다.
반면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는 정 석을 살짝 비튼 목차 구성을 보여줍니다.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신, 1장에서 ‘독자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적들’을 먼저 파고듭니다. 왜 우리가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는지 글 쓰기의 방해 요소를 스스로 찾게 함으로써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었습니다. 이후 2, 3장에서 메모를 통해 글쓰기 습관 형성과 4장에서 메모를 완성된 글로 만드는 방법으로 글이 전개되면서 초보 작가들의 글쓰기의 어려움을 차례대로 해결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따라 하기만 하면 조금은 글쓰기가 ‘만 만해질’ 수 있다는 킬러 컨셉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이것은 평 소 이 책을 쓴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그 해결책이 고스란히 담긴 목차였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타인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권의 책은 3~5개의 장(Chapter)과, 장당 8~10개의 세부 꼭지(Sub-topic)로 구성되어 총 40개 내외의 꼭지(마디)를 형성합니다. 작가가 이 마디들에 집착하는 이유는 목차가 지닌 힘 때문입니다.
목차는 독자가 길을 잃지 않고 작가의 의도에 수월하게 도달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작가가 ‘오늘 무엇을 쓸까’ 고민하며 모니터만 바라보는 고문의 시 간을 줄여줍니다. 또한 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설계 도이자 책의 완성도를 보장해 주는 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차를 짜는 과정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들이 있습니다. 우선, 챕터별 꼭지 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장에만 15개의 꼭지가 몰려 있고, 다른 장에는 서너 개에 불과하다면 독자는 책의 중심이 무너졌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각 장이 비슷한 분량과 무게감을 유지해야 독자의 피로를 줄이고, 집필의 리듬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장 구조와 어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 니다. 장의 제목과 세부 꼭지 제목의 형식을 통일하는 세심함 이 요구됩니다. 어조가 중구난방으로 섞다면 책 전체가 산만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나쁜 예시(구조적 불일치)
1장 : 표현이 왜 중요한가(의문문)
2장 : 내면의 목소리 듣기(명사형)
3장 : 대화의 기술을 전수함(서술형)
좋은 예시(구조적 통일성)
명사형
1장 : 감정 표현의 중요성
2장 : 자기 객관화의 실천
의문문
1장 : 왜 우리는 말하기 힘든가?
2장 : 어떻게 나를 드러낼 것인가?
명령형
1장 : 우선 내 마음을 살펴라
2장 : 솔직한 문장을 써라
물론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쓰고 있는 중에 목 차를 수없이 뒤집고 단어와 문장을 고르는 중이니까요. 하지만 뻔한 목차는 독자에게 지루함을 줄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고통을 안겨줍니다.
한 가지 저만의 팁을 알려드리면 저는 전혀 다른 분야의 목차를 자주 봅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책 목차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엿봅니다. ‘아, 이 책은 목차를 이렇게 구성했네! 이런 문장과 단어를 목차에도 쓸 수 있구나’라는 식으로 인상적인 목차들을 모아두거나 따로 메모해 둡니다. 실용서를 쓰고 있다면 소설의 서사 구조를, 인문학 서적을 준비 중이라면 요리책의 단계별 레시피 순서 목차를 한번 눈여겨보세요. 이질적인 장르의 언 어를 차용할 때 비로소 신선한 목차 구조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고통스러운’ 목차 설계는 작가라면 누구나 겪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그 고통의 깊이만큼 독자의 읽기는 수월해지고, 작가의 메시지는 더 깊게 전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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